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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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공부는 어떻게 다른가?

책을 읽는다는 것이 꼭 공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나 호기심에 끌리어 책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런 호기심에 머무른다면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공부는 무엇일까? 옛사람들이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책 속에 담긴 선인들의 지혜를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고 세상과 자신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는 중심을 잡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의 공부는 어지러운 세상을 접하면서 많이 퇴색되고 있다. 공부라는 것이 그저 입신양명에 도움이 되는 입시에 한정된 것에 지나지 않게 된 현실에서 공부의 의미가 더 강조되어야 할 이유가 있다. 이런 시대에 고전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며 세상과 스스로를 올바로 바라볼 수 있는 공부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일침’의 저자 정민 교수다.

 

저자는 ‘일침’이라는 책에서 고전에서 찾은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바늘 끝과 같은 일침을 찾아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필요한 정신을 이야기한다. 크게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마음의 표정’, 선인들의 공부 단련법과 지식 경영법을 담은 ‘공부의 칼끝’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의 문제에 직면한 ‘진창의 탄식’과 현대정치의 문제점에 주안점을 둔 ‘통치의 묘방’ 등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지지지지(知止止止) 그칠 데를 알아서 그쳐야 할 때 그쳐라는 말이다.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과 떠날 자리에 물러앉아 있으면 쫓겨난다는 이 말처럼 앞뒤 분간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 있을까? 이처럼 사자성어를 통해 그 사자성어에 담긴 선인들의 지혜를 살피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해 진다.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현실을 외면하는 학문이 사람들의 삶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것이 진정 학문하는 태도가 될까?

 

인문학이 설자리를 잃고 방황한다고 한다. 어쩌면 학문의 본질을 떠나 강단이나 책 속에만 머물고 있는 인문학의 상태가 스스로를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일침’의 저자 정민교수가 지속적으로 관심가지고 독자들과 만나는 이유가 이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독자들이 저자의 글에 매력을 느끼며 새로운 글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무슨 책이든 그 속에 담긴 저자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알 수 있고 그것이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로 작용한다면 이 또한 공부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그것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그렇기에 무슨 책을 읽던 읽어야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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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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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나도 있었다

주말이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도심 가까이 해발 1100미터가 넘는 산을 끼고 있는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그 산은 다양한 이유로 찾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하나의 고향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하여 그 산을 아끼는 사람들은 어머니의 산으로 불린다. 광주의 무등산이 그렇다. 한 지인은 이 산을 매주 오른다. 등산이 아니라 산책하듯 그렇게 매주 다니는 산에서 만나는 것은 무엇일까?

 

유난히 산이 많은 우리나라다. 길쭉한 한반도의 허리 같은 대간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산들이 사람들을 키워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산과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한 풍경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 산맥을 차례로 오른 사람이 있다. 이젠 전문 등산인이라 불러도 좋을 그 사람은 ‘미실’의 소설가 김별아다. 스스로 고백하듯 산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40여년이 훌쩍 지난 나이에 시작한 산과의 만남에서 작가가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아들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가 팀을 이뤄 시작한 백두대간 등반이 작가에게 남긴 긴 여운을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라는 산행기로 따라가 본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로 작가가 등반한 구간은 남쪽 지리산에서 휴전선 남단 진부령에 이르는 구간에 해당하는 산맥을 완주했다. 690킬로미터를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5시간 이상을 걷고 또 걷는 동안 만난 것이 자연을 이루는 나무와 풀, 눈과 비 그리고 이를 키워온 날씨뿐만이 아니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고, 땅에 붙어버린 듯 무거운 발을 이끌며 눈과 비를 맞고 그렇게 다닌 2년여 동안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이 산행에세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라고 한다. 이 책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은 그 후반부에 해당하는 시간을 담았다.

 

백두대간을 탄다는 것은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다. 우선 본인의 마음가짐이 다르기에 산길에서 접하는 다양한 변화는 다른 시각과 마음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아들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었기에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순간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 산행기가 주는 또 다른 는 매력이 아닌가도 싶다.

 

온몸으로 온몸을 밀며 넘었던 몸의 기억인 동시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의 아픔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된 것이 백두대간의 완주는 오롯이 자신과의 대화로 채워진다. 평지형 인간으로 살아오는 동안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던 자신과 직면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때 보는 자연의 모든 것이 다른 시각으로 들어오며 함께 한 사람들과의 소리 없는 대화가 힘을 북돋우는 응원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산을 내려와 평지로 돌아온 후의 일상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산이 준 것이 바로 이런 것이기에 주말이면 산을 찾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이리라. 일상에서 놓치고 사는 자신과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모여서 말이다.

