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대 불가사의 - 과학 유산으로 보는 우리의 저력
이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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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자긍심의 근거를 찾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그나마 한쪽은 이념의 대립으로 갈라진 나라,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조그마한 나라 그것도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나라가 있다. 무엇하나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으로 보일만한 것 없어 보이는 한국이 세계 경제적 강대국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반도체를 비롯한 휴대폰에서 세계 점유율 수위를 다투는가 싶더니 경제대국의 대열에 서 있으며 이젠 k-pop과 드라마 등으로 세계 다양한 민족과 나라에서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경제력을 넘어선 문화수출국으로 당당하게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처럼 각양 각종의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190여 개국이 넘는 나라들 사이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강대국을 위협하고 개발도상국들의 롤 모델이 되며 그 경쟁력을 강화해 가고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러한 세계적 경쟁력의 근원을 찾아보고 한국이 그런 경쟁력의 근원을 찾아 보다 높은 민족적 자부심과 긍정적 효과를 보는 시각에 상이한 점을 있음이 현실이다. 흔히들 조그마한 반도국가 한국이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고 그 위상을 높여가는 것에 대해 애써 축소하거나 민족적 자긍심 보다는 다른 이유를 찾아 그 긍정성을 낮춰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국 역사에서 관계성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우리 민족의 저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성에 비추어 우리 민족의 저력은 그저 우연한 기회에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에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책의 저자를 만난다.

 

이종호의 ‘한국 7대 불가사의’는 한국 역사의 문화유산에서 그 근거를 찾고 이를 통해 지금 한국의 세계적 경쟁력이 일회적이거나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저자가 한국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한 것으로는 고인돌 별자리, 신라의 황금 보검, 다뉴세문경, 고구려의 개마무사,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수군의 함포, 훈민정음 등이다. 모두 누구나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잘 알려진 제목들이지만 그 구체적 내용까지 알고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7대 불가사의가 저자의 자의적 선정이라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내용을 따라가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이름뿐인 문화유산이 아니라 각기 그 문화유산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그러한 문화유산을 만들었던 선조들의 지혜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특징을 갖는 유전적 기질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과 동일선상에 있음을 확인할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의 발명품으로 유명한 인쇄술이나 종이 등에서 우리민족이 그것을 뛰어넘는 창의선과 창조성을 확인할 수 있어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우리민족의 우수성에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우리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부분 공감할 수 있어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더욱 저자의 실증사학의 입장에서 우리민족의 고대사를 바라보는 일련의 학자들에 대한 비판에서 그 공감대를 더 강하게 하고 있다. 이는 현대의 세계화 시대에 자국의 역사를 강조하며 인접국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동북공정과 같은 국제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7대 불가사의에 포함되지 않은 더 많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연구와 그에 합당한 평가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자의가치관에 따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 가에 있어 민족성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며 현대 사회에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민족의 전체에게 올바른 것인지 역사학자들에게 묻고 싶은 마음이다.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한 것부터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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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람 - 마음이 맑고 깊어지는 고전 공부
김학경 지음 / 보누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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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와 가을에 함께하고픈 고전의 정수

음력 8월 보름, 추석이 눈앞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힘든 길을 달려가지만 각자 마음 속에는 태어나 자란 곳에 대한 향수가 가득할 것이며 자신을 뿌리인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앞서 발걸음은 빨라지게 마련이다. 이런 감정은 나이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갖는 것이지만 세월의 무게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그 비중은 달리하여 다가오게 마련이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향은 어쩌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는 더욱 그 도를 더해가기 마련이다.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 이는 살아갈 날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는 것이리라. 지난 시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바둑의 복기를 하듯 세세하게 기억할 수 없으나 대략적인 삶의 흔적을 돌아보며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 근거를 살피는 것이지만 늘 상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삶에서 특별한 기회를 통해 그러한 시간을 갖게 된다.

