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다'.
켜켜이 쌓여 깊어졌다.
골골이 그늘진 무게는 그대와 나의 겹이다.

다시, 그 붉음에 시간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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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인부 作(바람의 기억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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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다'
처음 마음에 서로를 향한 시간이 쌓였다. 위안이며 평온이고 자족이다. 순간에 머물고 싶은 숨돌릴 여유이기도 하다. 

익숙하다는 것은 서로 공유된 감정과 의지로부터 상대의 상태를 짐작함에 있어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짐작이 습관이 되면 '그래왔듯이 그럴것이다'라는 자기중심적 판단의 함정에 빠진다. 

하여, 상대를 대하는 이 자연스러움에 익숙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다시금 상대의 안위를 살피는 염려와 배려가 더 필요한 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산 너머를 짐작하는 마음에 익숙함이 있다. 그 익숙함이 위안이고 행복이다. 그러기에 이 익숙한 상태를 누리고자 하는 열망도 함께한다. 이것이 늘 산 너머를 바라보는 내 마음자리의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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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소담 - 간송미술관의 아름다운 그림 간송미술관의 그림책
탁현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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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소장 옛그림 나들이

사람의 정서가 오롯이 담긴 그림은 언제 보더라도 친근감 있게 다가와 사람 마음을 위로해 준다무엇보다 우리 옛그림이 그렇다나의 우리 옛그림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김홍도의 선상관매도로 시작하여 소림명월도에 머물렀다물론 그 사이 정선이나 이인문조희룡을 포함하며 신윤복의 풍속도는 절대로 빼놓을 수 없다.

 

나의 우리 옛그림에 대한 관심은 짝사랑과 같다직접 실물을 마주한 그림은 하나도 없어 책속에 삽입된 그림만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그러다 보니 해마다 두 번씩 가슴앓이를 한다. 1년에 딱 두 번 문을 여는 비밀스런 보물 창고 간송미술관 때문이다.

 

그림소담이 그림 읽어주는 책은 바로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그림 중 저자 탁현규의 기준에 의해 주목받은 우리 옛그림 30점에 대한 해설이 담겨있다탁현규의 기준은 다른 나라 회화에서는 발견하기 힘든오직 우리 그림에서만 두드러진 테마를 골라 그에 부합하는 그림을 선정한 것이다이 기준으로 보름달,해돋이봄바람푸른 솔독락풍류” 이 일곱 가지 주제별로 선별한 그림들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여기에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화가들이 등장한다. “김시정선심사정김희겸정홍래김홍도이인문김득신신윤복진세빈이도영이 그들이다.

 

저자 탁현규는 현재 간송미술관의 연구원이자학생들에게 강의 하고 다양한 글로 우리 그림과 대중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저자가 간송미술관의 수장 작품과 근접한 곳에서 오랫동안 우리 옛그림들을 봐온 결과물이기도 하다간송미술관의 소장 작품을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나 이미 봤던 사람들에게도 이 그림소담은 저자의 시각을 통해 지면으로 새롭게 만날 기회를 제공해 준다.

 

우리 옛그림을 대상으로 한 그림 읽어주는 책을 발간한 사람은 제법 많이 있다그 선두주자였던 오주석과 독특한 글맛을 보여주는 손철주 그리고 간송미술 36-회화를 발간한 백인산 등이 대표적이다이들의 시각과 이 책의 저자 탁현규의 시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그림소담의 그림에 대한 해설 텍스트는 짧다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하지만그것은 부차적일뿐이다저자 탁현규의 시각은 학문적 접근보다는 따스한 가슴으로 그림을 보는 관객의 눈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에게는 잘 보이지는 않는 요소들이나 알아두면 앞으로 그림을 감상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풀어 놓았다더 나아가 우리가 현재 잊고 있는그러나 근저에는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정서와 감성을 상기시킨다.”

 

이 책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기존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의 유명한 그림뿐만 아니라화가의 인지도에 밀려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와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겸정홍래진세빈이도영’ 등이 그들이다무척이나 반가운 점이다.

