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함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가져온 

봄소식으로 채워지는 것이라 

텅빈 충만을 누리는 일만 남았다.

산기슭에 복수초도 피었다니 

급하게 달려오는 봄마중 보다는 

아직은 누리지 못한 겨울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할 때다.

잘 보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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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란

봄볕을 마음껏 품었다.

말만 듣고 찾아간 바닷가 낮은 야산에서

무리지어 핀 모습에 반하여

한동안 눈맞춤하며 잘 놀았다.

22년에 만난 꽃들 중에

기억에 남은 꽃을

23년 1월로 이어서

하루에 한가지씩 돌아 본다.

#22년에만난꽃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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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나무

자잘한 꽃이 새 가지 끝에 모여 핀다.

가지를 꺾어서 껍질을 벗기면 국수와 같은 하얀 줄기가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22년에 만난 꽃들 중에

기억에 남은 꽃을

23년 1월로 이어서

하루에 한가지씩 돌아 본다.

#22년에만난꽃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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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슬픔이 하는 일

슬픔은 도적처럼 다녀간다

잡을 수가 없다

몸이 끓인 불,

울음이 꽉 눌러 터뜨리려 하면

어디론가 빠져 달아나버린다

뒤늦은 몸이 한참을 젖다 시든다

슬픔은 눈에 비친 것보다는 늘

더 가까이 있지만,

깨질 듯 오래 웃고 난 다음이나

까맣게 저를 잊은 어느 황혼,

방심한 고요의 끝물에도

눈가에 슬쩍 눈물을 묻혀두고는

어느 결에 사라지고 없다

슬픔이 와서 하는 일이란 겨우

울음에서 소리를 훔쳐내는 일

*이영광 시인의 시 "슬픔이 하는 일"이다. 자기 위로와 치유의 한 방편으로 이 만한 것이 있을까, 슬픔.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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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樹平沈雨意遲 연수평침우의지

晩來看竹坐移時 만래간죽좌이시

老禪碧眼渾如舊 노선벽안혼여구

更檢前年此日詩 갱검전년차일시

이내 낀 나무 어둑하나 비 내릴 기미 없고

늦어 돌아와 대숲 바라보며 오랫동안 앉았다

늙은 선사의 푸른 눈은 전과 다름없는데

지난 해 읽은 시를 오늘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

*조선사람 유호인(兪好仁, 1445~1494)의 시다. 호는 임계(林溪)·뢰계(뢰溪). 조선 전기의 문인. 시ㆍ문ㆍ서에 뛰어나 당대 3절(絶)이라 불리었다.

매화 피었다는 섬진강 언저리를 거닐었다. 수줍은 홍매는 한두송이 볼까말까 하여 아쉬움을 더하기에 푸르른 대숲으로 들었다. 대숲의 서늘한 기운이 엄습하나 열린 틈 사이로 봄이 오는 듯하다.

대숲을 벗어나 지난 해 읽은 시를 다시 읽으며 다음날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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