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行 독행

一鳥天邊去 일조천변거
高踵何處尋 고종하처심
夜行隨片月 야행수편월
朝夢對孤岑 조몽대고잠
有膜肝猶越 유막간유월
無私古亦今 무사고역금
停?時獨坐 정공시독좌
流水是知音 유수시지음

홀로 길을 가다

새 한 마리 하늘가로 사라졌으니
높은 자취를 어디가서 찿을까?
밤길에서는 조각달을 따라서 가고
아침에 일어나선 외로운 산을 마주 보네 
간격이 있으면 간담도 나눌 길 없고
사심이 없으면 옛날도 현재가 되네
지팡이 멈추고 때때로 홀로 앉노니
흐르는 물이 바로 내 친구일세

*조선시대의 유학자 송익필(宋翼弼, 1534~1599)의 시다. "고독의 순간에는 사물과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고, 사사로운 욕망도 개입되지 않는다."고 역자 안대회는 풀이하고 있다.

늘 숲을 찾고 되도록이면 혼자 걷는다. 그렇게 걷는 길이 부지기수지만 다 같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유독 다시 걷고 싶은 길이 있기에 그 길을 홀로 걷는다. 길을 찾았던 발걸음은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고독의 순간을 마중하러 다시 그 길을 걷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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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9-03-2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좋습니다. 특히 무사고역금, 사심이없으면 과거도 현재가 된다는 그 한줄... 감사합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움을 틔우고 키를 키우며 식구를 늘려간다. 꽃 잎을 하나 둘 열어 볕을 받아들이고 숨을 쉬는 듯 보이는 모습에서 숨소리마져 조심스럽다. 꽃 지고나서 잎이 무성하게 올라와 다음을 예약한다. 만개하여 세상을 품는 모습은 그 무엇보다 당당하며 떨구는 꽃잎마져 아름답기만 하다.


대상을 정해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흥미로움이 얼마나 큰 감동과 울림으로 남는지 안다. 매년 같은 곳에 피어나기에 때가 되면 일주일 단위로 찾아서 시작과 마무리를 지켜 보았다. 꽃의 짧은 생의 주기를 지켜보며 사람의 일생을 짐작한다. 내게 생명의 모든 순간이 만개한 때처럼 다 절정이라는 것을 일러준 대상이다.


그 꽃이 올해는 절정에 이르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보아온 그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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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 생각 없고 
당신만 그냥 많이 보고 싶습니다."

*김용택의 시 '푸른하늘'의 전문이다. 

오늘은 여기에 더이상 보텔 다른 말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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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봄날

무작정 봄을 기다리지 마라 
봄이 오지 않는다고 징징대지 마라 
바람 부는 날이 봄날이다 

웃는 날이 봄날이다 
꽃이 피지 않아도 
꽃은 지고 없어도 
웃는 날이 봄날이다 

아픈 날도 봄날이다 
지나보면 안다 
오늘이 그날이다

*박수진의 시 '봄날'이다. 기온 차이만큼이나 변화무쌍한 나날이 봄이다. 그 봄을 맞이하는 마음도 갖가지다. 식물이 새싹을 내밀며 꽃피고 열매 맺을 꿈을 꾸듯 나는 무슨 꿈을 꾸며 봄날을 맞이할까. 봄은 생의 꿈을 꾸는 때이기에 이 꿈을 향해 걷는 동안은 언제나 봄날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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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재주 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 - 안대회가 선택한 152편의 한시
안대회 지음 / 산처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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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의 다양한 맛

무엇을 '대신 읽어 주는 이'들이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동서양의 옛 그림이 그렇고음악이 그렇고건축물을 포함한 문화유산이 그렇고나무와 풀이 그렇다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문 고전이다이는 다른 것들과는 또 다르게 대신 읽어주는 이가 없으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그분들의 수고스러움이 고맙다.

 

이 책 다행히도 재주 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 역시 대신 읽어주는 이가 있기에 내게는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분야를 담았다바로 옛 사람들의 시를 음을 달고 훈을 풀어내어 뜻을 새긴 저자의 안대회의 소회를 밝히고 엮은 책이다. "옛 시인들의 숱한 한시들과 그에 관련된 자료들 중에서 시인이 살아가면서 겪은 희로애락을 시인만의 절실한 체험으로 녹여낸 작품을 가려 뽑아 모은" 152편의 한시에 해설을 붙였다.

 

이 책의 멋진 제목은 어디서 왔을까 하고 찾아보니 조선 영조 때 문인인 홍신유(洪愼猷1724-?)의 시에서 가져온 것이었다그 시를 옮기며 천천히 음미한다옛 사람들의 글에 관심이 있어 늘 주목하며 찾아보는 분야이기에 책을 선택한 것이 맞지만 중요한 다른 이유는 책의 제목 때문이었다.

 

閒中한중

墻角槐花灑地斑 장각괴화쇄지반 晴空一解駁雲頑 청공일해박운완

人方偃臥羲皇上 인방언와희황상 月亦徘徊斗牛間 월역배회두우간

天外無邊東海水 천외무변동해수 人間何處漢陽山 인간하처한양산

有才豈有不忙客 유재개유불망객 惟喜無才我獨閒 유희무재아독한

 

한가하다

담 모퉁이 회화나무는 땅바닥 여기저기 꽃을 뿌리고

억세던 구름장이 걷혀 하늘도 모처럼 활짝 갰다

태평성대 사람인양 비스듬히 누워 보니

남쪽 하늘 별 사이로 달도 함께 배회한다

하늘 밖이라 끝없이 동해바다 넘실대니

이 세상 그 어디에 서울이란 데가 있나?

재주 있는 사람 치고 바쁘지 않은 이가 있던가?

다행이도 재주 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

 

이 책에는 이 閒中한중을 비롯하여 송익필(宋翼弼, 1534~1599)의 시 獨行독행처럼 제법 오랫동안 마음을 붙잡는 시들이 있다익히 아는 시도 있지만 대부분 생소한 시들이 많아서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 또한 제법 크다.

 

이러한 옛사람들의 글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옛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며 세상을 살아가는 근본 바탕에 무엇을 두어야 하는지벗들과 사귐의 있어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또 무엇이 있는지 등을 살펴 오늘을 살아가는 나 자신의 잣대를 세우고 점검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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