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의 진실 - 조선 경제를 뒤흔든 화폐의 타락사
박준수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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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에게 돈의 무게는 어떻게 다를까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괴롭히는 것들 중에 가장 우선되는 것이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다. 특히 사회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맞이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많은 사람들에게 말도 못할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 시키게 된다. 가정불화,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서 때론 소중한 목숨을 담보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단순하게 한 개인의 노력의 부재나 과소비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고 영향력 또한 광범위한 경우 대부분이다.

이렇게 한 개인에게는 생활의 문제를 사회적으로는 경제구조 자체의 몰락을 가져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돈은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가져가는 한 ‘필요 악’이 되는 상황이 많다. 이러한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람들의 생활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가를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만난다. 

[악화의 진실]은 돈과 얽힌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말 대원군이 발행한 ‘당백전’의 발행을 둘러싼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대원군이 실권을 장악한 조선말의 불안한 상황이다. 외세의 침입, 국가 경제의 파탄, 정치적인 혼란으로 민중들의 삶이 피폐해져 가는 시기 당시 유통되던 동전인 상평통보를 사적으로 제조한다는 신고가 호조에 접수된다.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현장을 급습하나 이미 도망가고 난 후 겨우 범인 한명을 붙잡지만 호송도중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사건의 책임을 맡은 보민평시弩� 호조정랑 박일원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깨어진 동전에 대한 의문으로 돈에 대한 흐름을 쫓아가며 하나씩 발견되는 단서를 추적한다. 

한편으로 당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육조거리 시전상인들과 경강을 중심으로 한 사전상인들 사이에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시전의 대행수 나징하는 풍부한 돈을 무기로 싼 이자로 대부하여 경강의 사전상인들을 자기 손아귀에 틀어쥐려는 음모를 진행한다. 매점매석을 기본으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하기위한 상인들의 행위는 결국 사람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간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경복궁을 재건하고 국가제정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발행한 당백전의 유통으로 돈의 가치가 하락하여 발생한 물가폭등, 돈의 가치하락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며 조정을 비롯한 사대부 그리고 민중들 사이에서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당백전 발행은 중단된다.

이 책 말미에 저화, 조선통보, 팔방통화, 십전통보, 상평통보, 당백전, 대동전, 당오전 등으로 이어지는 조선의 화폐흐름을 알 수 있는 연표가 있어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악화의 진실]은 역사적 사건과 작가의 상상력을 최대한 활용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풍부한 경제지식을 바탕으로 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당백전’이라는 특수한 돈의 발행으로 발생한 조선말의 사회, 경제생활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이 이야기는 국가 재정의 위기를 해쳐가는 일련의 과정이 개인의 이익 창출과 맞물려 진행되는 과정에서 당상관과 사대부를 비롯한 양반, 관원, 장사치, 노름꾼 등이 보여주는 사람들의 욕심이 얼마나 큰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주는 돈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정상적인 경제구조와 합리적인 과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돈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는 지혜는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머리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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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 원철 스님의 주지학 개론
원철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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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절에서도 사람이 중심이다
사람들은 이야기 중에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몇 일전 몇 사람이 모여 식사를 하다 종교이야기가 나왔다. 어느 종교의 수행자가 가장 어려운 생활을 할까하는 질문이었는데 우문에 현답은 “각 종교의 교리에 따른다면 모든 수행자들이 다 어려울 것이다”였다. 이는 세속의 시각으로 세속의 삶을 기분으로 하는 힘들고 힘들지 아니하고에서 시각을 달리한 답이 아닌가 싶다. 