 

소설가 김별아의 눈과 가슴으로 담은 산행의 마음이 같은 문인들인 도종환, 안도현, 곽재구 등의 시와 만나는 부분에선 세상과 자신을 치유하는 공감의 절정에 이른다. 시를 읽는 하나의 방법이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적절한 시와 작가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또한 소설가 김별아가 작품 속에 담아내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하는 개인적 관심사까지 알 수 있게 하는 에세이는 그래서 반가웠다. 한번쯤 기회를 만들어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을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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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림 - 행복한 삶을 원하는 당신에게 주는 선물
안광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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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행복한가?

삶의 모습이 바뀌었다. 오늘도 고단한 육체를 다독이며 집으로 돌아온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그것이 그것 같은 하루가 이어지는 나날이지만 달라진 현실을 몸으로 받아들이기가 더디다. 이미 마음은 익숙해져 있지만 몸이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삶의 모습을 바꾸고자 한 것은 현실이 바뀌면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자극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세상과 자신을 대하는데 무덤덤해진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자극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성공한 변화일까? 백이십 여 일이 지나는 동안 하루도 생각해보지 않고 지나는 날이 없을 정도로 변화된 일상은 버겁다. 몸이 한계점을 지난 것인지도 모르면서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문해 본다. 이 모든 것이 어쩜 행복을 찾아가는 시도일 것이다.

 

행복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안광호의 책 ‘알아차림’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전재조건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처한 현실이 어떤지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은 두려움과 함께한다. 그러기에 돌아보기도 인정하기도 주저하는 것이 아닐까? 주저할 것 없이 자신의 현실을 바라볼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 안광호는 그런 우리들에게 일상의 모든 것이 그토록 찾는 행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들이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이지만 이것들의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요인이라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탈피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벗기’, ‘설렘’, ‘관계하기’, ‘깊어지기’라는 테마를 통해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세상사람 모두가 바라는 행복에 대한 시각전환을 요구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없었던 이야기를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익숙하게 들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며 구체적으로 전재하고 있다, 그래서 설득력이 더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행복이 왜 그토록 멀리에 있는 것인지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귀에 자기만의 아름다운 연필이 꽂혀 있음을 알아차리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저자들이 자신들의 책에서 밝히고 있는 해법들이 이미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까?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과 어떻게 구체적으로 연결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지 못한 점이 문제의 본질이지 않을까 싶다. 그토록 많은 저자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방법들로 행복한 삶을 찾자고 외치고 있다. 그만큼 현실은 각박하고 찾아야할 행복은 멀리만 느껴지는 현실에 대한 반영이 아닌가도 싶다. 늘 내 가까이에서 발견해 주기만을 바라는 행복이 오늘도 먼 눈길로 행복을 찾는 주인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일은 언제쯤이나 살아질까? 아니 그런 날이 올 수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이 찾아가고 있는 그리고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과 공감을 불러 일으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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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외출 - 낯선 공간이 나에게 말을 걸다
오영욱.하성란 외 지음 / 이상미디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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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나를 만날 수 있다

삶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하던지 아니면 술자리를 만들어 거하게 취하는 등 사람에 따라 무수한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들을 총 동원하더라도 위로 받지 못하는 경우라면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때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장소에서 가슴에 스며드는 따스한 온기에 스스로 놀라 주변을 돌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 커다른 무엇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내게도 그런 공간이 있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인적이 드물지만 찾을 때마다 온화한 미소로 반겨주는 그런 곳이다. 내가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는 농사짓는 논 한가운데 덩그러니 몸체만 겨우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해 두었다. 승용차로 들어갈 수 있으나 걸어가면 더 좋은 길을 따라 가는 동안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풀과 나무들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보물 제111호인 개선사지 석등이 있는 곳이다. 폐사지에 석등만 덩그러니 남아 있지만 석등이 보여주는 기품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천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아름다움이 여전하다. 무생물인 돌로 만들었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소망이 남아 시간을 거슬러 그 뜻을 보여주고 있는 듯 온화하고 생생함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그 때문인지 마음이 지치고 기운이 빠지는 날 그곳에 가면 지친 마음에 잔잔한 위로를 받곤 한다.

 

특정한 공간이 삶에 지친 사람에게 주는 독특한 매력 때문에 반복해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 ‘낯선 공간이 나에게 말을 걸다’라는 부재를 단 ‘어떤 외출’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건축가, 소설가, 여행작가, 영화감독,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작가, 정원 전문가 등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열여덟 명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장소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자신만의 장소라고는 하지만 잠실야구장이나 실상사, 강진의 다산초당처럼 이미 사람들 사이에 이미 익숙한 공간도 있고, 서귀포 대평박수 큰홈통 같은 제주도의 이름 없는 바닷가도 있고, 이제는 도심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추억이 살아 숨 쉬는 카페나 식당도 있다. 그야말로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특수성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오직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기에 이러한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장소 또는 공간은 그곳만이 간직한 독특한 정서가 있고 그 정서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이 특별한 경험은 아마도 자신이 살아온 시간 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아픈 상처나 아련한 추억 같은 것들이 그 장소나 공간이 전하는 이미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맺어진 인연이라 생각된다.

