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마음과는 상관없다는 듯 한없이 더디오더니 이제는 급했나 보다. 여기저기 들러 청하는 모든이에게 안부를 전하며 노닥거리느라 늦었던 걸음이 내 앞에 와서야 서두른다. 산 너머에만 머물던 가을이 코앞까지 왔다.

인위적인 경계를 넘는 시간을 기억하는 방법은 매달 다르지만 십일월을 맞이하는 마음엔 유독 조급함이 함께 한다. 당도한 끝 지점보다는 마무리로 내달리는 안쓰러움이 그것이다. 그 별스러운 일에 슬그머니 끼어드는 마음이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시간은 기다린 매 순간의 마음과는 달리 늘 서툴기 마련이다. 그 서툰 마음짓으로 다시 다음을 기약한다지만 그 다음이 있을지는 미지수라 헛튼 속내는 안으로만 잠기다.

붙잡힌 발걸음을 욺길 이유를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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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자주쓴풀'
꽃을 찾아 뒷산을 돌아다니던 때에 근처 몇곳에서 보았던 자주쓴풀은 자생지의 환경변화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그후로는 먼길을 나서서야만 볼 수 있었다. 올해는 비교적 자주 접하게 되었다.

자주쓴풀은 모양이 쓴풀과 비슷하나 줄기에 검은 자주색이 돌며, 꽃이 자주색이라서 자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쓴풀은 줄기에서 나오는 흰 유액이 쓰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흰자주쓴풀은 자주쓴풀과 같은데 꽃이 흰색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이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따로 이름만 올라 있다.

자주쓴풀이 자생하는 독특한 토양의 풀밭에서 딱 한개체를 만났다. 올해 처음으로 만난 식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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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추'
뒷산 숲길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꽃이다. 바위틈에도 사는 것으로 보아 척박한 환경에도 적응을 잘하는가 보다. 올해는 먼길 나서서 만난 꽃이기에 더 반가웠다.
 
홍자색으로 피는 꽃이 줄기 끝에서 조밀하게 많이도 달렸다. 꽃술을 길게 빼고 하나하나 거꾸로 달린 모습도 이쁘지만 이 자잘한 꽃들이 모여 둥근 꽃 방망이를 만들어 눈에 쉽게 띈다.
 
익히 아는 채소인 부추의 야생종이라고 한다. 산에서 자라니 산부추로 이름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식물로 산마늘, 산달래, 참산부추, 두메부추 등 제법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산부추 역시 부추 특유의 똑쏘는 맛을 내는 성분이 있어 스스로를 지켜간다는 것으로 보았는지 '보호'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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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참 좋다. 막바지 가을걷이에 땀방울 흘리는 농부의 이마를 스치는 살랑거리는 바람까지 있어 여유로운 오후다. 다소 더운듯도 하지만 이 귀한 볕이 있어 하늘은 더 푸르고 단풍은 더 곱고 석양은 더 붉으리라.

오후를 건너는 해가 단풍들어가는 잎에 기대어 숨고르기를 한다. 푸른 하늘 품에는 긴밤을 건너온 달이 반쪽 웃음을 비워가는 동안 해는 서산을 넘기 위해 꽃단장을 한다. 그러고도 남는 넉넉한 해의 빛은 푸르고 깊은 밤을 밝혀줄 달의 벗인 샘이다.

오후 3시를 넘어선 햇살이 곱다. 그 볕으로 인해 지친 시간을 건너온 이들은 잠시 쉼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계절이 건네는 풍요로움은 볕을 나눠가지는 모든 생명이 누리는 축복이다. 그 풍요로움 속에 그대도 나도 깃들어 있다.

노을도 그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도 빛으로 오롯이 붉어질 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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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매화'
계절마다 피는 그 많은 꽃들 중에 놓치지 않고 꼭 눈맞춤하고 싶은 꽃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라지기에 눈맞춤에 대한 갈망도 다르지만 꽃을 보고자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 한자리를 차지하는 꽃이 이 물매화다.

춥고 긴 겨울을 기다려 이른 봄을 맞이하는 마음에 매화가 있다면 봄과 여름 동안 꽃과 눈맞춤으로 풍성했던 마음자리에 오롯이 키워낸 꽃마음이 꼭 이래야 한다며 가을에는 물매화가 있다.

누군가는 벗을, 누군가는 그리운 연인을, 누군가는 살뜰한 부인을 누군가는 공통의 이미지인 아씨를 떠올린다. 유독 사랑받는 꽃이기에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때를 놓치지 않고 피어 눈맞춤할 기회를 준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 물매화를 보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고 다시 먼길을 나섰다. 첫만남으로는 과분할 정도로 많은 꽃을 볼 수 있음도 감사하다. 일명 립스틱 물매화의 분명한 마음까지 훔쳤으니 오롯히 물매화를 품어본다.

꽃에 투영된 이미지 역시 제 각각이다. 내게 이 꽃은 계절이 네번 바뀌는 동안 오매불망 다섯번의 청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흥쾌히 자리를 마련해준 이의 눈망울로 기억될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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