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다. 이미 가을이 깊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곧 낙엽지는 시절이 온다는 신호로 여긴다. 꽃잎에 맺힌 서리꽃으로 아침 인사를 대신할 때다.

서리는 풀들에게 다음 계절을 예비하라는 강제성이 있다. 꽃이라고 다를 수 없다. 이때쯤 주목하는 꽃이 대상화對霜花다. 대상화는 찬이슬 맺히는 한로에 피어 서리가 내리는 상강 무렵에 진다. 시절을 가늠하는 지표로 삼아 식물의 이름을 붙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다.

한줌 볕 덜어내어 품속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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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
색감과 질감이 남다르다. 태생이 바다 바람을 벗하고 살아서 그런 것일까. 바다를 품었음직한 파란색의 과하지 않음이 묵직한 질감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두툼하고 풍서한 꽃잎과 잎은 포근함으로 전한다.


떠나온 곳, 바다를 향한 간절함이 깊고 짙어서일까? 아니면 바닷물이 그리워 바다보다 더 파랗게 물이들었을 것 같은 해국만 보다가 바닷가 바위틈에 핀 해국과 눈맞춤 한다.


넉넉한 서해 바다를 품고 살아서 그 바다를 닮은 넉넉함이 좋아 보인다. 늦은 탓에 희끗해진 꽃잎에 더 정이 가는 이유는 세월을 쌓아온 내 머리색과 닮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해변국'이라고도 한다. 잎은 아침 나절에 꼿꼿하고 한낮에 생기를 잃다가 해가 지면 활기를 되찾는다. 깊어가는 가을 차가워져가는 바람따라 바닷가를 찾아가는 것은 오로지 너를 보기 위함이다.


척박한 땅에서 모진 바닷바람을 견디며 꽃을 피울 날을 기다린 바로 너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듯 '기다림'이란 꽃말을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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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에 닿는 볕이 부드럽다. 넉넉함으로 곡식과 열매를 여물게하는 그 볕의 한없이 넓고 깊은 품에 살포시 기대어 본다. 좋다 싫다 구별하지 않은 볕의 너그러움이 그대로 스며들어 가슴에 온기로 남는다.

까마귀밥여름나무 열매에 볕이 들었다. 가을 숲길을 걷다 키큰나무 사이로 볕이 들어 열매에 좀명을 비추는 듯 딱 그곳만 환하다. 계절을 건너온 열매는 붉디붉은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붉은 열매는 나무의 시간이지만 내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로 삼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볕을 품어 여물어가는 열매가 꽃마음 그 자리다.

열매로 시간을 품는 나무와는 달리 내 마음을 키워내는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겨우 늘어나는 흰머리와 눈가의 주름살로 대신하지만 그것으로는 다 알 수 없어 대신할 무엇을 찾는다. 붉은 열매를 만지보며 어쩌면 그것과 다르지 않을 내 시간의 흔적을 짐작해 본다.

여름의 볕은 피하게 하고 겨울의 볕은 탐하게 하지만 가을날 오후의 볕은 조건없이 곁을 허락하는 여유를 가졌다. 숲길에 잠깐 들어온 볕으로 가을날의 넉넉함을 누린다.

까실까실한 볕이 참 좋은 가을날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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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으로 돌아가는
푸른 꿈을 꾸던
어느 봄날

달빛쑥차는
지리산의 오염되지 않은 산쑥을
황토방에서 하룻밤 띄운
발효쑥차 입니다.

몸도 마음도 함께 따뜻해지는
쑥차 한잔으로
스물일곱 청춘의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는 시간,
그 기쁨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주전자에 물을 펄펄 끓인 다음 불을 끈 뒤
쑥차를 넣고 5분 정도 지나면
달빛 닮은 탕색이 우러납니다.
물론 다기에 넣고 끓여 마시면더 좋구요.

이야기를 파는 점빵

*지리산 형제봉 오르는 길 이야기를 파는 점빵 '토담농가'의 쑥차다. 종이봉투에 두 상자나 들었다. 상자의 뚜껑을 여니 주인장 닮은 정갈한 글이 마음에 온기를 전한다. 여기에 옮겨두고 고마움을 간직하고자 한다.

날이 차가워지면 저녁을 먹고 통과의례처럼 '달빛쑥차'를 마신다. 따뜻한 온기에 과하지 않은 향과 맛의 은근함에 빠져들었다. 겨울을 건너는 벗으로 지리산과 섬진강의 봄볕을 품은 '달빛쑥차'만 한 것이 없다. 

비어가는 봉지가 아쉬워 아껴마신다는 것을 아시고 또 이렇게 마음을 내셨다. 무엇보다 귀한 마음임을 알기에 기꺼이 받았다. 염치없다는 마음에 앞서 순하고 곱기만한 마음이라 저절로 안을 수밖에 없었다. 올 겨울 가슴 가득 온기 품고 건너가라는 넉넉한 마음이 좋기만 하다.

어미 소 닮은 순박한 주인장의 눈을 닮고 싶다.

#토담농가
경남 하동군 화개면 부춘길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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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환절기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서덕준의 시 '환절기' 전문이다. 갑잡스럽게 차가워진 날씨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이렇게 차가워지는 것은 다소 거리를 두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을 줄이라는 계절의 변화로 이해한다. 사람의 온기를 나누며 추운 계절을 건너가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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