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내기'
지극한 마음이다. 더할 수 없이 극진함으로부터 출발한다. 첫마음은 그렇게 세상밖으로 나와 갈 곳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순백의 바탕이 사나브로 붉게 물들어가는 것이다.

나무를 심는 마음 이와 다르지 않다. 뿌리를 내려 살 수는 있을까? 이름만으로는 체감할 수 없는 설램과 기대 그리고 두려움까지 다 포함하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내 뜰에 나와 함께 둥지를 튼 은목서가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순백의 첫꽃을 피웠다. 부지런히 뿌리내리고 줄기를 뻗고 잎을 내는 동안 벅찬 숨을 쉬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 꽃이 품고 있는 향기는 생명을 키워온 거룩한 향기다. 첫꽃의 향기가 더 달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여, 내 첫마음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본래의 마음자리를 살핀다. 

마음을 내고 첫걸음을 시작한 후 돌고 돌아 나 역시 지금 이 자리에 섰다. 나무의 첫꽃을 피우기 위한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았음이며, 그 길을 걸어오는 동안 숨 쉴수 있었던 생명의 길이었다. 다ᆢ그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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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100회 정기연주회


Autumn Breege


2015.10.29 19:30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보름을 갖지난 달빛이 그윽한 정취를 자아내는 가을밤 국악관현악의 선율과 함께한다. 형식에 치우치지 않은 조그마한 소극장의 공간이기에 연주자와 관객의 긴밀한 호흡에서 오는 공감의 기회다.


Program
*관현악 : Sinfonietta No. 1 - 작곡 신동일
*25현 가약금협주곡 : 새산조 - 작곡 박범훈, 가야금 김한아
*해금협주곡 : 메나리 - 작곡 박경훈, 해금 김민희
*창작판소리 : 노총각 거시기가 - 작사 김은경, 편곡 김만석, 소리 남상일
*창과 관현악 : 장타령 - 편곡 김만석, 소리 남상일
*Odyssey-긴 여행 - 작곡 민영치, 편곡 이고운, 장구 민영치


창작 판소리가 들어가긴 했지만 오롯하게 관현악 중심의 연주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역에서 초연되는 세 곡의 관현악과 25현 가야금과 해금 협주곡은 새로운 곡이 주는 신선함에 한층 무르익은 연주자들의 노력이 더해져 가을밤의 정취를 더 깊게 느끼게 해준다.


특히, 해금협주곡의 메나리 연주자 김민희의 구음이 주는 울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또한, 민영치 작곡의 'Odyssey-긴 여행'은 작곡자의 연주회에 직접 참여로 작곡가의 곡에 대한 자신의 연주 참여가 가져다 주는 기대감이 있더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공연안내**

*제101회 정기연주회
2015.11.26(목) 오후 7시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제102회 정기연주회
2015.12.215(화) 오후 7시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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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오는 편지 - 최돈선의 저녁편지
최돈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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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빠른 시대 느림의 미학을 공유한다

글쓰기의 완성은 산문에 있다고 한다다른 글과는 조금 달리 글쓴이의 진솔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그래서 삶을 살아온 시간이 넉넉한 이들의 진솔함이 담긴 산문을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위안이 되는 순간이 있다그렇다면 이런 산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어디일까?

 

글을 읽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 내가 주목하는 것은 글쓴이의 얼굴이다나이 들어가면서 책임져야할 것이 하나 추가된다고 한다그것은 자신의 얼굴이란다얼굴에 만들어진 주름 하나하나까지 디 자신이 살아온 흔적일 테니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글에 담긴 진솔함이 글쓴이의 얼굴에서 전해지는 이미지와 닮았을 때 그 이상 더 큰 공감이 있을까최돈선 시인의 얼굴에서 그것을 확인한다.

 

그런 산문과 글쓴이를 만난다바로 시인 최돈선과 그의 산문집 느리게 오는 편지.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먼저 만난 최돈선 시인의 글을 통해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삶을 꾸려가는 지 공감하는 경험을 했기에 이번 산문집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스스로를 그저 서정시나 쓰는 변방시인’, 헤픈 웃음으로 자신을 희화화시키는 바보시인이라고 칭하는 시인의 감성이 묻어나는 이번 산문집은 크게 그리움사랑슬픔아름다움등 네 가지 주제로 삶을 통찰하고 있다.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과 추억이 깃든 고향 등에 대한 이야기투박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아내에 대한 사랑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어머니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깊은 슬픔삶과 죽음에 대한 비감을 담담하게 고백하고삶의 구석구석에 놓인 풍경과 자연,생명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그와 나는 여간해서 전화를 하지 않는다우린 엽서나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근황을 알려준다나는 그를 아내 몰래 숨겨둔 애인처럼 생각한다그의 글씨를 사랑하고그의 진심이 담긴 글을 사랑하고그의 그리움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달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필도 아닌 그의 글씨와 글이 그리워지면나는 답장을 은근히 기대하며 짧은 안부 편지를 보낸다.” -그대의 섬에서 그대를 읽네 중에서

