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난초
먼데서 오는 꽃소식은 마음을 늘 급하게 만든다.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소식만으로도 우선 반갑다. 시간을 내고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복 또한 꽃이 준 선물이다.

나뭇잎으로 우거진 숲에 볕이 드는 순간 유난히 빛나는 꽃이다. 꽃대에 많은 꽃을 달았고 그 하나하나가 모두 빛을 발하고 있다. 녹색 꽃대와 황갈색 꽃, 하얀 꽃잎술이 어우러진 모습이 매력적이다.

이름이 감자난초일까. 둥근 알뿌리가 감자를 빼닮아서 감자난초라고 한단다. 감자라는 다소 투박한 이름과 어울리지 않지만 그 이름 때문에 더 기억되기도 한다. 크기와 색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숲 속에서 만나는 꽃들은 모두가 숲의 요정이 아닐까 싶다. 있을 곳에 있으면 그곳에서 빛나는 모습이라야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꽃말이 '숲속의 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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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채로 지는 능소화凌霄花

“서울에 이상한 식물이 있는데, 나무에는 백송(白松)이 있고 꽃으로는 자위(紫葳)가 있다. 자위는 달리 능소화라고도 하는데, 중국이 원산이다. 수백 년 전에 조선 사신이 연경에 가서 가져다가 심은 것이라 한다. 그다지 아름다운 꽃은 아니지만, 매우 보기 드문 꽃으로 유명하다.”

화하만필 능소화 편의 머릿글이다. 중국 원산으로 매우 보기 드문 꽃으로 소개한다. 여기에 더해 이동운(李東芸)이 소장한 《한성지략(漢城識略)》 하권 각동조(各衕條)와 사묘조(祠廟條)에 능소화에 대해 이러한 기사가 실려 있다고 전한다.

“백운동은 인왕산 아래 있다. 월성위궁(月城尉宮)이 이 거리에 있다. 월성위 궁에는 능소화가 있는데, 6,7월 사이에 꽃이 피니 주황색이다. 덩굴이 노송 위로 나온다. 또 북송현(北松峴)의 두실(斗室) 심상규(沈象奎) 대감 댁에 홀로 능소화가 있다.”

“덕흥부원군의 사당은 사직동에 있다. 적장손(嫡長孫)이 대대로 대원군의 제사를 받드는데, 사당의 앞 뒤에 능소화가 있다.”

화하만필에서는 능소화에 대한 식물학적 특성도 빼놓지 않고 설명하고 있다.

“능소화는 덩굴로 자라는 나무다. 다른 나무나 담벽을 타고 올라가 거기에 붙어서 산다. 그 잎은 등나무 잎과 같고, 꽃은 주황색으로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겼다. 6,7월 복중(伏中)에 피어 꽃 피는 기간이 한 달 반에 이른다. 꽃이 질 때는 꽃받침 채로 떨어지므로 시들지 않고 싱싱한 채로 떨어져 땅에서 시든다. 이것이 이 꽃의 한 가지 특징이다.”

*지금 사는 집을 마련하고 능소화 가지 하나를 얻어와 들고나는 대문 옆 담장아래 심었다. 몇 년 사이에 담장 위로 자란 능소화가 하나 둘 꽃을 피우더니 지난해부터는 여름 동안 풍성하게 꽃잔치를 벌린다. 능소화가 주는 매력을 보고자하는 마음이 시작이었지만 한편으로 집을 찾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꽃을 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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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7-1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닥에 진 능소화를 한참 봤는데 이런 꽃이었군요. 잘 읽고 갑니다.
 

나도제비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엔 특별한 꽃들이 핀다.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그 주인공이다. 종류도 많고 사는 환경도 달라 쉽게 만나기 힘든 대상들이다.

처음 보는 순간 쪼그려앉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요리보고 저리보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눈맞춤 하고서야 겨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연한 홍색으로 피는 꽃 색깔도 매혹적인데 자주색 점까지 찍혀 더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입술모양 꽃부리가 독특하다. 하얀색으로 피는 것은 흰나도제비란이라고 한다.

독특한 모양에 색깔, 앙증맞은 모습 모두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렇게 독특하니 관상 가치가 높아 훼손이 많단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먼길 마다하지 않고 발품팔아 꽃을 보러가는 이유가 꽃을 보는 동안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것 때문일 것이다. 금강애기나리와 함께 이 꽃도 톡톡히 한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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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꽃나무
모든 꽃은 아름답고 이쁘다.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주목 받아야 한다. 잠시 피는 꽃이지만 꽃이 피기까지의 수고로움과 열매 맺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꽃이 동등하게 주목 받지는 못한다. 사람마다 취향의 호불호가 다르고 보는 목적이 달라서다. 나 역시 수많은 꽃을 찾아 발품팔면서도 유독 마음이 가는 꽃은 따로 있다. 그 중 이 함박꽃나무가 선두다.

깨끗하고 탐스러우며 특유의 향기 또한 은근하고 깊다. 꽃잎의 백색과 붉은 빛이 도는 수술에 꽃밥의 밝은 홍색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이면서도 기품있는 단아함을 보여준다. 모양, 색, 향기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때를 기다려 높은 산을 올라 기어이 보고나서야 비로소 여름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나에게는 봄과 여름을 가르는 시금석 같은 꽃이다. 매년 이 꽃을 핑개로 무등산과 지리산을 올르며 보았는데 올해는 일월산에서 눈맞춤 했다.

전국 숲에서 자라지만 눈여겨 보는 이가 많지 않다. 비교적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사는 이유도 한몫 한다.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는 뜻으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북한에서는 '목란'이라 부르며, 국화로 지정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함박꽃나무다.

백련의 숭고함도 아니고 백모란의 원숙미와도 다르다. 순백의 꽃잎을 살포시 열며 보일듯 말듯 미소 짓는 자태가 이제 막 여물어가는 선이 고운 중년 여인의 모습을 본다.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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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칡
사진으로 보며 눈에 익혔다. 언젠가 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 막연한 기대는 늘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먼길을 나섰기에 때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것은 보자고 서둘러 움직인 덕분에 만났다.

특이한 모양새다. 서양악기 색소폰을 닮은듯 보이기도 하여 음악소리가 들리는듯 두리번거리며 꽃을 찾아보게 된다.

등칡이다. 줄기를 뻗어 타고 올라가는 모양은 등나무와 닮았고 잎은 칡저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꽃과 열매의 모양이 특이하여 주목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사는 곳이 한정되어 있고 내가 사는 남쪽 인근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이다. 이제 눈맞춤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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