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사, 바꿔 써야 할 세 가지 문제
이도상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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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시공간을 초월하여 동시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른바 지구촌 공동체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자국의 이해요구를 앞세우는 일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역사를 역행하는 일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수많은 나라들은 자국의 국민과 이익을 위해 오히려 더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나라들은 약소국가들이 아닌 힘 있는 나라들에서 더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세계화는 결국 자기나라의 이익을 확보, 증대하기 위해 펼치는 강대국들의 국수적인 민족주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일 것이다.

 

민족주의가 국수적인 차원에 머물게 된다면 이는 인간을 스스로 억압하는 경향성으로 흐르겠지만 민족의 구성원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현재 자신과 민족의 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하여 다가올 미래를 보다 희망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무엇보다 역사교육이 아닌가 한다. 민족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역사를 살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강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을 그리 만만치 않다. 그것은 국가에서 역사교육을 선택의 문제로 넘긴다던지 현행 국사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을 살필 때 교육부를 비롯한 역사학계 등 관련 담당자들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도상의 ‘한국 고대사, 바꿔 써야 할 세 가지 문제’는 당연한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오히려 조심스러운 일이 되는 것처럼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하나, 고대조선은 실재한 나라인가, 허구인가?, 둘,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는 언제부터인가?, 셋, 기자국과 위만국, 한사군은 우리 역사인가? 라는 세 가지 문제에 주목하여 한국 고대사를 다시 살핀다. 이는 우리 학계와 정부 관련 담당자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사의 출발점이 되는 고대사에 대한 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록물에 의존하다 보니 해석상의 문제를 안고 출발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고고학의 발전이 눈부신 성과를 축적한 현재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역사해석에 대한 오류를 새로 잡아가야 할 것이라 본다. 이 책의 구성이 바로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제1부는 국사 교과서를 관장하는 부서에 보내는 메시지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잘못된 부분을 검토했다. 후학들이 고대사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자료 제공과 더불어 연구 방향까지 제시하고자 하는 제2부에서는 우리 역사학계가 안고 있는 논리상의 갈등과 모순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문헌사학/고고학/신화학을 결합해 한국 고대사 편년을 그렸다. 제3부는 단군왕검 이야기가 신화가 아니라 사화임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상식이라는 의미에서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고조선’을 ‘고대조선’이나 ‘단군신화’를 ‘단군왕검사화’로 ‘기원전’이라는 표기를 ‘서기전’ 으로 고쳐야 한다는 등 저자의 주장에 공감을 한다.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의 기원과 사상, 문화의 원형의 출발로써 고대조선과 관련된 이 이야기는 단지 지나간 일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 삶을 규정하는 소중한 역사로 재인식하고 이를 올바로 이해하여 민족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특히, 역사학계나 국사편찬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에 민족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이 가지는 가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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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섬의 만찬 - 안휴의 미식 기행
안휴 지음 / 중앙M&B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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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그것은 사람의 향기다

오래전 남도의 바다위에서 막 건져 올린 새우 한 마리를 두고 난감해 한 적이 있다. 딱딱한 옷을 입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팔딱거리는 움직임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그것을 먹으라는 압박(?)에 잔뜩 인상을 쓰면서 입안에 넣었다. 다행이 껍질을 까고 먹었기에 입안에 전해지는 생소함이 있긴 했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번지는 그 순간의 미묘한 느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후 다양한 경로로 새우를 먹었지만 그 맛은 결코 따라 올 수 없었다. 그렇다면 생소했던 그 경험이 어떻게 십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기억되는 것일까? 어릴 적 바닷가에서 살긴 했지만 간척사업으로 바다가 막히고 일상이 바다와는 떨어진 것이라 크게 바다음식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 후 결혼하면서 다시 바다와 만났다. 새우의 그 단맛을 경험한 것도 바로 결혼 후의 일이다. 바다음식 중 생경함으로 다가왔지만 익숙해진 것이 생선 미역국이다. 미역국은 소고기를 넣어 끊인 것이나 기껏해야 새우국물을 넣은 것이 전부였는데 돔을 넣어 끊인 미역국을 접하면서 바다음식의 새로운 맛에 깊이를 알아가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이처럼 음식은 자신의 특별한 경험이 시간이 흐르며 잊혀 지지 않고 다시 찾고 싶은 힘을 가졌다. 입맛이 특별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렇게 자신만의 기억 속에 간직한 음식이 있을 것이다. 음식재료가 무엇이든 그 가격이 얼마든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일부러 맛을 찾아 다닐 만큼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라면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에 큰 흥미를 끌지 못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음식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와 그 음식이 만들어지는 지역의 역사에 대한 흥미로움은 음식의 맛과는 상관없이 관심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음식과 사람 그리고 생산지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음식관련 책이 있다.

