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 이호준의 아침편지
이호준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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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세상을 바꿔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살아온 날들의 무게가 쌓여갈수록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하여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된다아름다운 마무리가 그것이다하지만이것도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님도 안다무엇이든 준비되지 않고 맞이할 때 느끼는 당혹감은 준비를 하고 맞아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삶의 마무리도 마찬가지다그 준비는 언제 시작하더라도 빠르지 않다.

 

그렇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조건만 된다면 자신의 일상을 글로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짧은 글이라도 그 글을 쓰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과 세상의 교집합에 대해 성찰해가는 과정으로써의 글쓰기가 어떨까?

 

이호준의 산문집 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를 읽으며 드는 생각이다이상을 기록하듯 소소한 글쓰기가 주는 자기성찰의 기회가 그것이다이 산문집은 일선에서 물러나 생의 후반기를 살아가는 시인 이호준의 눈에 비친 세상과 자신의 교집합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이호준의 아침편지라는 부제 속에서 짐작하듯 페이스북으로 안부 열풍을 일으킨 이호준 작가의 그 편지글을 담은 책이다.

 

시인이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마주치는 장면들에서 삶의 위안과 현실을 딛고 일어설 지혜를 만난다사람들 사는 이야기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우리 이웃의 이야기그리고 바로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힘들다고 도망칠 수 없고무겁다고 함부로 벗어던질 수 없는 인생그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 속에서 얻은 이야기들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폐지 줍는 할머니맞벌이가 힘에 부처 어린 자식을 노모에게 맡기러 가는 아버지오랜 회사 생활 끝에 퇴직을 준비하는 가장사고로 자식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지하철 계단에서 구걸하는 노인에게 지갑을 털어주는 외국인 근로자장애인을 따뜻하게 돌보는 버스 운전자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은 시골 경찰서장이 시인의 시선을 머물게 한 장면이다.

 

시선이 머문 장면에는 사람이 있다사람이 있어 이야기 거리가 되며 그 이야기 거리는 세상과 나사람과 사람 사이 교집합을 이룬다이런 교집합이 있을 때 비로소 공감이 있으며 이 공감은 감동을 불러와 사람과 사람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힘으로 작용한다이호준의 짧은 이야기 속에는 바로 이 풍경이며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감동이 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세상을 탓하기는 쉽다다 자신이 비켜가고자 하는 부담감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하지만그런 마음은 언제나 같은 상황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뿐이다예전과 비교해 한 치도 나아지지 않은 사람들과 세상은 나 자신이 그렇게 다른 사람과 세상을 탓 만해 온 결과다.

 

이호준의 아침편지 속 이야기들은 그렇게 다른 사람과 세상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처지와 조건에서 실현가능한 일을 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위안이며 감동을 얻게 된다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을 짓누르는 그 무게를 나누지 못하지 때문은 아닐까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희망을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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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국립민속국악원 무용단 하반기 정기공연


판소리 춤극 "심청이 울었다"


2015.10.30~31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


바람 부는 바다, 인당수
북소리는 두리둥 둥둥둥 갈 길 재촉하는데
정화수 떠 놓고 나를 위한 마지막 인사
눈을 감고 치맛자락 무릅쓰고
뱃전으로 우루루ᆢ풍덩!


"심청은 왜 인당수에 자신을 던져 스스로 죽었을까?
심봉사가 뜬 눈이 육신의 눈일까?
뺑덕이네는 또 어떤 사연이 있어서 심봉사의 등을 쳐 먹고 살까?
갖가지 사연을 가진 수많은 봉사들이 맹인잔치에 참석한다.
이 모든 사연을 끌어 안고 심청은 운다."
-지기학 예술감독


"더 이상 메마른 세상이 되지 않기 위해선 울어야 한다. 나를 위해서든 타인을 위해서든 아니면 당신을 위해서든 말이다. 울지 않는 것은 스스로의 나약함과 거짓된 생에서 비롯되는 피상적 일상에 대한 허위를 감추기 위해서 일 뿐이기에."
-무용연출가 이재환


*춤극이다. 대사는 몸짓과 의상, 무대장치에 판소리가 어울어진다. 심청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춤꾼들의 몸짓으로 살아난다.


언어로 전달되는 감정 표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몸의 언어는 익숙치 않다. 극의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집중된 이미지의 표현에 주목하여 전달되는 극의 효과를 전달받기에 버거웠다. 춤극이기에 몸짓으로 표현되는 감정전달에 집중되는 것은 이해되나 소리 언어인 판소리도 더 많이 활용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화려하고 현란한 몸짓에 스토리가 묻혀 감동을 이끌어 내는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심청이 울었다'는 것은 곧 '울음'에 주목한다는 것인데 울음으로 대치되는 감정의 변화나 심정의 전환이 무엇을 통해 가능할까? 심청이 울어서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울음'은 질적변화를 담보한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매개다. 심청의 울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한켠 쌓인 무게가 해소되는 계기로 작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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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내기'
지극한 마음이다. 더할 수 없이 극진함으로부터 출발한다. 첫마음은 그렇게 세상밖으로 나와 갈 곳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순백의 바탕이 사나브로 붉게 물들어가는 것이다.

나무를 심는 마음 이와 다르지 않다. 뿌리를 내려 살 수는 있을까? 이름만으로는 체감할 수 없는 설램과 기대 그리고 두려움까지 다 포함하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내 뜰에 나와 함께 둥지를 튼 은목서가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순백의 첫꽃을 피웠다. 부지런히 뿌리내리고 줄기를 뻗고 잎을 내는 동안 벅찬 숨을 쉬었다는 확실한 증거다. 그 꽃이 품고 있는 향기는 생명을 키워온 거룩한 향기다. 첫꽃의 향기가 더 달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여, 내 첫마음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본래의 마음자리를 살핀다. 

