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난풀
여름의 끝자락 쯤에서 찾은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이 많지 않았다. 없으면 없는대로 틈을 즐기면 될 일이기에 마음은 느긋함을 누린다.

그와중에도 볼 것이 생기면 길을 나서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라 몸보다 마음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렇게 해서 한라산 어디쯤 숲에 들었다. 처음으로 보았다.

꽃이 수정처럼 보여 수정난풀이라고 한다. 수정난풀은 햇볕을 직접 받으면 말라 죽는다. 광합성을 하지 못하므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식물에 의지해야 살 수 있는데, 낙엽 속에서 사는 품종이다.

가까운 식물들로는 나도수정초가 있는데 더워지는 5월의 숲에서 볼 수 있다. 모습이 많이 닮았으나 피는 시기가 다르기에 구분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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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물꼬리풀
말로만 듣고 사진은 나중에 확인했다. 존재를 알았으니 언젠가는 볼 날이 있을거라 믿었다.

꽃시즌이 애매할 때 찾은 제주도에서 반가운 만남을 했다. 그것도 자생지는 아니라 비슷한 환경에 맞춰 복원시킨 곳이라고 했다.

그렇게 만난 꽃이 이 전주물꼬리풀이다. "물꼬리풀은 물가에 자라는 꼬리풀이라는 뜻이다. 꽃이 마치 동물의 꼬리처럼 보인다. 보통 꼬리풀은 끝이 비스듬히 기울지만 전주물꼬리풀은 끝이 곧게 선 것이 특이하다. 줄기는 밑부분이 옆으로 뻗으며 지하경이 발달하고, 곧게 자라며 마디에만 털이 있다."

전주물꼬리풀은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습지에서 나는 여러해살이풀로 물이 얕게 고여 있는 곳, 햇볕이 많이 드는 곳에서 자란다.

한국에서는 1912년 일본 식물학자가 전라북도 전주에서 발견했다. 1969년 전주의 지명을 따 ‘전주물꼬리풀’로 명명되었다. 이후 전주 지역에서는 자생지가 확인되지 않았고, 제주도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2013년 국립생물자원관과 협의해 인공증식을 한 뒤 이식해서 분포지를 형성했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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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담아둔 속내가 겹으로 쌓여 깊고 깊은 것이리라. 피고지고 다시 피고지고를 반복하며 여름날의 뜨거운 볕으로 간절함을 달구고 있다.

'백일홍'은 멕시코 원산의 귀화식물로 한해살이풀이다.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한다. 따뜻한 곳에서 자라던 식물이므로 추운 것은 싫어하나 무더위에는 잘 견딘다.

꽃은 6월~10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가장자리에 혀모양꽃이 달리고, 가운데에 관모양꽃이 달린다. 꽃색이 다양할 뿐 아니라 초여름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므로 관상용 원예식물로 알맞다.

백일초라고도 부르는 백일홍은 꽃이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이다. 흰색으로 피는 꽃말은 '순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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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조선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한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시투구꽃의 실물이 궁금했다. 투구꽃에 각시가 붙었으니 투구꽃보다는 작다라는 의미다. 여전히 각시투구꽃은 보지 못하고 대신 투구꽃을 만났다.

꼬깔인듯 투구인듯 머리에 모자를 눌러쓴 것이 감추고 싶은 무엇이 있나보다. 자주색 꽃이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아래에서 위로 어긋나게 올라가며 핀다. 병정들의 사열식을 보는듯 하다. 여물어 가는 가을 숲에서 보라색이 주는 신비로움까지 갖췄으니 더 돋보인다.

꽃이 투구를 닮아 투구꽃이라고 한다. 맹독성 식물로 알려져 있다. 인디언들은 이 투구꽃의 즙으로 독화살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각시투구꽃도 이 독성을 주목하여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집안도 형태적 변이가 심하여 복잡하다. 투구꽃, 세뿔투구꽃, 바꽃, 지리바꽃, 놋젓가락나물, 한라돌쩌귀 등이 있다. 겨우 두 세 종류만 보았고 또 비슷비슷 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 예쁘지만 강한 독을 지닌 투구꽃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독특한 모양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뭔가 감추고 싶어 단단한 투구를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밤의 열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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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한강 작가의 시 '괜찮아'다. 11월은 노벨문학상을 수상을 축하하며 한강 작가의 시를 찾아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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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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