 

현실의 삶은 만만치 않다. 이런저런 일상의 일로 치인 팍팍함이 있어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쉬어갈 수 있다면 삶이 그리 고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공간이나 장소가 사람들에게 유명한 곳이거나 이름난 곳이 아니어도 좋을 것이다. 내 안에 담긴 정서와 소통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을 것이다. 이런 공간이 있다면 열여덟 명의 저자들이 간직한 마음의 위안을 받는 장소와 다름없는 자신에게 특별한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살아가는 가까운 곳에 있다면 자주 찾아 지친 마음에 쉼과 휴식의 시간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설렘이 함께하지 않을까 싶다.

 

사족하나 달고 가자. 책을 읽다보면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는 것을 접하곤 한다. 이 책에도 그런 부분이 있다. 김준엽의 ‘강진 다산초당 : 상실과 절망을 딛고 선 땅’에 보면 정약용의 형 정약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정약전이 유배를 가서 생을 마감한 곳이 신지도로 나오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약전에 신지도로 유배를 간 것은 사실이나 그곳에서 유배지를 옮겨 자산어보를 지은 흑산도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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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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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만 보기엔 너무 아픈 궁녀

2012년 지금도 여성을 꽃으로 비유한다. 덧붙여 꺾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과 함께 말이다. 성차별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을지도 모르는 이 말이 상징하는 여성비하적인 의미는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역사를 통해 여성의 지위를 살펴보면 조선에 들어서면서 유교의 영향이 확대되고 동등했거나 때론 남성의 우위에 있던 여성의 지위는 급락하게 된다. 그 영향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적인 시각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조선시대 여성으로 살아가기엔 여러 가지 불편하고 부당한 대우들을 감내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왕조시대 왕의 거처인 궁궐이라는 높은 담장에 갇혀 궁녀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왕의 여자라고 흔하게 불리던 궁녀는 왕의 권위만큼이나 높은 벽에 갇혀 비밀스러운 것으로 치부되어 보다보니 실존했지만 그 존재를 드러낼만한 사료가 전무할 정도로 당시나 지금이나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사람들로 간주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그만큼 관심도 높은 것이 인지상정인지 텔레비전 인기 역사드라마에서는 빠질 수 없는 등장인물이다. 왕의나라, 남자들의 천국에서 악과 선의 양쪽을 넘나드는 활동상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온다. 그렇다면 궁녀의 진실은 무엇일까?

 

조선 시대사를 전공하고 조선 시대의 왕과 왕실 문화를 연구해온 신명호의 ‘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은 바로 그런 의문점을 풀어주는 책이다. 저자가 조선의 궁녀를 연구하며 철저히 비밀에 싸인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은 곳이 선임 연구자들이 조선말 궁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서 만들었던 이규태의 개화백경과 김용숙의 조선조 궁중 풍속 연구와 같은 책에서 출발하여 공식적인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이나 추안급국안를 통해 하나 하나 확인하며 이뤄진 작업이라고 한다.

 

이 책의 특징은 우선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궁녀 장녹수와 김개시 등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신빈 김씨, 고대수 등과 같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언급하고 있다. 또한 조선인으로 중국이나 일본 등에 궁녀로 잡혀간 사람들과 중국에서 조선으로 온 사람들까지 다양한 경로로 궁녀들의 실제 세계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궁녀를 선발하는지 궁녀의 출신 성분은 어떤지 그리고 궁궐 내에서 차지하는 궁녀들의 체계적인 조직과 노동하는 궁녀들의 임금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궁녀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궁궐에 핀 비밀의 꽃’이라는 말에 담겨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꽃이라는 것은 여성이라는 말일 것이고 비밀이라는 점은 왕의 나라에서 궁녀의 존재가 그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말일 것이다. 이는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보려주는 흥밋거리를 넘어선 궁녀의 실체에 접근할 수 없었던 현실을 감안하지만 그런 시각에서 벗어나려는 것보다는 그런 이미지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의 반영이 아닌가도 싶어 한계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비출신이면서 노비를 가질 수 있었다는 궁녀의 특수한 존재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맺은 결실인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았던 궁녀의 이미지에서 실체로 접근하는 통로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돋보이는 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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