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이호준, 다할미디어

'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로 만난 시인 이호준의 글에서 흙냄새가 난다. 흙이 사라진 도심의 이야기에서도 기억 속 흙냄새를 불러오는 이유는 그의 어떤 글이든 하나하나가 우리 모두가 발딛고 살아가는 현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흙냄새는 고향이며 사람의 마음이다.

누구에게나 현실은 삶의 무게로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시인 이호준은 이 버거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가 묻는 안부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스한 가슴이 있어 가능한 마음 나눔이며 공감을 바탕으로 한 소통으로 모아진다. 그의 글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은
시인 이호준이 이땅에서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전국을 떠돌며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 엮은 책이다.

"원두막, 섶다리, 대장간, 장독대, 죽방염, 고무신, 손재봉틀, 이발사, 사진사, 서낭당, 술도가, 간이역, 징검다리, 줄배, 너와집-굴피집, 상엿집, 소달구지, 피맛골, 뻥튀기, 성냥공장, 닭서리, 짚신ᆢ" 등

'그때가 더 행복했네'와 '떠나가는 것은 그리움을 남기네'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이 출간된 싯점이 2008~9년이니 오늘의 현실은 그때와도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그 차이는 그 만큼의 더 깊은 그리움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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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경'
-정약용丁若鏞

友欲月下飮(우욕월하음)
勿放今夜月(물방금야월)
若復待來日(약부대내일)
浮雲起溟渤(부운기명발)
若復待來日(약부대내일)
圓光已虧缺(원광이휴결)

벗이여 달빛 아래 술 마시려면
오늘 밤 저 달을 놓치지 말게
만약 다시 내일 을 기다린다면
뜬구름이 바다에서 일어날 걸세
만약 다시 내일을 기다린다면
둥근 달빛 하마 이미 이지러지리

*음력 구월 보름달이다. 특별한 장소를 정해두고 달빛아래 술잔을 나누던 옛사람들은 사라졌지만 그 고상한 취미는 오늘로 전해져 달을 바라본 이들이 제법있다. 

술잔 기울이지 못하고, 차 한잔 앞에 두지도 못하고 더욱 함께할 벗도 없지만 홀로 달빛 아래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 모월당慕月堂에 앉아 창으로 스며드는 달빛에 책 읽는 것도 좋으리.

그대에게 달을 보낸 까닭도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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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남자
유경숙 지음 / 문학나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내 삶은 어떤 소리를 낼까?

나에게 있어 문학은 접하기 어렵고 더구나 단편은 더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적극적으로 작가와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낯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한 작가와의 만남이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다양한 단편작품을 통해 작가의 글맛을 알아갈 수 있으며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주목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어남자'는 자연과 세상 속, "뭇 구멍에서 나는 피리소리를 듣고 가지런히 편집하는 것자연의 소리에 사람의 숨을 보테어 엮어내는 작업"을 소설쓰기로 규정하는 작가 유경숙의 단편소설과 미니픽션을 모은 소설집이다.

 

적화청어남자불무골금취학령눈썹천은사감국입산통제구역사람들이란 여덟 편의 단편들과 미니픽션으로 맨발의 그녀가다가 돌아온 최씨증미산 사람들 1, 쟁기불목하니” 등 다섯 편의 글이 실렸다.

 

대표작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청어 남자로 볼 수 있다청어 남자는 간병인 여자가 바라본 한 환자와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주목하는 남자가 입었던 옷이 청어뼈에서 본떴다는 헤링본코트다청어가시가 목이 걸려 답답한 심정처럼 남자와 여자의 마음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짧지 않은 시간동안 남자와 여자 사이에 주고받았던 교류는 형식적 가치에 불과한 것일까? ‘불무골에서도 마음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태풍이 몰아치는 시공간을 맨몸으로 뚫고 가려던 남자는 죽고 남은 여자동생과 죽은 이의 친구의 친구가 다 떠나곤 빈 골짜기에 들어와 한 집에 함께 기거하는 일로 묻히고 만다더불어 인생의 모진 풍파에 흔들리면서도 자아를 지켜낸 이들의 삶을 담은 금취학령’, 언청이 쌍둥이로 태어나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는 남매를 그린 적화’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가 들었던 세상 속뭇 구멍 속에서 들었을 피리소리는 어떤 것일까사회적관계망 속에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사람들이지만 그 밀접한 관계가 역으로 작용하여 단절을 불러오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각기 다른 삶 속에서 각기 다른 소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을 원하지만 어쩌면 자신조차 알기 힘든 일로 보이기도 한다이 지점이 마음의 단절로 이어지는 것이리라.

 

자연의 소리에 사람의 숨이 소통하여 만들어 내는 피리소리는 공감을 통한 소통으로 이어질 것이다무엇이 어떻게 전개되어 결론으로 모아지는 무엇이 없기에 한없이 열린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 속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의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도 어쩌면 더 강렬하게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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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한다'
한 마음이 또다른 마음을 향한 간절함이다. 몸과 마음의 안녕과 평안을 바라는 마음자리의 출발이며, 순간순간 잊기도 하지만 곧 그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다.

왕고들빼기는 땅을 딛고 하늘을 의지해 생을 살아간다. 그 의지하는 바는 억지를 부리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부터 출발한다. 무엇을 '소망한다'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산을 넘어오는 바람은 산 너머 그대의 희(喜), 노(怒), 애(哀), 구(懼), 애(愛), 오(惡), 욕(慾)을 담아서 온다. 이 속에는 그대가 자신과 세상을 만나는 동안 한순간도 벗어나지 못하늗 온갖 감정이 다 담겨있다. 

이를 담아오는 바람은 그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를 전해준다. 하지만 그 바람이 전해주는 그대의 감정과 의지를 맞이하는 마음은 언제나 그대와 똑같은 희(喜), 노(怒), 애(哀), 구(懼), 애(愛), 오(惡), 욕(慾)을 동반한다.

동반하는 이 감정과 의지는 그대가 자신과 세상을 만나는 시공간에 함께하지 못하는 차이로 인해 생기는 것이며 그 바탕에는 그대를 온전히 가슴에 담고자 '소망한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소망한다'는 이 감정과 의지는 일방통행일 때가 대부분이다. 소망하는 바가 그대에게 닿아 감응을 일으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가 못하는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작동하는 그대를 향한 내 마음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누군가가 그대의 몸과 마음의 안녕과 평안을 '소망한다'는 것을 안다면 이를 온전히 받아 안고 정성으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그대를 가슴에 품고 소망하는 자에 대한 예의다. 

그대의 일상은 그 '소망'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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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사람으로 살고자는 소망에도
목숨을 걸어야만 살 수 있는
이 땅의 모든 평화로운 이들에게 붉은마음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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