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에 닿는 볕이 부드럽다. 넉넉함으로 곡식과 열매를 여물게하는 그 볕의 한없이 넓고 깊은 품에 살포시 기대어 본다. 좋다 싫다 구별하지 않은 볕의 너그러움이 그대로 스며들어 가슴에 온기로 남는다.

까마귀밥여름나무 열매에 볕이 들었다. 가을 숲길을 걷다 키큰나무 사이로 볕이 들어 열매에 좀명을 비추는 듯 딱 그곳만 환하다. 계절을 건너온 열매는 붉디붉은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붉은 열매는 나무의 시간이지만 내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로 삼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볕을 품어 여물어가는 열매가 꽃마음 그 자리다.

열매로 시간을 품는 나무와는 달리 내 마음을 키워내는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겨우 늘어나는 흰머리와 눈가의 주름살로 대신하지만 그것으로는 다 알 수 없어 대신할 무엇을 찾는다. 붉은 열매를 만지보며 어쩌면 그것과 다르지 않을 내 시간의 흔적을 짐작해 본다.

여름의 볕은 피하게 하고 겨울의 볕은 탐하게 하지만 가을날 오후의 볕은 조건없이 곁을 허락하는 여유를 가졌다. 숲길에 잠깐 들어온 볕으로 가을날의 넉넉함을 누린다.

까실까실한 볕이 참 좋은 가을날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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