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섰다.

나란히 가는 길이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지도 않으니

그저 제 속도로 가면 된다.

일정한 거리를 두었으니

더하고 덜할 일도 없다.

잠시 쉬어도 하고

등지거나 마주봐도 좋고

은근히 지켜봐주면 되며

때론 한눈 팔기도 한다.

지나온 흔적이

앞길을 방해하지 않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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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
갈망이다. 중심을 세우고 그 둘레를 매워 하늘향한 간절함을 담았다. 제 몸을 불살라 그 빛으로 주위를 환하게 물들이는 수고로움도 기꺼이 받아들린다.

눈맞춤하는 동안 주변을 서성이며 이리도 보고 저리보며 생김새를 살피는 까닭은 내 안에 꿈틀대는 그 무엇을 이 꽃에서 찾은듯 싶었기 때문이다.

'물레나물'은 전국의 산과 들의 햇볕이 잘 드는 곳, 반그늘이나 그늘에서도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6-8월에 줄기와 가지 끝의 모여 피며, 노란색이다. 노란색의 꽃잎이 화려하며 많은 수의 수술이 다섯 묶음으로 난 특징을 지닌다.

'물레나물'이라는 이름은 꽃잎이 물레처럼 비틀어져 있어 물레나물이라고 한다. 물레나물 꽃은 햇빛이 직접 닿아야만 피는 습성이 있어 유독 나비와 벌이 많이 찾는 꽃이라고 한다.

어린시절 냇가에서 풀잎으로 물레방아 놀이를 하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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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겹으로 쌓였다.
바람이 지나가는 틈으로 빗물도 스며들었으리라. 그 품에 들고났던 새들의 노랫소리 또한 끊이지 않았고 드문드문 사람의 발자국 소리도 들었으리라. 칠흑같은 어둠, 새벽의 고요, 해뜨는 시간의 설렘, 별이 총총한 밤하늘, 뜨거운 햇볕과 차가운 눈보라ᆢ. 어느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나무의 안과 밖에 흔적을 남겼으리라.

거부할 수 없었던 시간의 무게가 자신을 키위온 힘이었다. 내어준 만큼만 받아들었고 버겁지 않을 만큼의 틈을 내었다. 시간이 전하는 말에 귀기울었고 내면의 울림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돌아보니 모든 순간이 다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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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말나리
붉은 속내를 드러내고서도 당당하게 하늘을 본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부끄러워 더 붉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늘 그렇게 얼굴 붉어지는 것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 부끄러움 알기에 깊게 갈라진 붉은 꽃잎에 살포시 점하나 찍어두었다.

한여름에 피는 꽃은 황적색으로 원줄기 끝과 바로 그 옆의 곁가지 끝에서 1~3송이씩 하늘을 향해 달려 핀다. '말나리'와 다르게 꽃은 하늘을 향하고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크게 돌려나는 잎과 어긋나는 잎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식물도감에 의하면 '나리'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 중에서 '하늘'이 붙은 것은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고, '땅'은 꽃이 땅을 향해 핀다는 뜻이다. 그리고 '말나리'가 붙은 것은 동그랗게 돌려나는 잎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하여 보면 하늘을 향해 꽃이 피는 돌려나는 잎을 가진 나리가 '하늘말나리'다. '순진', '순결', '변함없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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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양지꽃
여름날 높은 산에 오르면 바위틈에서 만나는 꽃들이 있다. 그중 노랑색으로 빛나는 꽃을 만난다. 돌과 바위 틈에서 위태롭게 살아가지만 활짝 피어 반가운 미소로 산에 오르는 이들을 맞이해 준다.

이른봄 노랑색으로 봄의 온기를전해주는 꽃으로 양지꽃이 있다. 양지바른 곳에 핀다고 양지꽃이다. 그 양지꽃 닮은 것이 돌 위에서 핀다고 돌양지꽃이다. 한여름 주로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매년 빼놓치 않고 오르는 노고단과 가야산에서 만난 모습들이다. 안개와 습기가 많은 곳이라 어우러지는 멋진 풍경을 보며 산에 오르는 고단함을 달래기에 좋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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