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 을유사상고전
묵자 지음, 최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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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墨子로 시대의 벽을 넘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오래 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인류는 인간의 삶의 근본과 그 인간들이 구성한 사회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심도 깊은 사유의 결과물을 도출했다그로부터 2500여 년이 흘렀지만 인간의 사유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어떤 측면에서 후퇴한 모습을 보여준다그 긴 시간 인간의 역사는 무엇으로 이해해야 할까공자를 필두로 제자 백자들의 사유의 결과물은 사람의 본성과 사회구성원 간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살피는데 여전히 유효하며 때론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류 사상 가장 활발했던 사상 논쟁은 춘추 전국 시대의 제자백가일 것이다이 중에서 유가와 더불어 쌍벽을 이룬 철학 사상이지만 공자의 유가 사상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가 묵자의 묵가다묵자(墨子)출생 시기나 활동했던 나라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기록으로 서술되어 있어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지만 대략적으로 노동 계급에 속한 장인 출신이지만 학습과 실천을 통해 스스로 일가를 이뤄 위대한 스승으로 거듭난 것으로 모아진다고 한다.

 

최환 선생이 번역하고 을유문화사 발행한 묵자를 통해 묵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책의 두께만큼이나 멀리 있었던 '묵자'를 손에 들었다책의 두께에서 오는 부담감은 첫 장을 펼치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으로부터 사라진다나름 운율까지 있어 쉽게 읽히니 그 뜻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더라도 우선 읽어보자뜻을 이해하는 것은 나중에 일이다.

 

묵자의 주요 사상은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으며 현명하고 첫째재능 있는 사람들을 등용하고 숭상해야 한다는 상현(尙賢)’, 둘째상급자와 하급자의 의견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상동(尙同)’, 셋째서로 사랑하며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겸애(兼愛)’, 넷째전쟁에 반대하는 비공(非攻)’ 등을 들 수 있다.

 

을유문화사의 묵자를 다른 번역본과 비교가 불가하니 이 책에서 만나는 묵가가 다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초보자인 나에게 이 책만으로도 충분함이 있다비슷한 내용의 반복이 주는 학습효과가 있으며 앞에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계속 읽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측면이 많다편집체계가 원문에 음을 달아 한자에 익숙하지 못한 이도 원문을 읽어갈 수 있으며 번역된 글만을 읽어도 그 뜻을 따라가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여기에 세심하게 주석까지 달았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관심이 있어도 멀리 두었거나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이 책을 통해 묵자의 혁신적인 사상을 접한다사람을 중심에 두고 지위나 신분에 맞는 역할 규정으로 사람과 사회의 개혁이 어떻게 가능해지는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 책을 통해 시대의 벽을 넘어 여전히 유효하고 때론 오히려 강력한 도구가 되는 동양철학의 세계를 다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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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떨구었으니 다음생으로 건너가는 중이다. 꽃은 피고지는 매 순간을 자신만의 색과 향기를 몸 안에 생채기로 기록하며 다음생을 기약하는 자양분으로 삼는다.

꽃잎을 떨구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어제와 내일을 오늘에 담았으니 비로소 시작인 샘이다. 품고 있는 씨앗이 영글어 땅에 닿을 날을 기다린다. 붉은 노을을 보며 내일을 맞이하는 마음과 같다.

핀 꽃이 떨어져 땅에서 다시 피었다가 지는 것을 무심한듯 끝까지 지켜보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情이 든다는 것도 상대방의 그림자에 들어가 나 있음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 것과 서로 다르지 않다.

하여, 정情이 들었다는 것은 각자 생을 건너온 향기가 서로에게 번져 둘만의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아는 일이다.

농담아회濃淡雅會,
벗들에게서 스며든 향기에 은근하게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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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비기나무'
지난해 딸아이와 섬나들이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독특한 모습에 짠물이 드는 바닷가 모래밭에 자리잡은 환경이 예사롭지 않았다.이번 제주도 나들이에서 지천으로 널린 모습으로 만나니 더 반가웠다.


해녀콩과 더불어 내가 만난 제주 해녀와 관련된 두번째 식물이다. 깊은 바다에서의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평생 두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 나무의 약성분이 두통에 좋아 치로제로 애용되었다니 깊은 인연이다.


순비기나무라는 이름은 해녀들이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다가 물 위로 올라오면서 내는 숨소리를 ‘숨비소리’, 혹은 ‘숨비기 소리’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해녀들의 삶과 얽힌 인연이 깊어 보인다.


열매를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다음 베개에 넣어두면 두통에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해녀들의 고단한 일상을 함께했던 나무라고 하니 더 관심있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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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뒤집었다. 제 사명을 다했다는 표시다. 제 의지와는 크고 상관없이 화려한 몸짓으로 남을 위해 존재하는 헛꽃으로 태어난 것이지만 그것으로도 제 삶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산수국의 헛꽃은 진짜꽃의 수정이 끝나면 매개체들에게 더이상 수고로움을 끼치지 않아도 된다는 표시로 자신의 몸을 뒤집는다고 한다. 어쩌면 진짜꽃 보다 크고 화려한 몸짓으로 한때를 마음껏 누렸으니 아쉬움도 없을 것이다. 빛나는 조연은 그렇게 세상 어디에나 있다.


자연의 삶이 보여주는 배려하는 현명함이다. 다른이와 스스로에게 정직하고자 하는 감정과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한다.


인간도 이런 자연의 일부다. 아니 일부였다. 이제는 그 본성을 잃어버렸거나 일부러 버리고 자연과는 별개의 특별한 존재라고 우기며 산다. 어쩌면 소외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게된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뒤집어진 헛꽃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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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
확장 공사가 끝난 국도변에 못보던 꽃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돌아서서 확인한 것이 서양벌노랑이였다. 서양이 있으면 토종도 있을 것이라 여기며 언젠가 보겠지 했는데 제주도 바닷가에서 만났다.


순하면서도 친근한 노랑색이다. 자잘한 꽃들이 모여 있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서양벌노랑이의 꽃이 3~7송이씩 뭉쳐 피는데 비해 벌노랑이는 꽃이 1~3송이씩 붙는 점이 다르다. 구분이 쉽지는 않다.


노란 꽃이 나비 모양을 닮은데다 벌들이 이 꽃을 좋아하여 벌노랑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미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을 몇개 얻어왔다. 뜰에 심어서 살펴보는 재미를 누리려고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꽃말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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