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 박웅현·최재천에서 홍정욱·차인표까지 나다운 삶을 선택한 열두 남자의 유쾌한 인생 밀담
조우석 지음 / 중앙M&B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그렇다면 보통의 남자들은?

 

‘모여 봤자 전날 마신 술 이야기가 화제의 전부이고, 더 나가봤자 자동차와 골프, 진부한 정치 뒷이야기 말고는 나눌 수다가 없는 요즘 대한민국 남자들’

 

이보다 더 적절하게 우리들의 현실을 표현한 글이 있을까 싶다. 나도 이제는 중년이며 내일이면 공자가 말한 지천명의 나이를 먹게 된다. 살아갈 날의 희망보다는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고가 더 많은 시간이 될 것이 뻔 한 시간이 아닐지 모르겠다. 지난 10여년 그런 날을 예상하고 준비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혼자인 시간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악기를 배우는 것과 작은 공간이지만 나만의 서재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악기는 우리 악기 대금을 배우는 중이며 서재 또한 마련했다. 이제 서재라는 공간에서 나 만의 시간으로 어떻게 채워가야 하는지 온전히 내 몫이다. 거창한 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악기를 연주하고 마련된 서재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차 한 잔 나누며 마음 넉넉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무게감을 감당하기도 벅찬 사람들에게 역시 거창한 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현실이 아닌지......

 

몇 년 전, 대한민국 남자에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적이 있었다. 암담한 현실을 가냘픈 어께에 짊어지고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남자들 말이다. 아니 정확히 아버지란 이름의 남자에게 사회적으로 동정의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도 이제는 시들해진 것일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남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은 오기나 할까?

 

광고인 박웅현, 사진가 윤광준, 가수·화가 조영남,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공간 디자이너 마영범, 수학자 강석진, 전 국회의원·발행인 홍정욱, PD 송창의, 배우·작가 차인표, 만화가 이원복, 영화인 김동호, 화가 이왈종

 

여전히 주목받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 속에서 보여 지는 일부의 모습이 마치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못난 사람의 의기소침해 하며 삐딱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 ‘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을 읽으며 내내 드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우리시대 성공한 남자들이 자신의 뜻대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더불어 자신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어쩜 선택받은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하는 것 말이다.

 

그렇더라도 이들의 삶 속에는 부러운 점이 있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삶에서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점이 이들이 그 ‘딴짓’도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딴짓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부럽더라도 그들의 딴짓에 마음이 가는 이유다. 공간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서재라는 독립공간이 주는 매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독립공간은 곧 자신과의 만남을 전재로 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동반하는 것이 자기성찰일 것이다. 그 자기성찰이 스스로를 삶에서 주인공으로 만드는 근원이라 본다. 또한, 그들의 공통점 하나는 인문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다. 인문학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며 그 사람의 근본에 대한 성찰로부터 출발하고 있기에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시대 보통의 남자들도 자신만의 독립공간을 만들어 스스로 주인공의 삶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진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기회를 제공하는 이 책이 내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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