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살 이덕무
-이덕무 저, 정민 역, 민음사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 나던 젊은 5년간의 기록들이다. 메모광이던 그는 생계를 위해 엄청난 양의 책을 통째로 베꼈다. 늘 빈 공책을 놓아두고, 좋은 글귀와 만나면 그때마다 옮겨 적었다."

무인편戊寅篇, 세정석담歲精惜譚, 적언찬適言讚, 매훈妹訓


'젊은 날 이덕무의 초상'으로 내 지난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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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難得糊塗난득호도, 吃虧是福흘휴시복'

난득호도 難得糊塗

聰明難, 糊塗難 총명난, 호도난
由聰明轉入糊塗更難 유총명전입호도갱난
放一著, 退一步, 當下心安 방일저, 퇴일보, 당하심안
非圖後來福報也 비도후래복보야

총명하기는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욱 어렵다.
집착을 버리고 한걸음 물러서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며, 
뜻하지 않고 있노라면 후에 복으로써 보답이 올 것이다.

흘휴시복吃虧是福

滿者損之機 만자손지기
虧者盈之漸 휴자영지점
損於己卽盈於彼 손어기즉영어피
各得心情之半 각득심정지반
而得我心安卽平 이득아심안즉평
且安福卽在時矣 차안복즉재시의

"가득차면 덜어지게 되어 있고 
비어 있으면 점점 차게 되어 있다.
내가 손해를 보면 다른 사람이 이익을 본다.
그러면 각각 심정의 절반씩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얻게 되니
이 어찌 복 받을 때가 아니겠는가. 

*중국 청靑나라의 화가 겸 서예가로 유명한 판교 정섭(1693~1765)의 '난득호도難得糊塗'와 '흘휴시복吃虧是福'을 설명하는 글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난득호도'는 '어리숙해 보이는 게 어렵다'는 뜻이고, '흘휴시복'은 '손해를 보는 것이 곧 복이다'라는 뜻이다.

이 말이 나온 유래는 다음과 같다.
산둥山東성의 지방관리로 근무하던 정판교는 어느 날 먼 친척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가옥의 담장을 놓고 이웃과 송사가 벌어졌으니 지방관에게 잘 봐달라는 편지 한통을 써달라는 청탁이었다. 정판교는 편지를 다 읽은 뒤 시 한 수를 답장 대신 보냈다.

千里肖書爲一牆 천리소서위일장
讓他幾尺又何妨 양타기척우하방
萬里長城今猶在 만리장성금유재
不見當年秦始皇 불견당년진시황

"천 리나 편지를 보낸 것이 담장 하나 때문인가? 
그에게 몇 자를 양보하면 또 어떤가? 
만리장성은 아직도 남아있는데 
어찌 진시황은 보이질 않는가

그는 이 시와 함께 '난득호도難得糊塗'와 '흘휴시복吃虧是福'이라 직접 쓴 편액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사진은 초여름 풍경 중 놓치지 않고 찾아보는 모습이다. 여러해살이풀의 한 종류인 '띠'가 꽃을 피웠다. 산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하늘의 구름처럼 가볍다. 그 한가로운 모습이 좋아서 찾아보지만 정작 속내는 따로 있다. 세상살이 온갖 욕심의 굴곡을 내달리며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경계코자 함이다. 그 방편으로 삼을만한 문장이라 여겨 길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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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꽃
낯선 숲길은 언제나 한눈 팔기에 좋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익숙한듯 하면서도 늘 새로운 생명들이 있어 숲을 찾는 이들을 반긴다. 한눈에 알아본다.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사진을 보고 눈에 익힌 결과다.


작은 꽃대를 곧추 세웠다. 반듯한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기품을 느낀다. 꽃봉우리를 만들어 자잘한 꽃들을 달아 주목받는다. 키도 작고 꽃도 작은 것이 홀로 또는 무리지어 피어 꽃대를 받치는 초록의 두툼한 잎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모내기가 끝난 논에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는 그 새를 닮았다. 꽃의 잎과 잎맥 모양이 두루미가 날개를 넓게 펼친 것과 비슷해서 두루미꽃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낙없는 그 모습이다.


