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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시대를 품다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0년 8월
평점 :
꿈을 이뤄간 여인들
한 시대를 관통하여 흐르는 대표 정신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관여하게 된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여 어떤 사람들에게는 힘으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삶을 억누르는 사슬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여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시대정신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5000년 우리 역사에서 여성의 지위가 가정의 울타리로 한정되어 온 것은 고작해야 조선 500년이 시작되기 바로 전이었다. 비교적 자유스러웠던 삶이 조선이 들어서면서 성리학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이후 양반, 문벌, 사대부 중심의 사회 그리고 남녀유별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전반적인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약과 편견에 의해 여전히 높다란 장벽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온갖 사회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온 여성들이 있어 오늘날까지 그 명성과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 책 ‘여인, 시대를 품다’는 저자 이은식이 이러한 점을 주목하여 그들의 삶을 조명한 저작물이다.
역사에 관심을 가져오며 다양한 책을 접했고 그중 몇몇 저자의 집필로 집중되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저자 중 한명이 이은식이다. 그동안 ‘모정의 한국사’, ‘풍수의 한국사’, ‘지명이 품은 한국사’, ‘기생, 작품으로 말하다’에 이어 ‘여인, 시대를 품다’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저자와 더불어 역사로의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게 되었다.
[여인, 시대를 품다]에는 예술로 시대의 한계를 넘어선 박죽서, 김금원, 허난설헌, 신사임당과 정치의 전면에서 자신의 운명을 이야기한 혜경궁 홍씨, 학문으로 당당히 이름을 떨친 윤지당, 정일당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내조의 힘을 발휘한 동정월, 일타홍 이렇게 아홉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중심으로 이루고 있다. 조선의 여성상으로 오늘날까지 추앙받고 있는 신사임당을 비롯하여 혜경궁 홍씨, 허난설헌 등은 일찍이 잘 알려진 사람들이지만 박죽서나 김금원 등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직 발굴되지 않은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
또한 이 책에서는 그러한 여성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태어난 환경, 성장하는 시대의 사회적 배경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상황을 주인공보다 객이 우선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세하게 그려가고 있다. 한 인물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그 사람의 전모를 살펴야 하기에 주변 인물에 대한 상세한 고찰은 지극히 필요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조선의 역사에서 중요했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더 할 수 있다.
엄격한 제약 속에서 살았지만 그 이름을 빛낸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공통점은 뭘까? 그것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 넘는 꿈에 대한 열정이 아닌가 한다. 자신을 둘러싼 온갖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가슴에 담아온 꿈을 실현해 가는 것은 어쩜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희망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