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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 원철 스님의 주지학 개론
원철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결국, 절에서도 사람이 중심이다
사람들은 이야기 중에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몇 일전 몇 사람이 모여 식사를 하다 종교이야기가 나왔다. 어느 종교의 수행자가 가장 어려운 생활을 할까하는 질문이었는데 우문에 현답은 “각 종교의 교리에 따른다면 모든 수행자들이 다 어려울 것이다”였다. 이는 세속의 시각으로 세속의 삶을 기분으로 하는 힘들고 힘들지 아니하고에서 시각을 달리한 답이 아닌가 싶다.
사찰의 주지나 교회의 목사, 성당의 신부님 모두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수행의 길을 가는 수행자들이고 그 소임은 역시 수행의 일부가 아닌가 싶다. 원철스님의 ‘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는 바로 이렇게 수행자의 길을 가는 스님으로써 사찰 운영의 책임소임을 맡은 주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교의 교조 부처님 시절 사찰이 생기게 된 이유부터 시작하여 최초의 사찰 기원정사의 주지가 부처님이 교조였기에 최초 주지 역시 부처님이라 이야기 하고 있다. 시초가 누구에서부터 시작하였던 우리가 사는 현시대에 있어 사찰이 갖는 의미를 생각할 때 주지소임은 예전보다 훨씬 커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불법을 지키며 대중 스님들의 원만한 수행과 신도들이 만나는 공간의 책임자 자리이기 때문이리라.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모습, 큰절 주지를 맡고 싶은 마음, 쫓겨나는 주지 등 다양한 모습을 보며 저자의 말대로 그곳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관계와 소통이 중요함을 알게 하고 있다. 개인적인 자질과 소양으로 많은 대중 스님들의 신망을 받는 주지는 속세에서 믿음을 얻고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과 그 본질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주변에서 절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절에 갔을 때 그곳의 주지스님을 뵙고 차 한 잔 대접받으며 이야기를 듣는 것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음을 알게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불교를 종교로 가진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에게 주지라는 소임을 맡은 스님에 대한 나름대로 형성된 이미지가 있어서가 아닐까. 결국 속세에서 권위나 명성 등을 쫓아서 사람을 만나고 그에 기대어 자신의 만족감을 얻으려는 마음도 있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절을 찾아 마음의 위안을 삼고 때론 편안한 휴식을 갖는 나로써 스님과 절이라는 공간에 담겨진 다양한 불교문화와 소통하는 공간이기에 절집의 운영이 순조로워 찾고 싶은 많은 사람들에게 안식처 같은 곳이길 바래본다. 그 중심에 주지가 있기에 주지라는 소임의 막중함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지의 이야기는 대부분 중국 불교에서 증장했던 스님들의 이야기다. 우리 역사 속 불교도 오랜 경험이 있을 텐데 정서적으로 익숙한 우리 스님들의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