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힘겨워 쓰러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고
여러 사람들이 곁을 떠나기도 했다.

경계에서 서서 늘 흔들리는 삶이
나무잎을 다 떨구고 눈바람 앞에선 
나무가지 처럼 매마르고 쓸쓸할지라도
누군가 곁에 서서 지켜보는 마음이 있기에
한걸음 한걸음 더딘 발걸음일지라도
오늘에 이르게 되었으리라.

올 한해 유난히 책과 함께한 시간이 많았다.
3월 이후 등록된 리뷰 수가 200여 권에 달한다.
어찌 보면 참 많은 양이지만
그게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다.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언제나 시간을 멈춤없이 흘러가는 것이기에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지만
하루를 애쓰며 살아가는 이유가
그 아쉬움과 후회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함이 아닌가 싶다.

새해 새로운 시간이 내 앞에 있다.
늘 그렇지만 새로운 마음이라고 해 봐야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기에
지금 주어진 시간을 내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올바름이라 생각한다.

새해..새로운 시간
맑고 밝은 빛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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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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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자위하며 자연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그 지위를 이용하여 오직 인간만의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파괴하고 동식물에 대한 무차별 테러를 감행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연 속에서 공존이 아니라 인간 이외의 모든 것을 대상화 한 결과 사람은 현대에 이르러 자연과 공존할 때만이 생존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자연의 한 구성체로서의 인간과 동물들의 공존에 대한 적극적 사고를 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살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이 아니라 식물 즉 나무 한그루가 자연 속에서 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신갈나무 투쟁기]를 의미 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신갈나무 한그루가 숲에서 태어나서 성장하는 동안 주변 나무들이나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나무가 주인공이 되어 나무 입장에서 쓴 책이다. 나무가 나무의 이야기를 쓴 글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이렇게 고양이가 주인공이면서 고양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눈으로 본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일본의 국민작가라 불리는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다. 저자는 주로 20세기 초 일본이 겪었던 시대상황을 그려내고 있으며 삶의 주체인 사람들의 불안한 내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주요 작품으로 도련님, 풀베개, 그후, 문, 피안 지나가기 등이 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이름도 없는 한 고양기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도 모른 채 주인집에 머물게 되면서부터 이웃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중심적으로는 주인과 그 이웃 그리고 주인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양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의 세계는 과언 어떨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출발하게 한다.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봤을 때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우선 생긴 모양부터 다르고 생활하는 방식도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저자는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하고 있다. 자유스럽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고양이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고양이와 인간의 차이에서 오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 즉 집주인 구샤미, 그의 부인, 친구 메이테이, 제자 간게쓰 등을 비롯한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들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나쓰메 소세키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아주 독특한 시각으로 자신을 비롯한 당시 일본 지식인들의 내면을 드러내 놓고 있다. 인간들의 구체적 상황들을 바라보며 쏟아내는 고양이의 독설이 심상치 않다. 인간에 대한 불평을 드러내지만 그것 불평이 아니라 고양이의 고상한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한심스런 모습을 나타내는 비웃음처럼 보인다. 고양이를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통해 당시 일본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 숨어사는 듯 시대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구샤미, 허풍선이 메이테이, 부부싸움, 금권을 이용한 결혼에 대한 풍자 등은 시대를 초월하여 나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고양이의 최후를 통해 보여주는 저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 역시 의미심장하다. 죽지 않고서는 태평을 얻을 수 없다는 독백은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독특한 시각을 통해 인간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자유스럽게 표현되어지는 사람들의 세상이 그저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무대만이 아니라 오늘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이며 내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기에 충분한 요소를 제공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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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금을 함께하는 동료 중에 특이한 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머리를 싹~ 밀어버리고 다니는 사람이라
처음엔 스님인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그사람의 호가 배코라고 한다.

배코치다[머리를 삭발하다]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은 단어라 못 알아듣는 사람도 제법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은 황순칠,
전업 작가로 이 지역에선 제법 유명한 사람이다.
배꽃을 주로 화폭에 담고 있다.

매주 열심히 대금수업에 나오다
가끔 결석도 하지만 모두가 바빠서 그럴거라 생각하고 만다.
그 배코라는 분이 음악회를 주최했다.
이름하여 [BeCo 송년 음악회]

올해로 아홉번째라고 하니 횟수로만 봐도 대단하다.
이번엔 대금의 명인이신 원장현 명인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한다고 초대를 받았다.

그 사람과 함께 배우는 대금이 대금산조 원장현류다. 



 크지 않은 화실에 그랜드피아노가 놓여있고
60여 명 정도 모였다.
화가와 지역문화계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전에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제법있어
그리 낯설지는 않다.
화가 황순칠의 초대로 오신분들이다.

함께 대금공부하는 동료들도 몇몇 참석하고
국악전수관 대금 선생님도 참석하였다.
대금 명인 원장현 선생님 제자라
원장현 명인을 대하는 모습에서
무척이나 어려워 하신다는 느낌이 든다.
장구장단을 하시는 분이 바로 나의 대금 선생님이신
장용수 빛고을국악전수관 학예연구사다.

대금공부를 하는 사람으로 
그 곡을 직접 작곡하고 연주하신
본인에게 직접 듣는다는 흔치 않은 기회다.

역시...명인의 연주라는 감동의 시간이였다.

 

배코 황순칠 작가의 작품으로 만든
넥타이와 스카프로 경춤 추첨시간이 있었는데
모두가 만족하는 선물이 되었다.