마음을 내고 첫걸음을 시작한 후 돌고 돌아 나 역시 지금 이 자리에 섰다. 나무의 첫꽃을 피우기 위한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았음이며, 그 길을 걸어오는 동안 숨 쉴수 있었던 생명의 길이었다. 다ᆢ그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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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100회 정기연주회


Autumn Breege


2015.10.29 19:30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보름을 갖지난 달빛이 그윽한 정취를 자아내는 가을밤 국악관현악의 선율과 함께한다. 형식에 치우치지 않은 조그마한 소극장의 공간이기에 연주자와 관객의 긴밀한 호흡에서 오는 공감의 기회다.


Program
*관현악 : Sinfonietta No. 1 - 작곡 신동일
*25현 가약금협주곡 : 새산조 - 작곡 박범훈, 가야금 김한아
*해금협주곡 : 메나리 - 작곡 박경훈, 해금 김민희
*창작판소리 : 노총각 거시기가 - 작사 김은경, 편곡 김만석, 소리 남상일
*창과 관현악 : 장타령 - 편곡 김만석, 소리 남상일
*Odyssey-긴 여행 - 작곡 민영치, 편곡 이고운, 장구 민영치


창작 판소리가 들어가긴 했지만 오롯하게 관현악 중심의 연주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역에서 초연되는 세 곡의 관현악과 25현 가야금과 해금 협주곡은 새로운 곡이 주는 신선함에 한층 무르익은 연주자들의 노력이 더해져 가을밤의 정취를 더 깊게 느끼게 해준다.


특히, 해금협주곡의 메나리 연주자 김민희의 구음이 주는 울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또한, 민영치 작곡의 'Odyssey-긴 여행'은 작곡자의 연주회에 직접 참여로 작곡가의 곡에 대한 자신의 연주 참여가 가져다 주는 기대감이 있더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공연안내**

*제101회 정기연주회
2015.11.26(목) 오후 7시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제102회 정기연주회
2015.12.215(화) 오후 7시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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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오는 편지 - 최돈선의 저녁편지
최돈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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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빠른 시대 느림의 미학을 공유한다

글쓰기의 완성은 산문에 있다고 한다다른 글과는 조금 달리 글쓴이의 진솔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그래서 삶을 살아온 시간이 넉넉한 이들의 진솔함이 담긴 산문을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위안이 되는 순간이 있다그렇다면 이런 산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어디일까?

 

글을 읽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 내가 주목하는 것은 글쓴이의 얼굴이다나이 들어가면서 책임져야할 것이 하나 추가된다고 한다그것은 자신의 얼굴이란다얼굴에 만들어진 주름 하나하나까지 디 자신이 살아온 흔적일 테니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글에 담긴 진솔함이 글쓴이의 얼굴에서 전해지는 이미지와 닮았을 때 그 이상 더 큰 공감이 있을까최돈선 시인의 얼굴에서 그것을 확인한다.

 

그런 산문과 글쓴이를 만난다바로 시인 최돈선과 그의 산문집 느리게 오는 편지.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속에 종이 울린다먼저 만난 최돈선 시인의 글을 통해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삶을 꾸려가는 지 공감하는 경험을 했기에 이번 산문집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스스로를 그저 서정시나 쓰는 변방시인’, 헤픈 웃음으로 자신을 희화화시키는 바보시인이라고 칭하는 시인의 감성이 묻어나는 이번 산문집은 크게 그리움사랑슬픔아름다움등 네 가지 주제로 삶을 통찰하고 있다.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과 추억이 깃든 고향 등에 대한 이야기투박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아내에 대한 사랑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어머니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깊은 슬픔삶과 죽음에 대한 비감을 담담하게 고백하고삶의 구석구석에 놓인 풍경과 자연,생명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그와 나는 여간해서 전화를 하지 않는다우린 엽서나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근황을 알려준다나는 그를 아내 몰래 숨겨둔 애인처럼 생각한다그의 글씨를 사랑하고그의 진심이 담긴 글을 사랑하고그의 그리움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달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필도 아닌 그의 글씨와 글이 그리워지면나는 답장을 은근히 기대하며 짧은 안부 편지를 보낸다.” -그대의 섬에서 그대를 읽네 중에서

 

지금은 거의 사라진 손편지를 쓰는 사람의 마음이 담겼다다소 느긋함을 요구하는 손편지의 마음이 즉각적인 피드백을 요구하는 시대와는 동떨어진 감정일지 모르나 어느 누구하나 손편지에 담긴 사람을 향한 정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여기에 담긴 글들은 바로 그런 마음을 담은 정성이 느껴지는 글들이다.

 

특히최돈선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하는 바가 크다시인은 김수상 시인의 시 어머니는 부픈 치마를 안고 들판에서 돌아온다를 통해 김수상의 시인이나 나나 어디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고 했다시인이 느끼는 감정에 나도 어디 하나 다르지 않다.

 

편지는 그리움이고그 그리움을 채우는 여백이다편지엔 기다림이 있고 부치는 즐거움이 있다.”

 

본문 속에 열 두 편의 저녁편지는 바로 이제는 이미 사라져가는 편지 속에 담아온 정의 실천으로 보인다.무엇이든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느리다는 것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하지만역으로 보면 즉각적인 피드백이 요구되는 시대이기에 가능한 필요성의 제기로 보이기도 한다하여시인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공감과 소통에도 공감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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