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어떤 경우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이문재 시인의 '어떤 경우'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는 귀한 사람이다. '모두에게'를 고집하지 않으면 평화로울 세상.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구례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월의 숲은 아우성이다. 쉬엄쉬엄 내리던 약비(春雨) 가 그치고 나니 바람은 적당하고 볕이 참 좋다. 사월의 숲은 때를 알고 세상 밖으로 나서는 생명들의 신비로운 움직임으로 요란하다.

볕을 놓칠세라 빼꼼히 꽃문은 열고 나서는 모습에 사로잡힌 마음이 좀처럼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 윤판나물이 세상을 향해 꿈을 펼치는 중이다. 깊은 인사를 건네는 특유의 모습을 보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지금 이대로도 눈길을 사로 잡기에는 충분하다. 다음 펼쳐질 모습을 알기에 여유롭게 지켜볼 너그러움이 있다.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선 산벚꽃 지고 연초록이 자리 잡는 이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비로소 숲 깊숙히 들었던 발걸음을 옮겨 다소 멀리서 조망하면 산빛을 누릴 때다.

비와 볕이 서로를 도와 봄을 여물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無眼界乃至
無意識界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無老死 亦無老死盡
無苦集滅道 無智亦無得 以無所得故
菩提薩陀 依般若波羅蜜多
故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三世諸佛 依般若波羅蜜多 故得阿縟多羅三邈三菩提
故知般若波羅蜜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能除一切苦 眞實不虛
故說般若波羅蜜多呪 卽說呪曰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

*종교와는 상관 없다. 270자를 한문으로 새긴다. 끌과 망치를 들었으니 한번은 새겨보고 싶었다. 새길 글자를 얻고 단단한 산벚나무를 구했다. 작은 글자를 새기는데 무른 나무는 획이 떨어져나가기 쉽기에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야 했다.

시작하는 마음은 여유로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만만찮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어김없이 현실로 다가왔다. 불편한 한쪽 팔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시간에 쫒기지 않아야 했다.

270자, 글자를 나무에 옮기며 한번, 새기면서 한번, 색을 입히며 다시 한번, 글자 하나하나를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이다. 눈으로 담고 붓으로 글자를 쓰듯 끌이 가는 순서와 방향을 먼저 머릿속에 새긴다. 한치의 흩트러짐도 용납하지 않은 몰입을 요구하지만 끌과 망치로 획에 집중하는 그 순간순간이 나 스스로와 친해지는 시간이다.

'해냈다'라는 안도감 보다는 영역이 다른 무엇을 안겨준 시간이었다.

서각전시회를 기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름나물'

먼길이었다. 첩첩산중으로 난 길을 돌고돌아 어딘가로 향하는데 그사이 한두번 지나갔다고 눈에 익은 모습도 만난다. 남도의 꽃을 보기 위해 멀리 잡아야 한시간이면 족했는데 강원도 내에서도 한시간 반에서 두어시간은 걸려야 꽃자리가 있는듯 싶어 '꽃이 갑이다'라던 어떤이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산기슭에 조그마한 웅덩이가 있고 그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손 닿을듯 거리인 가장자리에도 있어 가까이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첫눈맞춤에 감탄사만 절로 난다.

 

어디서 봤는데? 꽃 하나는 분명 눈에 익은 모습이다. 같은 물속에 자라는 어리연과 많이도 닮았다. 작은 꽃들이 꽃대 끝에 모여 피어 또하나의 꽃으로 보인다. 초록의 잎과 순백의 어우러짐이 서로를 빛나게하며 참으로 이쁘다.

 

나물로 먹으면 졸음이 온다고 조름나물이라고 했다 하나 상상의 범위를 벗어난 이야기라 실감할 수는 없다. 극히 제한된 서식지에서 사는 식물로 멸종위기 2급 식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는 귀한 녀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계령풀'

한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었다. 딱히 나서지 못할 이유도 없었지만 그저 먼길이라 여겨 마음을 내지 못한 탓이다. 아니면 적절한 때에 이르러서 불러주는 이를 기다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만항재라 했다. 지난번 동강할미꽃 보러 나선 길에 스치듯 잠시 머무르긴 했지만 안개 속에서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 곳에 다시 섰다. 비탈진 경사면에 여기저기 피어나는 중이니 극히 일부만 봤으니 만항재의 꽃놀이는 아직도 남겨둔 샘이다.

 

강한 노랑색의 꽃이 모여핀다. 빛을 받아 한껏 미모를 자랑하니 눈맞춤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고도 1,000m가 넘는 강원도의 깊은 산에서 자라는 희귀한 식물이라고 한다.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지정번호 식-65)하여 보호하고 있다고 하지만 서식지에는 흔한 꽃으로 보일 정도로 많이 핀다고 한다.

 

실물이 사진보다 이쁜 꽃들이 있는데 한계령풀도 마찬가지다. 노랑의 꽃과 녹색 잎의 어울어짐이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실물을 보는 것이 만배는 더 이쁘다. 머리속에 상상으로 그려지는 풍경만으로도 이미 꿈속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