春風 춘풍

春風空蕩漾 춘풍공탕양

明月已黃昏 명월이황혼

亦知君不來 역지군불래

猶自惜掩門 유자석엄문

​

봄바람은 괜스레 살랑살랑 불어오고

달이 밝으니 이미 황혼이구나

오지 않을 그대인 줄 잘도 알면서

그래도 문을 차마 닫지 못하네

​

*조선사람 복아(福娥)의 시다. 황윤석의 '이재란고'에 복아의 어머니가 부안의 명기 매창(梅窓)의 후손이라는 사연과 함께 실려 있다고 한다.

​

살랑거리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다. 봄볕의 아지랑이도, 흐드러진 벚꽂도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도 살랑거려야 봄이다. 싱숭생숭한 마음 피할 이유가 없다.

​

마음이 밑도 끝도 없이 살랑거리는 것은 그리운 사람이 더 보고 싶어진 까닭이다. 기다리는 줄을 알면서도 오지 않은 이나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이나 서로 못할 짓이다. 무심하게 달은 뜨니 심사는 더 복잡하다. 차마 닫지 못하는 대문은 또 무슨 죄인가.

​

봄바람에 한껏 젖혔던 꽃잎을 닫았다. 허망한 마음 단속이라도 할 요량이지만 날 밝으며 대문을 열어두듯 꽃잎도 활짝 열어 젖힐 것이다. 봄 석달 열흘 내내 쉬지 않고 반복하는 일이다.

​

모든 게 봄바람 탓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