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참 좋다. 막바지 가을걷이에 땀방울 흘리는 농부의 이마를 스치는 살랑거리는 바람까지 있어 여유로운 오후다. 다소 더운듯도 하지만 이 귀한 볕이 있어 하늘은 더 푸르고 단풍은 더 곱고 석양은 더 붉으리라.

오후를 건너는 해가 단풍들어가는 잎에 기대어 숨고르기를 한다. 푸른 하늘 품에는 긴밤을 건너온 달이 반쪽 웃음을 비워가는 동안 해는 서산을 넘기 위해 꽃단장을 한다. 그러고도 남는 넉넉한 해의 빛은 푸르고 깊은 밤을 밝혀줄 달의 벗인 샘이다.

오후 3시를 넘어선 햇살이 곱다. 그 볕으로 인해 지친 시간을 건너온 이들은 잠시 쉼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계절이 건네는 풍요로움은 볕을 나눠가지는 모든 생명이 누리는 축복이다. 그 풍요로움 속에 그대도 나도 깃들어 있다.

노을도 그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도 빛으로 오롯이 붉어질 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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