 

몇해 전 책했던 책 한 권은 그런 특병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기에 오랫동안 곁에 두고 틈 손가는 대로 살펴보곤 했다. 황광옥이 쓴 ‘동양철학 콘서트’(두리미디어, 2009)로 한자를 통해 자신과 세상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살필 수 있었다. 동양 사회에서 태어나 유전자 속에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이 한자이지만 그 한자 속에 자신을 투영하며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한자 속에 녹아 있는 동양정신에 자신을 비추어 본다는 것이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오늘 그와는 성격이 조금 다른 책이지만 비슷한 기회를 제공하는 책을 접한다. 마음이 맑고 깊어지는 고전 공부라는 설명에 맞게 맑은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히 자신을 돌아보고 깊은 성찰이 필요한 것이기에 김학경의‘인생을람’이 새롭게 다가온다.

 

‘인생을람’은 동양사상의 진수를 담은 고전에서 발췌한 경구를 담고 있다. 혜(慧), 행(行), 연(然), 풍(風), 세(世), 의(義), 인(仁), 학(學)으로 구분하여 그에 걸 맞는 짧은 글귀는 그냥 스치듯 읽고 마는 것이 아닌 깊이 있게 읽고 생각해야 할 것을 전재로 한다. 사서삼경을 비롯하여 안자춘추, 한비자, 채근담, 장자와 같은 고전을 비롯하여 시경이나 두보와 같은 시인의 시와 같은 것으로부터 사기와 법구경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문헌에 근거하여 400여 개의 구절들이 담겨있다.

 

저자는 하루의 일상을 마치는 시간 고요함을 벗하며 선인들의 지혜를 접하길 바라고 있다. 책의 제목이 옛 왕들이 하루의 정무를 끝내고 잠들기 전에 하던 독서 ‘을야지람’에 연유한 까닭이 그것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정신 줄을 놓고 살았던 하루를 독서와 자기성찰의 시간으로 마무리 한다면 다가오는 내일은 분명 오늘과는 다른 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 어쩌면 이것을 푸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구를 소개한다. 그것도 저자의 해설은 최대한 줄였다. 바로 독자들의 몫으로 남기기 위함이리라. 그 답을 자신이 찾지 못하면 결국 알고 있지만 그런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돌아보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마침 긴 연휴도 함께한다. 나고 자란 고향에서 밤하늘을 밝히는 달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을 청정하게 할 경구하나 벗 삼아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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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 박지원 참 우리 고전 1
박종채 지음 / 돌베개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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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부곡(思父曲)을 만나다

사부곡, 아버지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기도 하지만 그 절절한 마음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세월을 두고 시간이 흘러가는 시간만큼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울림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유교국가의 이념이 살아남아 부모에 대한 깊은 정이 유독 강한 우리에게 특히 아버지에 대한 마음은 겉으로 표현되기 보다는 깊은 가슴속에 감춘 것이 대부분이지만 차고 넘쳐 토하듯 강한 울림을 전하는 사부곡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부곡일지라도 각기 다 다른 감정을 전하는 것은 아버지와 자식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기에 그 감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는 것 때문이겠지만 그 바탕에 그리움과 후회가 있음은 자식의 마음을 그나마 표현하는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글로 남긴 것은 묘비명이나 산문, 시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엄격한 유교의 이념에 의해 움직였던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 아버지의 정을 글로 나타내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상황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문집에서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오늘 접하는 ‘과정록’도 그런 형태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과정록은 아들 박종채가 쓴 박지원의 전기다.

 

조선 후기 실학자로 당대 주목을 받았던 박지원은 박종채에서 박규수로 이어지는 가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실학자 박지원과 개화사상가 박규수는 박종채를 사이에 두고 그 사상적 측면을 이어가고 있다. 박지원의 아들 박종채를 통해 본 박지원은 어떤 사람일까? 그가 4년여 시간을 공을 들여 집필한 아버지에 대한 기록이 ‘과정록’이다. 북학파 실학자로 열하일기의 저자로 무엇보다 대문장가로 특출한 글을 남겨 당대부터 주목받으며 온갖 구설수에 올랐던 박지원은 아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았을까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 책 ‘나의 아버지 박지원’은 박종채의 ‘과정록’을 박희병이 대학에서 강독했던 것을 기초로 번역한 책이다.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마다 짧은 글을 순번을 매겨 번역되어 있다. 전기이기에 태어나는 과정에서부터 성장배경과 사람들과의 어울림, 학문과 삶의 태도 및 관직생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아버지 박지원의 성격으로 자신이 남긴 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던 시기로 이를 직접 수집하고 때론 아버지의 지인들로부터 전해 듣고 해서 모은 글들을 보며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많다. 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 중 유독 마음에 남는 것은 글을 온전히 수집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부분이다. 문장으로 한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의 글이 유실된 것은 곧 아버지의 본 뜻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일 것이다.

