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과 먹줄
선비는 마음을 거울처럼 밝게 하고, 몸단속을 먹줄처럼 곧게 지녀야 한다. 거울은 닦지 않으면 먼지로 더렵혀지기가 쉽다. 먹줄은 곧지 않으면 나무가 굽게 되기 일쑤다. 마음은 밝지 않으면 욕심에 절로 가려지고, 몸에 규율이 없으면 게으름이 절로 생겨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려면 또한 마땅히 닦아야 하고 곧게 해야만 한다.

士子明心如鑑, 律身如繩. 鑑不磨則塵易汚, 繩不直 則木易曲. 心不明則慾自蔽, 身不律 則惰自生. 治心身, 亦當磨之直之.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열여덟 살에 쓴 무인편戊寅篇에 나오는 글이다. 무인편은 그해 겨울 삼호의 수명정에 살면서 스스로 경계로 삼고자 쓴 서른여덟 단락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 모음이다.

열여덟이면 이미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세배 이상의 나이를 먹은 오늘의 나와 비교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밝고 맑은 마음으로 스스로 정한 규율에 몸의 게으름을 경계하고자 하는 일이 어찌 나이와 상관 있겠는가.

맑고 밝아 그 곱기가 형용할 말을 찾지 못하는 함박꽃나무다. 이와 눈맞춤 하고자 산을 오르는 마음가짐으로 오늘을 산다면 아찔해진 정신을 조금이나마 다독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거울을 닦듯 마음을 닦고, 먹줄을 치듯 몸가짐을 곧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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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손ㆍ바라지
(2019. 6. 26 국립무형유산원 공연)

씻김시나위, 비손, 생사고락, 무취타, 바라지 축원

분명하다. 지향志向하는 바가 확실하기에 무대 위의 모든 것이 넘치지 않는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몸짓, 맑고 밝아 더 간절한 소리. 이 모두가 관객을 몰입으로 이끈다. 담백하기에 힘이 쎄다.

누군가를 물심양면으로 알뜰히 돌본다는 의미의 '바라지', 맺힌 바를 풀어가는 '해원解寃'의 다른 이름으로 이해한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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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참꽃나무'
본 듯 싶은데 아닌 것도 같다. 무엇과 닮았다는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는 의미다. 모르면 어떤가 눈에 들어와 눈맞춤하는 순간 내게 자리잡은 그 마음이 소중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식물을 알아간다.


지리산 세석평전 위 능선에서 만났다. 바위틈에 자리잡고 크지 않은 나무가 아주 작은 꽃을 피웠다. 흰참꽃나무는 지리산, 덕유산 및 가야산 등 남부 고산지역에서 자라는 흔치 않은 식물이라고 한다.


흰색의 꽃에 꽃술이 두드러지게 보여 더 눈길을 끈다. 2~6개의 꽃이 붙어서 핀다는데 대부분 2개씩 피어 있다. 작은 키의 나무에 녹색잎 사이에서 반짝이듯 핀 꽃이 앙증맞다는 느낌이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반겨 이름 불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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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9-06-27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 덕분 일까요? 진달래랑 닮았어요

무진無盡 2019-06-27 22:21   좋아요 0 | URL
같은 집안으로 분류되긴 합니다~^^
 

#시_읽는_하루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의 시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이다. 관계의 상호작용, 사람 살아가는 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 중 아주 특별함으로 관계 맺어가는 사이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움의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안다. 늦지 않게 알 수 있기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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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가 익었다. 뜰을 마련하고 가장먼저 한 일이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자두, 사과, 복숭아를 비롯하여 살구에 포도, 앵두, 석류, 산수유, 뜰보리수 등을 심고 꽃 피고 열매 맺는 동안 늘 함께 한다. 앵두는 제풀에 꺾여 나갔고 복숭아는 벌레 때문에 맛도 못보고 살구는 이제서야 열매 맺으니 그중에 가장 믿을 만한 나무가 자두나무다.


익거나 벌레먹어 떨어지는 동안 조금씩 따 먹던 것을 올해는 붉게 익기 전에 미리 수확했다. 자두청을 만들어 여름 음료로 마시면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최고 좋은 음료수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붉게 익은 것은 따로 골라두고 딸이 오면 함께 먹을 것이다.


한입 베어 무니 입 안 가득 싱그러움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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