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어 서다'
든든한 안정감이다. 불안한 감정의 굴곡에 끄달리지 않고 마음의 평온을 유지함이다. 서로를 향한 깊고 맑은 마음에 의지하며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때를 알아 스스로 꽃잎 떨구는 꽃의 마음은 허전하거나 외롭지 않다. 떨궈야만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는 오히려 더 큰 기대와 설래임이 있다. 이러한 마음은 온갖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며 꽃을 피웠던 수고로움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누리게 되는 권리다.

서로에게 기대며 손 마주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마음 이미 충분히 깊고 넓다. 이 가슴벅찬 감동 다 그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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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죽인 제자들
정명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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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제자를 통해 불멸의 영광을 얻는다

한동안 내게도 스승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았다풀리지 않은 삶의 문제에 대해 길을 모색할 힘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스승을 만나기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였고 여전히 그 갈망은 존재한다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려는 사람에게 스승의 존재는 절대적이다스승으로 인해 삶의 방향을 세우고 내용을 채워갈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그러기에 스승을 찾는 사람들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언제 어디서 스승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스승과 제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은 많다그들의 만남을 통해 스승과 제자 사이 무엇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도 올바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정립하고 그 속에서 시대의 문제에 해답을 찾아가는 지혜를 얻고자 함이다.

 

정명섭의 스승을 죽인 제자들은 "지식의 진보는 수많은 스승과 제자의 갈등과 도전이 낳은 결과물이다.청출어람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과 원칙이 숨어 있다파괴와 계승창조로 얽힌 이 묘한 관계 속에서 스승과 제자들의 개인적인 삶과 운명뿐만 아니라 역사의 흐름도 관찰할 수 있다." 는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송시열 윤증박규수 김옥균우륵 계고송익필 김장생김정희 허련이승희 김창숙,김굉필 조광조백이정 이제현이달 허균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스승과 제자 열 쌍스무 명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주목하는 것은 스승과 제자 사이다. ‘스승에게 등을 돌리다스승의 그림자가 되다스승을 추월하다등으로 이들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역사 속 굵직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오리무중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무엇을 바라봐야 할까?

 

청출어람(靑出於藍),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靑取之於藍而靑於藍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는 말에서 유래된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 설정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스승을 딛고 일어선 제자들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학문과 사상의 발전에 있어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스승을 믿고 따르며 배우지만 이는 곧 자신만의 세계를 정립하기 위한 출발이다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밝은 눈을 얻어 그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은 제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잃어버린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는 한편 왜곡된 스승과 제자 관계로 등장한다스승이 가진 힘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관계가 된 것이다이를 올바로 돌려 스승과 제자의 관계의 긍정적 힘을 찾아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야하지 않을까 싶다옛 사람들의 경험을 빌어 스승과 제자가 진리를 추구하는 길에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긍정의 힘을 발휘할 관계의 정립에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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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다'
멈춤이 아니다. 애쓴 수고로움에 대한 위안이며 누림이다. 더불어 변화된 상황을 지속한다는 열망을 담고 있다. 서로의 감정과 의지가 만나 새롭게 만들어낸 상태를 유지하고 더 확장시켜 다시 지속가능한 질적변화를 준비하는 것이다. 

꽃에 향기가 머물러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매개자를 불러온다. 그 향기는 꽃으로의 자신을 유지함과 더불어 열매로의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향기를 함유한 꽃이 주목받는 이유다.

누군가의 가슴에 머무른다는 것은 내 가슴에 상대가 머물러 위안받고 그 위안을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준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내 가슴에 머무는 그대도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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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달을 보기 위해 새벽 바다로 갔다.
달지기 전과 해뜨기 전 그 사이ᆢ

그대를 불러 함께 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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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장론과 연암 박지원
정민 지음 / 태학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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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글맛을 만난다

글쓰기와 책읽기의 관계에 주목해 온 시간이 제법 된다그렇다고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고 그저 생각나면 끄적거리는 정도다하지만 좋은 글 읽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편이다그렇게 읽을 좋은 글은 주로 고전에서 찾는다그것도 우리 선조들의 글 속에서 말이다.

 

그런 연유로 주목하는 사람이 있다조선 후기를 살았던 박지원과 이덕무의 글들이다이들이 남긴 옛글 속에 담긴 글쓴이의 감정과 의지를 알아보고자 함이다그러나 여기에도 넘지못 할 벽이 있다그것은 한자라는 벽을 넘지 못하기에 번역자의 시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 설흔이라는 작가와 정민 교수다설흔의 책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를 통해 설흔이라는 또 한사람의 독특한 글을 쓰는 이를 만났다설흔은 옛글 속의 행간을 읽으며 글쓴이들의 심사를 헤아려보는 작업을 주로하는 사람으로 매력적인 글을 남기고 있다소설가인 설흔에 비해 한문학을 전공한 정민 교수는 옛글에 보다 직접적이다그의 저작 '고전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에서 다시 정민교수의 시각을 통한 박지원을 만나는 계기가 된다이 책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연암 박지원이다정민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조선의 대문장가 연암 박지원의 다양한 글을 만나는 기대감이 있다.

 

고전문장론에서는 옛사람들의 글 읽기와 그에 의거한 글쓰기에서 주목하는 점을 담았다. ‘소리내서 읽기,정보를 계열화하여 읽기의문을 품고 확산적으로 읽기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고 행간을 읽기텍스트를 넘어서 읽기’ 등의 다섯 갈래의 독서방법론에 이어 고전문장론에서 법()의 문제와 문장 이론사의 세 유파에 관한 논의를 정리했다이를 온달전를 통해 편장자구 분석으로 옛글의 단단한 짜임새와 행간 읽기의 실제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박지원의 편에서는 그의 문장론과 독서론을 살펴보고잡록이나 서신 자료 중 독서 관련 글을 검토하고 있다글쓰기의 최고 수준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는 황금대기’, ‘홍덕보묘지명의 명사, ‘주공탑명’, 연암 척독 소품 등의 분석을 통해 연암 글의 행간을 읽어내고연암 박지원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과 그 글에 담긴 예술미를 살펴본다또한 뒤늦게 발굴된 편지글 모음인 서울대학교 박물관 소장 연암선생서간첩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동안 박지원의 생애와 인적교류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검증을 해 본다.

 

정민 교수가 본 연암의 편지글의 일부인 척독은시치미 떼기다말꼬리 흐리기통렬하게 찌르기장황하게 늘어놓기 베껴서 짜깁기등으로 연암의 글쓰기의 특징을 밝힌다연암의 글 속에서 해학을 찾는 이들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여 연암 박지원의 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연암 박지원조선후기 북학파의 한사람으로 청나라와의 교류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과 열하일기의 저자로 알려졌다이러한 단편적 이해를 넘어 연암이 남긴 글 속에 담긴 감정과 의지를 밝혀 온전한 한 사람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정민 교수의 이 책을 통해 대문장가로 일컬어지는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란 무엇이고 글에는 무엇이 담겨야 하는지 심사숙고하는 기회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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