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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0월
평점 :
자살, 한 청춘의 생존방식
시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사회적 동질감은 어디로부터 확인할 수 있으며 어떻게 누리는 것일까?사회적 약자는 그 약자들의 편일까? 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제법 자주 접하게 되는 뉴스 사회면의 이슈가 있다. 사회적 조건이 비슷한 환경과 처지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로 서로가 서로를 다양한 형태로 유린하는 이야기다. 물론 보편적 상황은 아닐 것이다. 특수 상황이니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그들에게서 동질감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과 공감을 확인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사회적 조건과 처지가 비슷하다면 서로의 소통할 수 있는 근거는 많을 것이지만 먹고 먹히는 정글마냥 살벌한 삶의 현장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또 왜일까?
김의의 소설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속에서 그 단편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초라한 변두리 아파트에서 ‘엄마와 이혼한 엄마’와 살아가는 한 철학과 자퇴생의 일상이 담긴 작품이다.
“어둡고 습한 동굴이다. 햇볕도 바람도 들지 않는다. 매우 습하고 칙칙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그저 지독한 어둠뿐이다. 죽음보다 더 어두운 동굴이다. 불안하고 우울한 동굴이다. 그 동굴 속엔 우주로부터 버려진 온갖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햇볕도 들지 않고 바람도 들지 않고 은빛 날개를 가진 새는커녕,박쥐 한 마리도 날아들지 않는다. 나는 그 쓰레기들을 하나씩 파헤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대변하는 문장으로 읽힌다. 다양한 이유로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삶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감대나 공동체의식과 같은 것은 사라지고 내일을 향한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날을 꾸역꾸역 살아간다.
가난, 이혼, 트랜스젠더, 강간, 폭력, 죽음, 자살 등 일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부정적 요소들이 난무한다. 어느 한 순간도 숨 쉴 틈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다. 저항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상황을 수용한다.마치 그것만이 삶을 이어갈 유일한 방법인양 말이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상황을 통해 알고 있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할 것이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음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은 개를 태워 돈을 버는 철학과 자퇴생 ‘인우’의 유일한 현실도피처는 고양이를 그리는 것이다. 자신이 그린 고양이가 되어 그 속에서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자유에로의 탈출을 시도한다. 작가는 왜? 철학과 자퇴생이라고 설정했을까? 철학이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지혜에 대한 학문으로부터 벗어나버린 현실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세상 끝 먹이사슬 속에서 파괴된 한 청춘의 자화상”은 결국 자살로 막을 내린다. 자신을 무력감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그‘악마’와 함께 삶을 마감한다. “세상 끝으로 내몰린 자들”의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나와 세상을 향해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