 

그림소담이 우리 옛그림에 대한 감성적으로 접근하여 보다 더 친밀감 있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에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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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립국악단 제11회 정기연주회


'관현악 연희에 취하다'


2015.11.5. pm 7.30
광양문화예술회관 대극장


*관현악을 위한 '길을 열다' -작곡 김성국
*관현악&광양 '전어뱃노래' -작곡 이화동, 편곡 강종화
*관현악&설장구 '소나기' -작곡 이경섭
*관현악을 위한 '판놀음' -작곡 김성국, 편곡 강종화


ᆞ비나리, 상모돌리기, 판굿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 이 풍물을 기초로 하였다.
ᆞ기악, 현악 연주자들이 모두 상모를 돌리고 풍물을 하는 판굿 형식으로 진행된다.
ᆞ'감상'이라는 틀 보다는 '같이 즐기는'무대로 진행된다.


*젊디젊은 연희다. 젊음을 표출하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 아우성만 남았다. 연희에 주목하다 보니 현악은 맥을 못춘 격이다.


조화 속 공감을 일으키는 매개는 무수히 많다. 그 중 하나가 관객의 호응 아닐까 싶다. 관객의 호응으로만 본다면 대단히 성공적인 공연이다. 연희, 그것이 본래 판 속에서 함께 어우러짐에 있다면 "관현악 연희에 취하다"는 성공적 공연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기악, 현악 연주자들이 모두 상모를 돌리고 풍물을 하는 판굿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실험적 공연은 공연자 스스로 즐기는 공연으로 의미가 있을듯 싶다.


다소 낯선 공연의 모습과 관람석 보다 높은 무대, 무대 위 소리가 관객에 전달되지 못하는 음향장치, 현란한 싸이키 조명 등 다소 어설퍼 보이는 공연이지만 관객의 환호성이 젊은 '광양시립국악단'의 앞날에 커다란 힘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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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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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청춘의 생존방식

시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사회적 동질감은 어디로부터 확인할 수 있으며 어떻게 누리는 것일까?사회적 약자는 그 약자들의 편일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제법 자주 접하게 되는 뉴스 사회면의 이슈가 있다사회적 조건이 비슷한 환경과 처지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로 서로가 서로를 다양한 형태로 유린하는 이야기다물론 보편적 상황은 아닐 것이다특수 상황이니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그들에게서 동질감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과 공감을 확인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사회적 조건과 처지가 비슷하다면 서로의 소통할 수 있는 근거는 많을 것이지만 먹고 먹히는 정글마냥 살벌한 삶의 현장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또 왜일까?

 

김의의 소설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속에서 그 단편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초라한 변두리 아파트에서 엄마와 이혼한 엄마와 살아가는 한 철학과 자퇴생의 일상이 담긴 작품이다.

 

어둡고 습한 동굴이다햇볕도 바람도 들지 않는다매우 습하고 칙칙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그저 지독한 어둠뿐이다죽음보다 더 어두운 동굴이다불안하고 우울한 동굴이다그 동굴 속엔 우주로부터 버려진 온갖 쓰레기들이 가득하다그래서 햇볕도 들지 않고 바람도 들지 않고 은빛 날개를 가진 새는커녕,박쥐 한 마리도 날아들지 않는다나는 그 쓰레기들을 하나씩 파헤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대변하는 문장으로 읽힌다다양한 이유로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삶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감대나 공동체의식과 같은 것은 사라지고 내일을 향한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날을 꾸역꾸역 살아간다.

 

가난이혼트랜스젠더강간폭력죽음자살 등 일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부정적 요소들이 난무한다어느 한 순간도 숨 쉴 틈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다저항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상황을 수용한다.마치 그것만이 삶을 이어갈 유일한 방법인양 말이다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상황을 통해 알고 있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할 것이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음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은 개를 태워 돈을 버는 철학과 자퇴생 인우의 유일한 현실도피처는 고양이를 그리는 것이다자신이 그린 고양이가 되어 그 속에서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자유에로의 탈출을 시도한다작가는 왜철학과 자퇴생이라고 설정했을까철학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지혜에 대한 학문으로부터 벗어나버린 현실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세상 끝 먹이사슬 속에서 파괴된 한 청춘의 자화상은 결국 자살로 막을 내린다자신을 무력감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그악마와 함께 삶을 마감한다. “세상 끝으로 내몰린 자들의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나와 세상을 향해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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