 

‘바다와 섬의 만찬’이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맛에 남다른 애정과 애사롭지 않은 입맛을 타고난 저자 안휴가 우리나라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담아낸 미식기행이다. 울릉도를 시작으로 부산, 거제, 완도, 청산도, 고금도, 약산도, 통영, 진도, 관매도, 흑산도, 홍도, 제주도를 비롯하여 강진, 영암, 목포, 무안, 담양으로 지어지며 강원도 국수로 끝을 맺고 있다. 맛을 찾아 같은 곳을 여러 번 찾아 그 맛의 변화 없음도 확인하는 저자의 열정어린 발걸음이 심상치 않다.

 

안휴의 미식기행에 올라오는 모든 음식재료는 산지에서 막 건져 올린 싱싱함이 우선이다. 여기에 음식을 만들어 내는 요리사들의 정성과 자신만의 독특한 식재료가 더해지며 재료가 가진 원래의 맛이 더 풍부해지며 때론 다른 맛으로 변하기도 한다. 음식은 그래서 사람의 향기가 스며들어 사람에게로 전해지며 그 맛이 사람을 불러 모은다. 그 맛의 부름에 저자와 같은 미식가나 미식가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은 일반인들이 모여들어 다시 사람의 맛으로 태어나는 것이리라. ‘바다와 섬의 만찬’에는 음식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또 다른 관심사 중 하나인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안휴의 술 이야기'로 코냑, 위스키, 진, 보드카를 비롯하여 각 지역의 막걸리와 진도의 홍주 등 전통주까지 이어지고 있다. 술과 음식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듯 음식, 술, 사람이 저절로 어울리는 이야기들이다.

 

삼면이 바다이고 육지의 농사 또한 풍성한 곳들에서 음식으로 변하는 다양한 재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맛의 향연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입맛을 다지게 된다. 안휴처럼 맛에 대한 열정이나 식감을 지닌 사람이 아닐지라도 제철에 나는 음식을 그 고장에서 먹을 기회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이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에 어울리는 맛은 무엇일까?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어울리는 맛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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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 작가와 함께 떠나는 감성 에세이
조정래.박범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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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누구랑 함께 떠날까?

새벽안개가 농도를 더해가며 밤낮으로 기온차가 심하다는 것을 느끼면 벌써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환절기마다 겪게 되는 계절앓이를 치루며 변화를 실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뒤숭숭해 지는 시간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일상으로부터 떠남이 아닐까. 특히, 무덥던 여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정상적인 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 일상으로부터 잠시 떠남일 것이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나들이 또는 여행의 계절이 온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미 단풍 소식을 전하며 그런 사람들의 마음에 바람을 불어 넣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고 해도 어디로 갈지 누구랑 갈지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고 있는 책이 있다. 다양한 층으로부터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문인이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동행하며 풍경을 느끼고 마음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조정래, 박범신, 하일지, 하성란, 김탁환, 김용택, 강은교, 이문열, 김주영, 성석제, 이순원, 정호승, 고은 등 열다섯 명으로 이름만으로도 이미 흥미를 넘어선 무엇이 있을 것 같은 걸출한 문인들이다. 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이 여행길에 동행한 사람들로는 영화감독 정지우, 재즈피아니스트 진보라, 가수 유열, 연기자 김창숙, 소리꾼 장사익, 변호사 김병준, 개그맨 남희석, 산악인 엄홍길, 배우 김현식, 박철민, 화가 이종구 등이다.

