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남자
유경숙 지음 / 문학나무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내 삶은 어떤 소리를 낼까?

나에게 있어 문학은 접하기 어렵고 더구나 단편은 더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적극적으로 작가와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낯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한 작가와의 만남이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다양한 단편작품을 통해 작가의 글맛을 알아갈 수 있으며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주목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어남자'는 자연과 세상 속, "뭇 구멍에서 나는 피리소리를 듣고 가지런히 편집하는 것자연의 소리에 사람의 숨을 보테어 엮어내는 작업"을 소설쓰기로 규정하는 작가 유경숙의 단편소설과 미니픽션을 모은 소설집이다.

 

적화청어남자불무골금취학령눈썹천은사감국입산통제구역사람들이란 여덟 편의 단편들과 미니픽션으로 맨발의 그녀가다가 돌아온 최씨증미산 사람들 1, 쟁기불목하니” 등 다섯 편의 글이 실렸다.

 

대표작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청어 남자로 볼 수 있다청어 남자는 간병인 여자가 바라본 한 환자와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주목하는 남자가 입었던 옷이 청어뼈에서 본떴다는 헤링본코트다청어가시가 목이 걸려 답답한 심정처럼 남자와 여자의 마음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짧지 않은 시간동안 남자와 여자 사이에 주고받았던 교류는 형식적 가치에 불과한 것일까? ‘불무골에서도 마음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태풍이 몰아치는 시공간을 맨몸으로 뚫고 가려던 남자는 죽고 남은 여자동생과 죽은 이의 친구의 친구가 다 떠나곤 빈 골짜기에 들어와 한 집에 함께 기거하는 일로 묻히고 만다더불어 인생의 모진 풍파에 흔들리면서도 자아를 지켜낸 이들의 삶을 담은 금취학령’, 언청이 쌍둥이로 태어나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는 남매를 그린 적화’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가 들었던 세상 속뭇 구멍 속에서 들었을 피리소리는 어떤 것일까사회적관계망 속에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사람들이지만 그 밀접한 관계가 역으로 작용하여 단절을 불러오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각기 다른 삶 속에서 각기 다른 소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을 원하지만 어쩌면 자신조차 알기 힘든 일로 보이기도 한다이 지점이 마음의 단절로 이어지는 것이리라.

 

자연의 소리에 사람의 숨이 소통하여 만들어 내는 피리소리는 공감을 통한 소통으로 이어질 것이다무엇이 어떻게 전개되어 결론으로 모아지는 무엇이 없기에 한없이 열린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 속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의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도 어쩌면 더 강렬하게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