 

여기에는 박지원과 교류했던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특히 북학파, 실학자로 그리고 소위 백탑파로 불리었던 홍대용, 박제가, 이서구, 이덕무 등과 유한준 같은 사람들이며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당시 시대상황을 엿볼 수도 있다. 특이한 점은 산송문제에 휘말려 심한 고통을 당했다는 점이다. 산송문제는 조선시대 여려 사람들이 겪었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학자 박지원의 경우는 문장에 대한 평가가 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특색이 있다. 박지원과 유한준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다. 이 둘은 상당한 친분을 가진 사이지만 유한준의 문장에 대해 박지원의 평가로 갈라진 사이다.

 

요사이 박지원에 대해 주목하는 부분으로 그의 문장에 대한 것이 많아 보인다. 이 책의 역자가 책머리에서 언급한 구한말 문장가 김윤식이 박지원의 문장을 평한 글에서도 나타나듯 조선의 역사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것이다. 하지만, 문장 즉 글쓰기가 뛰어난 문장가로만 박지원을 접근한다면 그의 일면에만 주목하는 결과로 이어져 박지원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돌 수도 있음이 염려된다. 박지원 관련 책이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으니 우선, 박지원의 생애와 그의 업적에 대한 입문서 형태로 읽으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부곡,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넘어 아버지가 남긴 업적을 후대 사람들이 올바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글을 남긴다는 것은 단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을 찾아보는 것도 현대인이 아버지를 생각할 때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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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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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글은 무엇이 다를까?

조선후기,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중 오늘날 유독 회자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사회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경향성이 강하게 노출되는 시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 시대의 사회적 역량이 때에 이르러 그 힘을 발휘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자의 성리학이 사회 전반에 걸쳐 무시무시한 권력을 행사하다 그 운명을 맞이할 징조가 보이는 것도 이 시대에 이르러서야 가능해진 이유 역시 이 시대 사회적 역량의 결과일 것이다.

 

홍대용을 선두로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이서구 등 실학을 필두로 한 영, 정조시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그 선두에 당연 박지원이 있다. 연암 박지원에 대해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익히 알려진 사람이지만 그것은 ‘열하일기’라는 작품의 저자 정도에 머무는 경우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고 이름만 알고 있는 경우라면 그의 사상이나 삶은 물론 작품 역시 올바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많을 것이다. 그의 대표적 저작인 열하일기도 다양한 형태로 출간되었지만 완역본을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실학적 사상이나 인간적 매력, 다양한 소설들의 작가 등과 같이 연암 박지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와는 달리 명문장가로써 주목하여 그에 글쓰기를 배우려는 측면에서 주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조선 최고의 문장가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경우가 아닌가도 싶다.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에 관한 책으로는 이 책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를 비롯하여 ‘박지원의 글쓰기법’(주니어RHK, 2012), ‘고전문장론과 연암 박지원’(태학사, 2010), 비슷한 것은 가짜다(태학사, 2000),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돌베개, 2013) 등이 있다.

 

이 중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는 소설이다. 박지원의 말년에 다시 찾은 연암협에서 만난 김지문이라는 사람을 제자로 받아들여 그에게 글쓰기 방법을 주제로 과제를 내고 그에 대한 글을 지어 연암에게 답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연암의 ‘문장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박지원의 아들인 종채를 등장시켜 아버지의 글을 정리하고 아버지의 일생을 정리한 ‘과정록’을 집필하는 과정과 결합하고 있다. 단지 글쓰기 방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적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시대상황을 이해할 수도 있다. 연암 박지원과 그의 글쓰기 그리고 시대상황까지를 포함하여 한 편의 소설화한 특이한 접근방식이 눈을 끈다.