사찰의 주지나 교회의 목사, 성당의 신부님 모두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수행의 길을 가는 수행자들이고 그 소임은 역시 수행의 일부가 아닌가 싶다. 원철스님의 ‘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는 바로 이렇게 수행자의 길을 가는 스님으로써 사찰 운영의 책임소임을 맡은 주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교의 교조 부처님 시절 사찰이 생기게 된 이유부터 시작하여 최초의 사찰 기원정사의 주지가 부처님이 교조였기에 최초 주지 역시 부처님이라 이야기 하고 있다. 시초가 누구에서부터 시작하였던 우리가 사는 현시대에 있어 사찰이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주지소임은 예전보다 훨씬 커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불법을 지키며 대중 스님들의 원만한 수행과 신도들이 만나는 공간의 책임자 자리이기 때문이리라.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모습, 큰절 주지를 맡고 싶은 마음, 쫓겨나는 주지 등 다양한 모습을 보며 저자의 말대로 그곳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관계와 소통이 중요함을 알게 하고 있다. 개인적인 자질과 소양으로 많은 대중 스님들의 신망을 받는 주지는 속세에서 믿음을 얻고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과 그 본질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주변에서 절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절에 갔을 때 그곳의 주지스님을 뵙고 차 한 잔 대접받으며 이야기를 듣는 것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음을 알게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불교를 종교로 가진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에게 주지라는 소임을 맡은 스님에 대한 나름대로 형성된 이미지가 있어서가 아닐까. 결국 속세에서 권위나 명성 등을 쫓아서 사람을 만나고 그에 기대어 자신의 만족감을 얻으려는 마음도 있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절을 찾아 마음의 위안을 삼고 때론 편안한 휴식을 갖는 나로써 스님과 절이라는 공간에 담겨진 다양한 불교문화와 소통하는 공간이기에 절집의 운영이 순조로워 찾고 싶은 많은 사람들에게 안식처 같은 곳이길 바래본다. 그 중심에 주지가 있기에 주지라는 소임의 막중함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지의 이야기는 대부분 중국 불교에서 증장했던 스님들의 이야기다. 우리 역사 속 불교도 오랜 경험이 있을 텐데 정서적으로 익숙한 우리 스님들의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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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시대를 품다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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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뤄간 여인들
한 시대를 관통하여 흐르는 대표 정신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관여하게 된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여 어떤 사람들에게는 힘으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삶을 억누르는 사슬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여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시대정신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5000년 우리 역사에서 여성의 지위가 가정의 울타리로 한정되어 온 것은 고작해야 조선 500년이 시작되기 바로 전이었다. 비교적 자유스러웠던 삶이 조선이 들어서면서 성리학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이후 양반, 문벌, 사대부 중심의 사회 그리고 남녀유별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전반적인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약과 편견에 의해 여전히 높다란 장벽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온갖 사회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온 여성들이 있어 오늘날까지 그 명성과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 책 ‘여인, 시대를 품다’는 저자 이은식이 이러한 점을 주목하여 그들의 삶을 조명한 저작물이다.

역사에 관심을 가져오며 다양한 책을 접했고 그중 몇몇 저자의 집필로 집중되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저자 중 한명이 이은식이다. 그동안 ‘모정의 한국사’, ‘풍수의 한국사’, ‘지명이 품은 한국사’, ‘기생, 작품으로 말하다’에 이어 ‘여인, 시대를 품다’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저자와 더불어 역사로의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게 되었다.

[여인, 시대를 품다]에는 예술로 시대의 한계를 넘어선 박죽서, 김금원, 허난설헌, 신사임당과 정치의 전면에서 자신의 운명을 이야기한 혜경궁 홍씨, 학문으로 당당히 이름을 떨친 윤지당, 정일당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내조의 힘을 발휘한 동정월, 일타홍 이렇게 아홉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이루고 있다. 조선의 여성상으로 오늘날까지 추앙받고 있는 신사임당을 비롯하여 혜경궁 홍씨, 허난설헌 등은 일찍이 잘 알려진 사람들이지만 박죽서나 김금원 등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직 발굴되지 않은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

또한 이 책에서는 그러한 여성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태어난 환경, 성장하는 시대의 사회적 배경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상황을 주인공보다 객이 우선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세하게 그려가고 있다. 한 인물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그 사람의 전모를 살펴야 하기에 주변 인물에 대한 상세한 고찰은 지극히 필요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조선의 역사에서 중요했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더 할 수 있다.

엄격한 제약 속에서 살았지만 그 이름을 빛낸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공통점은 뭘까? 그것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는 꿈에 대한 열정이 아닌가 한다. 자신을 둘러싼 온갖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가슴에 담아온 꿈을 실현해 가는 것은 어쩜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희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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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외사 -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28
오경재 지음, 홍상훈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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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다양한 모습 찾기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다양한 삶 속에서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을 발견하고 자신의 현재를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리라.

유림외사는 이전의 중국 4대기사와는 조금 다른 특색을 보인다. 먼저 저자의 신분이 분명한 점과 이야기의 배경도 사대부와 문인 사회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루쉰의 의해 주목받은 이 작품은 중국 현대사의 특수한 역사적 환경으로 인해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다가 1980년대 이후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크게 주목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그 뜻하는 바와 행위가 뭇사람들의 칭송을 받거나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극과극의 대조를 보인다. 유림외사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역시 부귀공명을 꿈꾸지만 그것을 추구하는 모습이 다양하고 또한 그들 속에는 세상의 세속적인 가치와는 별개로 사람의 본성을 아끼며 돌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정상지와 우육덕이 그들이다. 이들은 학문이 높고 관직의 높낮이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고결한 인품의 소유자들이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사람들 주변에는 늘 사람들로 분주하지만 무엇 하나 걸리는 것이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간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역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오는 역경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순리대로 풀어가려고 한다. 결국 환경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유학이 삶의 근거가 되고 남녀가 유별하였던 시대정신이 점차 흐릿해지면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변화를 가져온다. 하지만, 명사들이 태학사를 건립하고 예를 갖추는 것이나 곽역이 평생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모습, 남편을 따라 죽은 휘주부의 열부 등에서 저자는 기본 사상을 알 수 있게 한다.