 

그들이 친구와 함께 간 곳은 전라남도 완도, 전라북도 부안, 강원도 양양, 전라북도 김제, 경상북도 안동, 영양, 경상남도 진해, 경상북도 울진, 강원도 강릉, 경상남도 거제, 경상북도 경주, 경상북도 단양, 강원도 평창, 경상북도 상주, 전라남도 화순, 강진, 전라북도 군산 등이다. 작가들의 고향이기도 하고 자신의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고 고향보다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풍경이 주가 되는 곳도 있고 기억이 주인공이 되는 곳 또는 맛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 여행지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담아 두고 있어 혹 그곳을 찾게 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곳이든 모두 사람이 있다. 그 사람으로 하여 특별한 여행이 된다. 동행한 일행과의 인연이나 여행 중 쌓여가는 우정이 더해지며 이야기가 더 풍성해 진다. 또한 작가들은 작가로 성장하는 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들이 여행지의 풍경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이야기가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작가들에 대한 이미지에 폭과 넓이를 더해가며 독자들로 하여금 한발 더 작가와의 심적 거리를 좁혀주고 있다.

 

풍경, 기억, 인연, 맛 등 여행의 갖가지 묘미를 한권에 모아 놓은 듯 한 이 책이 더 주목되는 이유는 여행지 보다는 사람의 기억이 아닌가 한다. 이렇듯 여행은 시끌벅쩍한 분위기의 혼란스러움 보다는 사람의 기억과 풍경 그리고 가슴속에 담아둔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작가들이 떠난 여행지를 찾아 갈 수도 있지만 그들이 그렇게 여행을 다녀왔듯이 우리 모두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떨까?

 

또한 여행은 ‘어디’가 중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누구’와 갈 것인지도 빼 놓을 수 없다. 혼자여도 좋지만 특별한 누구와의 여행은 더 좋지 않을까? 다가오는 여행의 계절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할 여행을 꿈꾸게 된다면 이미 그 사람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여행의 맛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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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 - 테오의 여행테라피
테오 글.사진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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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어디든 너와 함께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말에 여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떠난 본 사람만이 있던 자리를 훌쩍 털어버리고 떠날 수 있으며, 많이 다녀본 사람만이 적당히 쉴 곳도 금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 그 무덥던 날도 바깥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로 바뀌었다. 이른바 여행의 계절 가을이 온 것이다. 우리에게 가을은 파아란 하늘과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를 먼저 생각하는 여행이란 어쩜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것에 치우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일상에 묶여 그마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숨 쉬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여행을 떠올리게 될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를 때? 매진하던 일에 실패했을 때?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버림받았을 때? 살다 보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꿈, 일, 사랑, 목표 등 갖가지 이유를 들더라도 여행을 생각하는 상황은 결국 자신을 찾고 싶을 때가 아닌가 싶다. 스스로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상황에 매몰되어 헤맬 때 어디로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떠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 여행의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고 해도 어디로 갈 것인지 막막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떠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 다시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테오의 ‘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은 그러한 현실적인 고민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여행 테라피스트’라는 저자의 경험을 한껏 살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적절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여행지를 알려주는 형식의 여행서가 아니라 본래 여행을 생각하게 된 그 이유를 놓치지 않으면서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24가지 주제를 네 가지 큰 틀로 나누고 국내 여행지와 해외 여행지를 번갈아 소개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울 때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마을에서 탱고 배우기를 시작으로 비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홍대의 작은 카페를 골라 이야기를 시작하기, 삶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결정하지 못할 때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 마을에 머물다 오기, 갖고 싶은 사랑이 있을 때 태국의 치앙마이를 찾아가 풍뎅이들의 결투 보기, 미운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는 새벽이 아침과 닿는 시간에 광안리 해변을 걷기, 가슴 떨리는 사랑이 시작될 때 금오지 주변을 두 번 돌아 걷기, 무작정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때 인천공항 출국 라운지 카운터 D를 방문하기 등과 같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벗어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참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똑똑합니다. 그런 우리들의 여행이 정교한 사업계획서와 출장보고서 형태를 갖추는 건 그래서 당연합니다. 남들보다 천 원만 더 비싸게 지불해도 실패한 여행이 됩니다. 조금만 돌아서 당도해도 미련이 따라 옵니다.’

