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사랑'
-한강, 문학과지성사
"물에 빠진 사람이 가라앉지 않기 위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썼고, 거품을 뿜으며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 때마다 보았다. 일렁이는 하늘, 우짖는 새, 멀리 기차 바퀴 소리, 정수리 위로 춤추는 젖은 수초들을.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그들의 어머니인 이 세상에서 갚기 힘든 빚이 있다."
-1995년 7월 초판 작가 후기 중에서
"문체가 사람이라는 말을 따르자면, 그 사이 내 문체는 변했고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이 쓴 문장들을 고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댔다."
"아무도 모르게 그 속에 숨겨둔 사적인 경험들이 고스란히 다시 떠올랐다. 한 사람-이 소설들을 쓰던 나-에게 이상한 방식으로 뒤늦게 인사를 건네는 기분이었다. 낯설고도 친숙한 그 사람, 가까스로 그렇게 태어나고 있던 그 사람과, 불가능한 굳은 악수를 나누고 싶었다."
-2012년 1월 신판 작가 후기 중에서
*초판과 신판의 작가 후기 중 의미 있어 보이는 몇문장을 옮겼다. 물론 내 기준이다. 단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이어 '여수의 사랑'을 연달아 손에 든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했다. 초창기 작가 한강의 단편들을 통해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