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떨구었으니 다음생으로 건너가는 중이다. 꽃은 피고지는 매 순간을 자신만의 색과 향기를 몸 안에 생채기로 기록하며 다음생을 기약하는 자양분으로 삼는다.

꽃잎을 떨구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어제와 내일을 오늘에 담았으니 비로소 시작인 샘이다. 품고 있는 씨앗이 영글어 땅에 닿을 날을 기다린다. 붉은 노을을 보며 내일을 맞이하는 마음과 같다.

핀 꽃이 떨어져 땅에서 다시 피었다가 지는 것을 무심한듯 끝까지 지켜보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情이 든다는 것도 상대방의 그림자에 들어가 나 있음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 것과 서로 다르지 않다.

하여, 정情이 들었다는 것은 각자 생을 건너온 향기가 서로에게 번져 둘만의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아는 일이다.

농담아회濃淡雅會,
벗들에게서 스며든 향기에 은근하게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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