 

여행마저도 빈틈없이 짜인 일상처럼 대하는 사람들에게서 여행은 무엇일까? 여행을 생각하게 된 근본 이유도 잊어버리는 것이 과연 여행일까? 저자 테오의 ‘여행 테라피스트’라는 말에는 결국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면해 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과 다름이 아닐 것이다. 하여 일상에 지쳐,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 내면의 자신과의 만남이 필요한 여행은 어쩜 특별한 장소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곳이 어디던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면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굳이 먼 해외를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 어디든 여행지는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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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 박웅현·최재천에서 홍정욱·차인표까지 나다운 삶을 선택한 열두 남자의 유쾌한 인생 밀담
조우석 지음 / 중앙M&B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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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보통의 남자들은?

 

‘모여 봤자 전날 마신 술 이야기가 화제의 전부이고, 더 나가봤자 자동차와 골프, 진부한 정치 뒷이야기 말고는 나눌 수다가 없는 요즘 대한민국 남자들’

 

이보다 더 적절하게 우리들의 현실을 표현한 글이 있을까 싶다. 나도 이제는 중년이며 내일이면 공자가 말한 지천명의 나이를 먹게 된다. 살아갈 날의 희망보다는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고가 더 많은 시간이 될 것이 뻔 한 시간이 아닐지 모르겠다. 지난 10여년 그런 날을 예상하고 준비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혼자인 시간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악기를 배우는 것과 작은 공간이지만 나만의 서재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악기는 우리 악기 대금을 배우는 중이며 서재 또한 마련했다. 이제 서재라는 공간에서 나 만의 시간으로 어떻게 채워가야 하는지 온전히 내 몫이다. 거창한 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악기를 연주하고 마련된 서재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차 한 잔 나누며 마음 넉넉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무게감을 감당하기도 벅찬 사람들에게 역시 거창한 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현실이 아닌지......

 

몇 년 전, 대한민국 남자에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적이 있었다. 암담한 현실을 가냘픈 어께에 짊어지고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남자들 말이다. 아니 정확히 아버지란 이름의 남자에게 사회적으로 동정의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도 이제는 시들해진 것일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남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은 오기나 할까?

 

광고인 박웅현, 사진가 윤광준, 가수·화가 조영남,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공간 디자이너 마영범, 수학자 강석진, 전 국회의원·발행인 홍정욱, PD 송창의, 배우·작가 차인표, 만화가 이원복, 영화인 김동호, 화가 이왈종

 

여전히 주목받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 속에서 보여 지는 일부의 모습이 마치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못난 사람의 의기소침해 하며 삐딱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을 읽으며 내내 드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우리시대 성공한 남자들이 자신의 뜻대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더불어 자신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어쩜 선택받은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하는 것 말이다.

 

그렇더라도 이들의 삶 속에는 부러운 점이 있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삶에서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점이 이들이 그 ‘딴짓’도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딴짓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부럽더라도 그들의 딴짓에 마음이 가는 이유다. 공간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서재라는 독립공간이 주는 매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독립공간은 곧 자신과의 만남을 전재로 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동반하는 것이 자기성찰일 것이다. 그 자기성찰이 스스로를 삶에서 주인공으로 만드는 근원이라 본다. 또한, 그들의 공통점 하나는 인문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다. 인문학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며 그 사람의 근본에 대한 성찰로부터 출발하고 있기에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시대 보통의 남자들도 자신만의 독립공간을 만들어 스스로 주인공의 삶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진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기회를 제공하는 이 책이 내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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