 

제자 지문을 통해 박지원의 글쓰기 진수를 추려내고 이를 통해 글 쓰는 이가 주목해야할 사항들을 추려내고 있기에 단순히 글 쓰는 원칙만을 제시하는 방법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글을 쓰는 이가 글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길 것이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글에는 무엇이 담겨야 하는지를 우선 주목하게 만드는 박지원의 글쓰기는 글쓰기와 다소 멀어진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아는 바를 타인에게 제시하고 그 글로 교훈과 방향을 제시코자 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겠지만 박지원은 그 이전에 갖추어야 할 무엇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사색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색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자연, 사람들과의 소통이며 이를 바탕으로 내면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쓰여진 문장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기까지 두 저자인 설흔, 박현찬은 연암 박지원에 대한 연구를 얼마나 했을까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시나 소설같은 문학에 뜻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생활문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글에는 담아야 할 ‘무엇’이 있다는 점을 알게 하는 기회가 될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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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
강판권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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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로 보는 조선

한 때, 자연과 친숙한 삶에 관심을 가지며 유행처럼 번지던 부류가 있었다. 웰빙에 대한 열풍과 맞물려 숲이야기, 들꽃이며, 야생화, 나무 등 자연의 일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잔연과 사람의 공존을 모색하며 그 속에서 건강한 일상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흐름이라 모두가 반가움으로 맞이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연휴양림을 비롯하여 둘레길이나 올레길과 같은 산책 겸 나들이를 할 수 있으며 자연의 품에 자신을 내 맡겨 쉼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자연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나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보다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나무에 관심을 갖고 도감을 준비하며 직접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기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반갑다.

 

이런 과정에서에서 나무에 관심을 가진 다른 사람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주된 관심사인 역사와 나무를 동시에 학문의 주된 관심사로 연구와 강의 그리고 집필에 열중하는 학자인 강판권이 그 사람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막상 접하고 보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지만 저자의 역사와 나무의 관심은 특별한 주목을 끌었다. 어색한 조합이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낯선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나무와 역사를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는 저자의 세책은 늘 반갑기만 하다. 역사를 전공한 학자가 나무에 빠져 역사 속 다양한 매체와 나무가 만나는 공간을 찾아내고 만난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책들이 나름 독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저자의 관심이 어디까지 미칠지 몹시 궁금해 한다.

 

한창 나무에 빠져 책들을 찾던 중 만나 저자의 책들이다. 나무열전(글항아리, 2007), 나무사전(글항아리, 2010), 은행나무(문학동네, 2011),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효형출판, 2011), 중국을 낳은 뽕나무(글항아리, 2009),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지성사, 2010) 이쯤하면 나무를 전공한 식물학자로 볼 수 있지만 저자는 역사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얼마나 흥미로운 조합인가? 이건 흥미를 넘어선 학자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는 그런 강판권이 낸 최근 책이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역사와 나무가 만난다는 것이다. 이는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나 ‘중국을 낳은 뽕나무’와 같은 이미 저자의 다른 책에서 보여주듯 역사와 다른 분야의 접촉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나무를 중심으로 역사를 살피고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조선의 역사 일부와 만난다.

특히, 소나무로 만든 배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신석기 시대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기간동안 한반도에 나타난 배의 역사를 비롯하여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활약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우리 수군의 함선에 이르러 그 관심사가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소나무가 조선 시대에는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그 내막을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살피며 조선의 소나무 보호정책과 소나무에 대한 사대부를 비롯한 당야한 계층에서 어떤 쓰임세가 있었는지를 알아가는 맛이 보통이 아니다.

 

주제 사이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에 대한 저자의 소개글과 멋진 자태를 보여주는 사진은 소나무가 가진 진정한 가치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있다면 한번쯤 찾아보고 그 소나무의 역사와 자태를 경험해 볼만한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새로운 학문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생태역사학’이 그것이다. 이는 자연의 산물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며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문화유산을 올바로 이해하는 바른 길이라는 것과 통한다고 보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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