 

지금은 거의 사라진 손편지를 쓰는 사람의 마음이 담겼다다소 느긋함을 요구하는 손편지의 마음이 즉각적인 피드백을 요구하는 시대와는 동떨어진 감정일지 모르나 어느 누구하나 손편지에 담긴 사람을 향한 정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여기에 담긴 글들은 바로 그런 마음을 담은 정성이 느껴지는 글들이다.

 

특히최돈선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하는 바가 크다시인은 김수상 시인의 시 어머니는 부픈 치마를 안고 들판에서 돌아온다를 통해 김수상의 시인이나 나나 어디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고 했다시인이 느끼는 감정에 나도 어디 하나 다르지 않다.

 

편지는 그리움이고그 그리움을 채우는 여백이다편지엔 기다림이 있고 부치는 즐거움이 있다.”

 

본문 속에 열 두 편의 저녁편지는 바로 이제는 이미 사라져가는 편지 속에 담아온 정의 실천으로 보인다.무엇이든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느리다는 것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하지만역으로 보면 즉각적인 피드백이 요구되는 시대이기에 가능한 필요성의 제기로 보이기도 한다하여시인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공감과 소통에도 공감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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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어 서다'
든든한 안정감이다. 불안한 감정의 굴곡에 끄달리지 않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함이다. 서로를 향한 깊고 맑은 마음에 의지하며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때를 알아 스스로 꽃잎 떨구는 꽃의 마음은 허전하거나 외롭지 않다. 떨궈야만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는 오히려 더 큰 기대와 설래임이 있다. 이러한 마음은 온갖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며 꽃을 피웠던 수고로움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누리게 되는 권리다.

서로에게 기대며 손 마주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마음 이미 충분히 깊고 넓다. 이 가슴벅찬 감동 다 그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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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죽인 제자들
정명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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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제자를 통해 불멸의 영광을 얻는다

한동안 내게도 스승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았다풀리지 않은 삶의 문제에 대해 길을 모색할 힘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스승을 만나기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였고 여전히 그 갈망은 존재한다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려는 사람에게 스승의 존재는 절대적이다스승으로 인해 삶의 방향을 세우고 내용을 채워갈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그러기에 스승을 찾는 사람들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언제 어디서 스승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스승과 제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은 많다그들의 만남을 통해 스승과 제자 사이 무엇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도 올바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정립하고 그 속에서 시대의 문제에 해답을 찾아가는 지혜를 얻고자 함이다.

 

정명섭의 스승을 죽인 제자들은 "지식의 진보는 수많은 스승과 제자의 갈등과 도전이 낳은 결과물이다.청출어람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과 원칙이 숨어 있다파괴와 계승창조로 얽힌 이 묘한 관계 속에서 스승과 제자들의 개인적인 삶과 운명뿐만 아니라 역사의 흐름도 관찰할 수 있다." 는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송시열 윤증박규수 김옥균우륵 계고송익필 김장생김정희 허련이승희 김창숙,김굉필 조광조백이정 이제현이달 허균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스승과 제자 열 쌍스무 명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주목하는 것은 스승과 제자 사이다. ‘스승에게 등을 돌리다스승의 그림자가 되다스승을 추월하다등으로 이들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역사 속 굵직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오리무중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무엇을 바라봐야 할까?

 

청출어람(靑出於藍),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靑取之於藍而靑於藍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는 말에서 유래된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 설정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스승을 딛고 일어선 제자들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학문과 사상의 발전에 있어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스승을 믿고 따르며 배우지만 이는 곧 자신만의 세계를 정립하기 위한 출발이다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밝은 눈을 얻어 그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은 제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잃어버린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는 한편 왜곡된 스승과 제자 관계로 등장한다스승이 가진 힘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관계가 된 것이다이를 올바로 돌려 스승과 제자의 관계의 긍정적 힘을 찾아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야하지 않을까 싶다옛 사람들의 경험을 빌어 스승과 제자가 진리를 추구하는 길에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긍정의 힘을 발휘할 관계의 정립에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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