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수요일

동백꽃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나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

전 존재로 내지르는

피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2월은 동백꽃과 관련된 시를 모아본다. 문정희 시인의 시 '동백꽃'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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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가움이 좋다.

코끝이 찡 하도록 파고드는 냉기가 싫지 않다. 겨울답지 않았던 낯선 모습에서 오는 당혹감이 비로소 물러간다는 반가움이기도 하다. 시린 손끝에 온기가 돌면서 냉기와는 다른 볕의 넉넉함으로 건너가는 시간이다.

봄기운을 불러오기 위한 겨울의 배려가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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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매臘梅(소심)
엄동설한 매화 피는 시기에 같이 핀다. 매화를 닮아 매화의 매자를 달았다. 매화를 닮았다고 본 것은 겉모습이 아닌 그 속성을 본 것이다.

12월을 섣달, 납월(臘月)이라 하는데 그 추운 섣달에 피는 매화라 하여 '납매'라 부르는 꽃이다.

'납매'는 중국이 원산이어서 당매라고도 하고 꽃색깔이 노랑이어서 황매라 부르던 것을 송나라 때부터 '납매'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꽃은 1∼2월 잎이 나오기 전에 옆을 향하여 피는데 좋은 향기가 난다. 종모양 노오란 꽃망울을 열어 붉은 꽃잎을 드러낸다. 일반 매화보다 먼저 핀다. 보통 1월 중하순에 피어 봄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한다.

삭막하고 추운 겨울 닫힌 마음에 봄 향기를 전해주는 것으로부터 '자애'라는 꽃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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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거리고 올라왔을텐데

3년째 자발적 출입금지를 선언한 터라

그곳을 향해 마음만 보낸다.

더 남쪽엔 노루귀 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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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다.

온기를 품기에는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는지 홀로 빛나지만 그 품엔 서늘함이 깃들었다.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이 서로를 기댄 그림자 속에서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는 그늘이니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정성껏 생을 살아온 시간의 마지막이 이처럼 홀로 빛나지만 자신을 키우고 지켜온 무리가 안고 사는 아우라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일생을 볕을 받아 제 일을 해왔다. 마지막까지 남아 볕에 의지한 잠깐의 시간이 생의 터전이다. 몸에 스민 냉기를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겨우 벗어나 환하게 빛난다. 그 빛으로 자신을 키워온 터전이 밝아진다.

제법 길어진 햇볕이 헐거워진 옷깃 사이로 스며든다. 바람도 잠시 잠들었고 볕이 품어온 온기가 납매의 향기를 닮은 미소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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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24-02-05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러지는 낙엽 하나에 이다지도 깊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