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으로 쌓였다.
바람이 지나가는 틈으로 빗물도 스며들었으리라. 그 품에 들고났던 새들의 노랫소리 또한 끊이지 않았고 드문드문 사람의 발자국 소리도 들었으리라.

칠흑같은 어둠 무기력, 새벽의 고요, 해뜨는 시간의 설렘, 별이 총총한 밤하늘의 고독, 뜨거운 햇볕과 차가운 눈보라의 열정. 어느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나무의 안과 밖에 흔적을 남겼으리라.

거부할 수 없었던 시간의 무게가 자신을 키위온 힘이었다. 내어준 만큼만 받아들었고 버겁지 않을 만큼의 틈을 내었다. 시간이 전하는 말에 귀기울었고 내면의 울림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돌아보니 모든 순간이 다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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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여로
여름 숲 길을 걷다 보면 가느다란 줄기가 우뚝 솟아 작은 꽃이 닥지닥지 붙어 있는 식물을 만난다. 한껏 키를 키운 풀 속에서 그보다 더 크게 솟아나 꽃을 피운다. 자잘한 꽃 하나하나가 앙증맞다. 모여피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여로, 이름은 익숙한데 꽃은 낯설다. 여로藜蘆는 갈대같이 생긴 줄기가 검은색의 껍질에 싸여 있다는 뜻이다. 밑동을 보면 겉이 흑갈색 섬유로 싸여서 마치 종려나무 밑동처럼 생겼다.

여로의 꽃은 녹색이나 자주색으로 피는데 붉은색으로 핀 꽃을 붉은여로라고 한다. 꽃의 색에 따라 흰여로, 붉은여로, 푸른여로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곳 남쪽에서는 붉은여로를 보지 못했다.

여로라는 이름이 낯익은 이유는 1970년대 초반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여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땅 속에서 줄기를 곧장 키워 여름을 기다려 꽃을 피우는 여로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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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높아지는 하늘에 마알간 볕이 가득하다. 가을 햇살의 속살거림이다. 이 햇살로 긴 여름을 건너온 수고로움이 영글어갈 것이고 끝내 못다한 아쉬움은 다가올 시간에 기대어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가을로 가는 숲의 개운함이 이 햇살 덕분임을 아는 것은 떨어지는 도토리를 기다리는 다람쥐만은 아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는 벚나무 잎의 하늘거리는 잎이 먼저 알고서 마지막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 속내가 단장을 마무리하는 날 가을은 그 빛으로 무르익는다.

밤마다 한층 더 깊어지며 늘 새로운 아침을 맞게하는 하루하루가 참으로 고마운 시절을 산다. 덥고 춥고의 경계가 이웃하여 어느쪽으로도 넘치지 않고 낮과 밤이 서로를 부둥켜안아도 그리 부끄럽지도 낯설지 않다.

지나온 발자국 위에 마알간 볕이 쌓여 뒤돌아보지 않고도 나아갈 길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때 비추는 너그러운 햇살 때문이다. 그 볕으로 인해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간, 가을 속으로 한발을 내밀었다.

9월 첫날, 가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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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늘꽃
먼길 나선 꽃길에서 자생한다는 곳을 두번이나 찾아갔지만 볼 수 없었다. 남쪽에는 없는 꽃이라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 꽃을 올해 꽃나들이에서 만났다.

바늘꽃은 꽃이 진 뒤 씨방이 마치 바늘처럼 가늘고 길게 자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큰바늘꽃은 분홍바늘꽃과 함께 아름다운 대형 꽃이 피므로 높은 원예 가치를 갖는다.

"큰바늘꽃은 바늘꽃과 여러해살이풀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이다. 계곡 주변 또는 습지에 무리 지어 살며, 북방계 식물로서 강원도 및 경상북도 일부 지역에서만 생육한다."

지난해 비오는 날 다소 늦은 때 찾았던 분홍바늘꽃에 이어 큰바늘꽃도 봤다. 이 두가지 바늘꽃은 지리산에도 있는 돌바늘꽃의 앙증맞은 끄기에 비하면 엄청 큰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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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진달래
꽃을 보기 위해 간혹 북쪽으로 먼길을 나서기도 한다.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꽃들을 보기 위함이다.

그중 하나가 이 꼬리진달래였는데 볼 기회를 만나지 못하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같은 계곡 물가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조금 늦어서 볼품이 없다.

흰꽃이 줄기 끝에 둥그렇게 뭉쳐서 핀 모양이 몇몇 동물의 꼬리를 닮긴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꼬리진달래는 "경상북도·충청도·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는데, 양지바른 산지나 반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나 생장속도는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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