유림외사는 마지막에 이르러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황제에 의해 어진 이를 천거하여 표창할 수 있게 하라는 칙령으로 시작된 천거에 그들의 삶 속에서 보여준 행동을 기준으로 등위를 매긴 것이다. 사회적 존재로써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관계를 어떻게 엮어가는 가는 사람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비록 순위 매김이 올바르다고는 할 수 없으나 칭송받을 만한 사람을 가려 표창하고 사람들에게 모범을 세우고자 하는 것에 의의가 있으리라 짐작한다.

허위와 가식으로 살아가는 사대부들 명분이라는 것이 다소 허황되거나 겉치레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들이 모임이라는 형태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는 점에 있어서 개별화되는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에 ‘소통’이라는 주제를 놓고 살핀다면 본받을 만한 것도 있음을 느끼게 한다.

긴 글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으며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책이다. 옛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오늘을 비출 근거와 미래를 살아갈 희망을 찾는다는 점에서 훌륭한 예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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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외사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27
오경재 지음, 홍상훈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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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은 시대를 불문하고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부귀영화’나 ‘입신양명’을 바라는 사람들의 현실적이지 못하고 허구적이고 위선에 찬 모습은 자신의 몰락으로 이어지거나 뭇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오래전 ‘오원 장승업’을 소재로 한 영화 ‘취화선’에서 당시 사대부들의 위선에 찬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림에 대한 식견도 없으면서 신분을 빌미로 한 가닥 한다는 시대의 명사들이 그림의 진위를 논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그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올바로 보지 못하고 위세를 떨치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록 자신들은 알지 못하나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속내를 알고 손가락질 비웃기 마련이다. 

이러한 위선적이고 ‘부귀영화’나 ‘입신양명’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나타내는 문학작품으로 중국의 고전소설 중 이른바 6대 기서 ‘삼국지연의, 수호지, 서유기, 홍루몽, 금병매, 유림외사’에서 찾는다면 홍루몽과 유림외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전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홍루몽과 유림외사는 시대적 배경을 청나라 시대로 삼아 당대 지식인 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유림외사의 작가 오경재는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하여 과거 시험에도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사망이후 유산 분배와 아내의 죽음과 과거 시험에 잇달아 실패하며 좌절과 방황을 겪게 된다. 남경으로 이주 후 이어지는 불운으로 떠돌다가 양주에서 객사한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 소설 ‘유림외사’를 집필하였다고 한다.

[유림외사]는 청나라 시대 과거 시험을 매개로한 지식인들의 사회를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꼬집고 있다. 이 속에는 과거제도의 모순, 신분과 명성을 이용한 치부와 위선에 찬 생활모습, 결혼제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림외사 속에 그려지는 다양한 사람들을 분류해보면 우선 과거 시험을 통해 입신양명을 이뤄가는 사람들의 부류와 과거 시험에서 밀려난 사람들로 시문을 짓고 풍류를 누리는 자칭 사회적 명사들 그리고 이들의 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온갖 사람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왕혜, 주진, 범진, 누 형제들, 거내순, 마정, 광형, 우포, 포문경, 상정, 계추 등으로 이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 흐름에 거침이 없다. 이들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양윤, 장철비, 우포의 홍감선 등은 자칭 명사들의 허를 찌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하나 둘 사라지는 이들의 운명을 보며 쓸쓸함이나 인생무상 같은 허무감이 들기도 한다.

유림외사는 이러한 이야기를 상권 30회, 하권 26회 분량의 방대한 양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각 회마다 등장 인물들이 이어지면서도 이야기 주제는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매 이야기 끝에 시를 실어 다음 회로 이어가는 점이다. 마치 홍루몽의 이야기 흐름을 보는 듯하다. 또한 와평이라는 해설을 통해 자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방대한 이야기의 매회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웃음을 자아내는 글 솜씨에 따라 웃게 되지만 그 속에 감춰진 촌철살인 같은 삶의 지혜를 보고는 사람들의 삶에서 진정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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