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풀
높은 산에 피는 꽃을 보기 위해 오르는 곳이 몇 곳 있다. 남덕유산, 덕유산, 가야산, 지리산이 그곳이다. 높은 곳의 날씨는 변화가 심하여 안개가 끼거나 비를 만날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을 오르는 이유는 그곳에만 피는 꽃들이 있기 때문이다.
 
송이풀 역시 그런 곳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송이풀은 꽃이 핀 듯 안 핀 듯 옆으로 비틀리며 줄기 끝에 송이를 이루기 때문에 송이풀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모양새와 잘 어울리는 이름인듯 싶다.
 
붉은 기운이 도는 꽃이 핀듯 안핀듯 줄기 끝에 모여 있다. 또하나 특징직인 것이 길쭉한 잎인데 규칙적으로 결각이 있어 꽃만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꽃이 흰색으로 피는 것을 흰송이풀이라고 하며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며 꽃도 같은 시기에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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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아침이면

귀뚜라미는 밤새도록 방 밖에서 울며
아침이면 가장 눈부신 소리의 보석을 낳는다
이슬이다

*이시영 시인의 시 "아침이면"이다. 허공에 매달린 이슬이 발길을 붙잡는 아침이다. 밤을 건너온 시간과 눈맞춤은 느긋함으로 하루를 연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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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몸살

멀리서 산 기슭만 보여도 가슴이 뛰고 머뭇거리는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꽃이 피어날 몸짓을 감지한 까닭이다. 꽃벗들의 꽃소식 들려오기도 전에 몸은 이미 꽃몸살을 앓기 시작한다.

한겨울 눈이 내리면서부터 시작된 매화꽃 향기를 떠올리며 남쪽으로 난 창을 열고 물끄러미 바라보듯, 여름 끝자락에 이슬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으로만 내려앉을 때가 되면 서쪽으로만 고개를 돌린다.

이때 쯤이면 아무도 찾지않을 산기슭에 홀로 또는 무리지어 꽃수를 놓고서도 스스로를 비춰볼 물그림자를 찾지 못해 하염없어 해지는 서쪽 하늘만 바라볼 고귀한 꽃이 눈 앞에 어른거리만 한다.

안개가 마을의 아침을 품는 때가 오면 꽃몽우리 맺혀 부풀어 오를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이제나 필까 저제나 필까 꽃소식 기다리다 고개가 다 틀어질지경에 이르러서야 그곳에 발걸음을 내딛는다. 다 꽃을 마음에 둔 이들이 꽃과 눈맞춤하기 위해 이 꽃몸살은 통과의례다.

몇년을 두고 뜰에 들이고자 애를썼던 꽃이 지난해에 드디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 싹이나고 그 끝에서 꽃봉우리가 맺혔다. 아침 저녁으로 눈맞춤하며 잘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의 큰 즐거움이었다.

사라지는 것은 순시간이더라. 다시, 꿈을 꿔야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뒷산 가까이 두고 살피는 꽃의 더딘 움직임이 간절함을 더하는 과정을 누리는 것이 내몫인가 싶기도하다.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물매화 피었다는 소식에 자꾸 뒷 산만 바라본다. 오랜 꽃몸살 끝에 첫만남의 그곳에서 봐야 비로소 본 것이기에 아직은 더 꽃몸살을 앓아야 한다.

목이 늘어나는 것은 너 만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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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초롱꽃
한번 봤다고 느긋하다 거리에 구애받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운이 좋아 같은 장소에서 눈맞춤 했다. 마음이 있으면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참 귀한 꽃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며 분포지가 한정되어 있고 설악산이나 태백산 등 높은 산에서나 자라니 쉽게 볼 수 없다. 먼길을 달리고 달려 화악산에서 보았다.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꽃 모양이 청사초롱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특유의 청보라색이 확실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번 보면 다시 볼 기회를 엿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귀한 꽃을 귀한 벗과 함께 볼 수 있었다. 초롱불 밝히듯 맑고 밝아 더 따스한 희망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꽃이 전하는 위로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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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09-2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쁘네요.

poetry 2023-05-17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이 아이가 금강초롱이구나요!
 

'지네발란'
가까이 두고도 보지 못하는 꽃들이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때가 아닌 것으로 여기면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다. 이 식물 역시 그랬다.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와도 딱히 가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동행하는 벗이 있기에 볼 수 있었다.

연분홍 꽃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마치 하늘의 별들을 보는 것만 같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눈에 익히고서야 하나씩 눈맞춤 한다. 하나씩 피던 집단으로 모여 피던 환상적인 모습이다.

열악한 환경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시각이고 그 식물에겐 최적의 환경일 것이다. 바위에 붙어 생을 어어가는 그 절박함은 한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줄기에 잎이 붙은 모습이 기어가는 지네를 닮아서 지네발난이라고 한다. 멸종위기식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해와는 달리 여름 가뭄으로 상태가 좋지 못해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다소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이 함께한 벗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누려도 좋지만 함께 나누면 더 좋은 일이 점점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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