지난해 첫눈맞춤하고 다시 찾은 세석에서는 마치 오기를 기다렸다는듯 반겨준다. 두루미의 고고한 자태를 닮은 것과는 달리 '화려함', '변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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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의 인문 여행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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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해질 무렵이면 노을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서쪽으로 난 길을 올라 그 길이 끝나는 곳에 소나무 가지가 머리 위로 늘어진 바위 끝에 오른다호남고속도로 한 줄기가 아득히 펼쳐지고 그 길을 감싸듯이 산들이 늘어선 곳이다그 도로를 따라가던 해가 산을 넘어가는 시간에 맞춰서 바위 끝에 서면 붉은 노을에 물들어가는 자신과 만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그 장소만이 가진 특별함으로 때맞춰 찾게 되는 공간이다.

 

이처럼 장소가 주는 특별함이 극대화 되는 것은 여행만한 것이 또 있을까장소와 장소를 잇는 시간의 흐름을 쌓아가는 것이 여행이라 생각한다그만큼 여행에서 장소가 차지하는 의미는 크다우리는 여행에서 장소가 차지하는 비중만큼 장소에 대해 적절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지리학자의 인문여행은 여행지를 고르지만 말고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여행하는 지리학자 이영민이 인문지리학적 관점으로 장소와 그곳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행기이다장소가 갖는 특별함을 놓치지 않고 경험할 수 있으려면 적절한 준비가 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그 중심에 인문지리학적 관점이 있다.

 

이 책 지리학자의 인문여행은 이화여자대학교의 [여행과 지리글로벌화의 지역 탐색]이라는 강의를 바탕으로 엮어진 책이다이화여대 학생뿐 아니가 인근 학교 학생들까지 청강을 올 정도로 인기 있었던 강의였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역으로 생각하면 보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한다여행이 보편화된 시대에 각기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여행을 꾸려갈 것이다하지만 준비된 여행과 그저 따라만 가는 여행은 분명 차이가 있다준비된 여행에서 장소에 대한 사전 준비 정도에 따라 여행의 내용은 달라 질 것이 분명하다여행에서 장소와 사람들을 왜 충분히 알아야 하는지또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이영민의 지리학자의 인문여행은 드러난 것을 본다는 의미의 ''이 아니라 눈을 크게 뜨고 깊이를 더하여 자세히 본다는 ''에 더 가깝다자연환경이 주는 아름다음에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짐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그 장소만의 독특함을 알아볼 수 있어야 가치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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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향 煮茗香

呼兒響落松蘿霧 호아향락송나무
煮茗香傳石徑風 자명향전석경풍

아이 부르는 소리는 송나를 스치는 안개 속에 들려오고
차 달이는 향기는 돌길의 바람을 타고 전해오네.

*진각국사가 스승인 보조국사가 있는 억보산 백운암을 찾아 갔을 때, 산 아래에서 스승의 목소리를 듣고 읊은 시라고 한다.

송나松蘿를 쓴 스님의 모습에는 이미 차향 가득할테니 들고나는 모든 소리 역시 차향이 배어있으리라. 차 달이는 향기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찾아본 글 귀다.

한껏 주목 받을 수 있었던 화려함을 버리고 나니 감춰진 자신과 직면한다. '이쁘다', '화려하다', '이름값 한다'는 요란스러웠던 공치사는 메아리로도 남지 않았다. 무엇이 '나'인가라는 물음 역시 진즉 산을 넘었다. 꽃이 떨어지는 후 돌아보는 않은 모습에 주목한다. 걸음을 멈추고 눈맞춤하는 이유는 생명을 품고 있는 꽃의 마음에 향기를 쫒는 이의 마음을 담아 '헌화가'를 부르기 위함이다

자명향 煮茗香,
'차 달이는 향기'를 볼 수 있다면 헌화가를 부르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꽃이 진 자리에 향기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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