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마음과는 상관없다는 듯 한없이 더디오더니 이제는 급했나 보다. 여기저기 들러 청하는 모든이에게 안부를 전하며 노닥거리느라 늦었던 걸음이 내 앞에 와서야 서두른다. 산 너머에만 머물던 가을이 코앞까지 왔다.

인위적인 경계를 넘는 시간을 기억하는 방법은 매달 다르지만 십일월을 맞이하는 마음엔 유독 조급함이 함께 한다. 당도한 끝 지점보다는 마무리로 내달리는 안쓰러움이 그것이다. 그 별스러운 일에 슬그머니 끼어드는 마음이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하는 시간은 기다린 매 순간의 마음과는 달리 늘 서툴기 마련이다. 그 서툰 마음짓으로 다시 다음을 기약한다지만 그 다음이 있을지는 미지수라 헛튼 속내는 안으로만 잠기다.

붙잡힌 발걸음을 욺길 이유를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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