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람 - 마음이 맑고 깊어지는 고전 공부
김학경 지음 / 보누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추석연휴와 가을에 함께하고픈 고전의 정수

음력 8월 보름, 추석이 눈앞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힘든 길을 달려가지만 각자 마음 속에는 태어나 자란 곳에 대한 향수가 가득할 것이며 자신을 뿌리인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앞서 발걸음은 빨라지게 마련이다. 이런 감정은 나이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갖는 것이지만 세월의 무게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그 비중은 달리하여 다가오게 마련이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향은 어쩌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는 더욱 그 도를 더해가기 마련이다.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 이는 살아갈 날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는 것이리라. 지난 시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바둑의 복기를 하듯 세세하게 기억할 수 없으나 대략적인 삶의 흔적을 돌아보며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 근거를 살피는 것이지만 늘 상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삶에서 특별한 기회를 통해 그러한 시간을 갖게 된다.

 

몇해 전 책했던 책 한 권은 그런 특병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기에 오랫동안 곁에 두고 틈 손가는 대로 살펴보곤 했다. 황광옥이 쓴 ‘동양철학 콘서트’(두리미디어, 2009)로 한자를 통해 자신과 세상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살필 수 있었다. 동양 사회에서 태어나 유전자 속에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이 한자이지만 그 한자 속에 자신을 투영하며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한자 속에 녹아 있는 동양정신에 자신을 비추어 본다는 것이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오늘 그와는 성격이 조금 다른 책이지만 비슷한 기회를 제공하는 책을 접한다. 마음이 맑고 깊어지는 고전 공부라는 설명에 맞게 맑은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히 자신을 돌아보고 깊은 성찰이 필요한 것이기에 김학경의‘인생을람’이 새롭게 다가온다.

 

‘인생을람’은 동양사상의 진수를 담은 고전에서 발췌한 경구를 담고 있다. 혜(慧), 행(行), 연(然), 풍(風), 세(世), 의(義), 인(仁), 학(學)으로 구분하여 그에 걸 맞는 짧은 글귀는 그냥 스치듯 읽고 마는 것이 아닌 깊이 있게 읽고 생각해야 할 것을 전재로 한다. 사서삼경을 비롯하여 안자춘추, 한비자, 채근담, 장자와 같은 고전을 비롯하여 시경이나 두보와 같은 시인의 시와 같은 것으로부터 사기와 법구경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문헌에 근거하여 400여 개의 구절들이 담겨있다.

 

저자는 하루의 일상을 마치는 시간 고요함을 벗하며 선인들의 지혜를 접하길 바라고 있다. 책의 제목이 옛 왕들이 하루의 정무를 끝내고 잠들기 전에 하던 독서 ‘을야지람’에 연유한 까닭이 그것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정신 줄을 놓고 살았던 하루를 독서와 자기성찰의 시간으로 마무리 한다면 다가오는 내일은 분명 오늘과는 다른 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 어쩌면 이것을 푸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구를 소개한다. 그것도 저자의 해설은 최대한 줄였다. 바로 독자들의 몫으로 남기기 위함이리라. 그 답을 자신이 찾지 못하면 결국 알고 있지만 그런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돌아보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마침 긴 연휴도 함께한다. 나고 자란 고향에서 밤하늘을 밝히는 달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을 청정하게 할 경구하나 벗 삼아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