 문화라고 하면 나와는 거리가 먼
특정한 사람들 만이 누리는 특별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누구나 생활 속에서 자신의 조건에 맞게
마음의 여유를 찾아 할 수 있는 것이
문화가 아닌가 싶다.

한해를 보내는 막바지 대금의 깊은 울림과 함께
훈훈한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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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 100년 전 그들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을까?
이승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낯선 세상에 대한 사람들에 상상은 어떨까?
자신이 나고 자란 그래서 너무도 익숙한 곳에서의 삶을 떠나 낯선 땅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여 지구촌이라는 한 공동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경계가 허물어지고 낯선 어떤 것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호기심에서 비롯한 설렘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두려움은 늘 함께 한다.

우리역사에서 조선과 현대를 이어주는 다리가 잘렸다는 느낌이 강하다. 조선시대의 역사는 나름대로 관심가지고 연구하며 그 성과를 여러 사람과 나누기도 한다. 내가 살아가는 현대 역시 기억의 저편에 존재하는 흐름이기에 낯설지 않다. 하지만 조선시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근대 우리나라의 시간이 통째로 들어내어 어딘가 숨겨진 느낌이 있다. 고려에 이은 조선시대보다 더 먼 옛날로 느껴지는 이유가 그 시대가 일제 식민지시대라는 민족의 아픔이 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있기에 애써 모르쇠로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은 100년 전 그러니까 애써 외면하는 그 시대 근대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도 역사서가 아니라 당시를 살았던 지식인들의 눈을 마음으로 세상을 본 이야기다. 그들이 본 세상은 일본, 만주, 상하이, 러시아, 동남아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이며 이 나라들을 여행하거나 유학 또는 공무를 수행하기위해 낯선 여행을 했던 사람들은 김관, 김기수, 김득련, 나혜석, 민영환, 유길준, 윤치호, 이광수, 최남선, 허정숙, 허헌, 홍종인 등 20여 명의 사람들로 익히 이름을 들었던 사람도 있지만 낯선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변화의 시기 조선과 대한제국을 벗어나 열강의 제국들을 방문하고 남긴 기행문을 기초로 하여 저자가 새롭게 쓴 책이다.

이 책의 중심이 상황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해당되는 시기는 봉건사회를 벗어나 산업화의 발전으로 자본주의가 싹트고 활개를 펼치던 시기이며, 자본을 기초로 한 제국주의들의 식민지 쟁탈전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의 지식인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러 가지로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영국이나 프랑스를 비롯하여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의 실상이 드러나는 글을 통해 당시 시대상황과 각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당시 제국주의 나라들이 아시아를 비롯하여 식민지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으로 미개하거나 야만스러운 민족과 사람들로 파악하고 있다. 추하고 더러운 사람들로 표현되는 시각적이며 후각적인 이러한 판단은 한 민족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자기나라 자기민족의 우월성을 기초로 타 민족을 지배하려는 제국주의적 시각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들의 시각만이 아니라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도 동남아시아나 만주의 사람들을 바라볼 때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즉 새로운 땅을 개척한다는 식민주의적 욕망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시각이다.

우리의 근대는 성리학의 조선을 벗고 세계와 소통하는 시대, 격동의 제국주의, 파시즘, 나치의 이념이 암울한 시대, 격동의 시대다. 변화하는 세계사 속에서 아시아의 변방에 속한 조그마한 나라의 사람들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세상을 보고 느낀 감정과 더불어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잃어버렸거나 혹 애써 외면하고 있는 시대를 새로운 시각으로 만나게 해주는 책을 만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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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인근 농촌 마을 나주시 노안면에
101년 된 성당이 있다.
그 성당을 중심으로 구성된 마을 이슬촌에 
해피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렸다.

12월 19일부터 31일까지
산타퍼레이드를 비롯하여 퓨전국악, 인디밴드, 희망콘서트 등
사람과 사람이 모여 만드는 어울림의 공간이다.

이슬촌은 폐교를 활용하고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농사짓는 사람들과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도농의 어우러짐이 돋보이는 마을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온 마을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산타의 마음을 나누려는 훈훈한 정이 묻어나는 시골마을이다.





101년된 성당의 모습이다.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불빛이 온 마을을 덮고 있는 밤
성당은 마을 사람들의 중심에 있다.
굳이 종교를 말하지 않더라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넘쳐흘러
사람과 사람의 따스함이 스며있는 곳
101년을 이어온 성당이 자리잡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아닐런지...

올해로 3회를 맞이한다는 이슬촌 해피크리스마스 축제는
농사를 마치고 난 마을 사람들의 축제인 모양이다.
애써 지은 농산물로 장터도 열리고
농사짓던 트랙터가 산타가 크는 썰매로 변하고
지긋한 나이의 할아버지들이 산타복장으로
축제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도 
사람의 훈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나 보다.
성당 한구석에 자리한 글귀에서 
현실에 바둥거리는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나, 너 그리고 우리는?
칼바람도 이겨내며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모여 있을까?
별빛처럼 빛나는 희망을 찾기 위함일까?

도시와 농촌, 이웃과 이웃,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크리스마스 우체국에서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따스한 마음을 
엽서 한장으로 전하고 있다.



이곳 저곳 훈훈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피어나듯
모닥불이 피어난다.

밤하늘 가득 음악이 울리고
너, 나 할것 없이
칼바람으로 움츠러든 가슴들이 어께를 펴고
떡국 한그릇에 언 마음을 녹인다.

이슬촌에 크리스마스의 까만밤은
따스한 사람의 온기로 채워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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