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
강판권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소나무로 보는 조선

한 때, 자연과 친숙한 삶에 관심을 가지며 유행처럼 번지던 부류가 있었다. 웰빙에 대한 열풍과 맞물려 숲이야기, 들꽃이며, 야생화, 나무 등 자연의 일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잔연과 사람의 공존을 모색하며 그 속에서 건강한 일상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흐름이라 모두가 반가움으로 맞이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연휴양림을 비롯하여 둘레길이나 올레길과 같은 산책 겸 나들이를 할 수 있으며 자연의 품에 자신을 내 맡겨 쉼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자연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나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보다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나무에 관심을 갖고 도감을 준비하며 직접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기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반갑다.

 

이런 과정에서에서 나무에 관심을 가진 다른 사람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다. 주된 관심사인 역사와 나무를 동시에 학문의 주된 관심사로 연구와 강의 그리고 집필에 열중하는 학자인 강판권이 그 사람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막상 접하고 보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지만 저자의 역사와 나무의 관심은 특별한 주목을 끌었다. 어색한 조합이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낯선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나무와 역사를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는 저자의 세책은 늘 반갑기만 하다. 역사를 전공한 학자가 나무에 빠져 역사 속 다양한 매체와 나무가 만나는 공간을 찾아내고 만난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책들이 나름 독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저자의 관심이 어디까지 미칠지 몹시 궁금해 한다.

 

한창 나무에 빠져 책들을 찾던 중 만나 저자의 책들이다. 나무열전(글항아리, 2007), 나무사전(글항아리, 2010), 은행나무(문학동네, 2011),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효형출판, 2011), 중국을 낳은 뽕나무(글항아리, 2009),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지성사, 2010) 이쯤하면 나무를 전공한 식물학자로 볼 수 있지만 저자는 역사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얼마나 흥미로운 조합인가? 이건 흥미를 넘어선 학자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는 그런 강판권이 낸 최근 책이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역사와 나무가 만난다는 것이다. 이는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나 ‘중국을 낳은 뽕나무’와 같은 이미 저자의 다른 책에서 보여주듯 역사와 다른 분야의 접촉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나무를 중심으로 역사를 살피고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조선의 역사 일부와 만난다.

특히, 소나무로 만든 배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신석기 시대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기간동안 한반도에 나타난 배의 역사를 비롯하여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활약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우리 수군의 함선에 이르러 그 관심사가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소나무가 조선 시대에는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그 내막을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살피며 조선의 소나무 보호정책과 소나무에 대한 사대부를 비롯한 당야한 계층에서 어떤 쓰임세가 있었는지를 알아가는 맛이 보통이 아니다.

 

주제 사이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에 대한 저자의 소개글과 멋진 자태를 보여주는 사진은 소나무가 가진 진정한 가치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있다면 한번쯤 찾아보고 그 소나무의 역사와 자태를 경험해 볼만한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새로운 학문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생태역사학’이 그것이다. 이는 자연의 산물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며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문화유산을 올바로 이해하는 바른 길이라는 것과 통한다고 보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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