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


가을 밤 정취를 수놓는
허튼가락에 취하다


산조의 밤


2018. 10. 6(토) 오후 8: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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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어이 차를 세우고 다리 위에 섰다. 이 노을을 어찌 외면 하랴. 놓치지 않고 해질무렵 강가에 서서 지는 노을을 볼 일이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이 풍경 앞에 서서 정희성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나는 돌아갈 뿐이다."라고 하지만 절망이 아니다. 떠오를 달이 있어 나머지 밤은 다시 내일을 살아갈 희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쭈그려 앉아 피울 담배 대신, 강물을 붉게 물드리이며 그 강물 속으로 사라지는 노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할까.

강물 속으로 걸어가는 마음을 두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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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대'
뒷산 닭의난초가 피는 계곡에 보고 싶은 꽃이 있어 발걸음을 한다. 숫잔대 보러갔더니 멀리만 돌다 정작 가까이 있는 꽃은 때를 놓쳤다. 지금 피는 꽃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도 아쉬움은 쉽게 떨치지 못한다. 산길을 벗어날 무렵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곱게 빛나는 꽃을 만났다.


하늘색 꽃이 종 모양으로 줄기따라 줄줄이 달렸다. 암술머리는 길어 꽃 밖으로 나와 나 잔대라고 표시하고 있다. 가을 하늘을 닮았는지 짙은 하늘색의 색감 유독 좋다.


유사종으로 잎이 넓고 털이 많은 것을 털잔대, 꽃의 가지가 적게 갈라지고 꽃이 층층으로 달리는 것을 층층잔대를 비롯하여 숫잔대, 당잔대, 두메잔대, 둥근잔대 등 종류가 많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약초꾼에게는 약재겠지만 꽃쟁이에게는 천상 꽃으로만 보인다. '은혜'라는 꽃말은 약효로부터 유래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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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가까운 미술관 나들이가 전부인 하루가 지극히 단순하게 지난다. 명절 연휴가 주는 넉넉함을 누리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박노해 시인의 시 '가을볕'의 일부다. 고추도 말리고 빨래도 말리는 그 볕에 "내 슬픔을/상처난 욕망을//투명하게 드러나는/살아온 날들을" 말린다는 시인의 마음을 알듯도 하다.

하루를 건너 온 볕이 뜰을 다 채우고 느긋하게 창문을 넘는다. 깊숙히 들어온 빛으로 그림자가 그리는 풍경이 여유롭다. 볕이 아까워 뜰을 괜히 서성거리다 볕이 그린 그림에 잡혔다.

까실한 볕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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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붓 - 김주대의 문인화첩
김주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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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듣는 시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함이 있다대놓고 싸움도 하고 당당하게 읍소도 한다간혹 미움 받을 상황에 스스로 뛰어들기도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불안정한 환경의 모든 것을 품는 가슴을 지녔다하여,밉지 않은 사람이다페이스북에서 글로 만나는 김주대 시인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 이렇다는 것이다.

 

그의 시집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이후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그리고 시인의 붓에 이르기까지 좌충우돌하는 일상의 모습과 날마다 몰라보게 변화되어가는 그림을 만나는 즐거움은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일상이다.

 

이 책은 한겨레신문에 시인의 붓이란 코너를 통해 연재한 작품과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작품 등 총125점의 작품을 엮은 시인의 두 번째 시화집이다사시사철의 다정한 풍경일상의 소품어르신들의 여러 모습불교 미술과 공예어린아이와 동물도시와 골목의 풍경시인의 일상 등으로 테마별로 세분화된 이야기를 담았다.

 

죽어서 오는 사람은 꽃으로 온다더니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꽃 냄새꽃 냄새그대 여기서 멀지 않구나.” <다시 봄>

 

잘린 목에서 자란 팔베어진 어깨에서 빠져나온 손이 허공을 더듬어 죄악 같은 몸뚱이에 파랗게 매단 봄사람들 머리 위에 각혈하듯 토해놓은사람들이 보지 않는.” 가로수 새잎

 

뒷산 진달래꽃 피는 소리 붉다모으면 한 독도 채우겠다그대 숨소리에 젖던 첫날처럼 몸이 붉어진다.” 진달래꽃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

 

한마디로 끝내주는 그림이다특히 고양이 그림 앞에선 꼼짝을 못한다조선 숙종 때의 화가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을 생각나게 한다고야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 스스로를 보는 듯 착각이 일어날 정도다.

 

그림은 시의 시각적 확장이에요.

시는 제 작업의 기본이자 최종 목적지입니다

 

촌철살인에 위트 절묘한 상황묘사에 이르기까지 한 폭의 그림에 마음이 머무는 시간이 퍽이나 길다거기에 어우러지는 화제까지 마음에 얹으면 하루에 한 점에 멈추기도 한다한권의 화첩을 다 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를 짐작하는 건 의미가 없다이 모든 것의 출발은 그가 시인이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김주대 시인만의 시의 운율이 그림 속에서 독특한 리듬으로 살아난다.

 

김주대 시인의 가슴으로 담아낸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가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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