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을 넘어선 무엇이 필요하다
'앓이'는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을 향한 마음의 간절함에서 온다. ‘앓이’에 동반하는 간절함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며 대상과 만나는 자신의 본질에 도달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앓이’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공감과 소통에 있다. 그 대상은 사람을 비롯하여 스스로 의미부여한 특정한 지역이나 동식물을 포함할 수 있다.
‘앓이’를 테마로 출발한 남재식의 ‘너는 나를 눈물 젖게 해’ 라는 책은 인도라는 나라를 알게되면서 시작된 ‘인도앓이’의 결과물로 우연하게 접한 인도에 관한 책을 통해 인도를 알게되고 그곳을 여행하고 난 후 인도앓이를 시작하여 스물한 번의 인도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과정을 통해 얻은 인간에게 필요한 서른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가 인도에서 만나 알게 된 것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행동함에 있어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옳은지 알게 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감에 있어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저자 남재식이 이 책을 펴낸 이유라고 한다.
‘스물한 번의 인도여행’이 주는 의미는 인도에 대한 인식이나 그 과정을 거친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상당한 강도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숫자다. 이는 그 숫자가 의미하는 만큼의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 기대감이 충족되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하면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너는 나를 눈물 젖게 해’ 이 책의 중요 구성부분은 사진과 글이다. 사진과 글을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서른세 가지의 키워드를 선정하여 자신의 일상과 인도여행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키워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의 경우 사진에 담긴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얼마만큼 잘 전달할 수 있는가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데 수록된 많은 사진의 경우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동틀 무렵과 초승달은 한 공간에 성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틀 무렵 만나는 초승달’과 같은 사진을 설명하는 오류도 있다.
‘글로 만나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 서른세 가지’ 역시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과 그들이 가지는 인간을 사랑하는 태도 등 자신의 주장의 편리에 따라 각기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인도를 바라보는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서른세 가지 키워드를 설명하는 공통 방식인 ‘A면 B, A가 아니면 C다’라는 설명은 다분히 이분법적이며 자의적이다. 이 방법을 통해 설명하는 서른세 가지 키워드 사이에서 주장하는 바가 서로 충돌되는 일이 발생하기 까지 한다.
무엇이든 나열되는 말이 많아지면 정리되지 못한 측면이 나타날 개연성이 커진다. 큰 기대를 넘어서 독자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것은 ‘스물한 번’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의 진정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책의 발간은 다수의 공감을 불러오기 위한 방법으로 출발한다. 물론 저자의 기대처럼 어떤 단 한명의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삶의 중요한 지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