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디테 - 감각의 향연
이사벨 아옌데 지음, 정창 옮김 / 영림카디널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도 요리처럼

아프로디테여성의 성적 아름다움과 사랑의 욕망을 관장하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와 사랑의 여신이다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사랑에 있다대상을 두고 나와 대상 사이에 벌어지는 감정과 육체의 향연이 바로 아프로디테의 중심 내용일 것이라 짐작한다사랑 역시 상호 관계지만 한발 더 들여다보면 결국 대상과 상호작용에서 얻는 나의 감정에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의 여부가 핵심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맥락에서 '감각의 향연'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아프로디테역시 중심 주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만족에 있다고 보인다그 자기만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환경을 조성해가는 중요한 고리고 선택한 것이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리에 두었다즉 오감五感을 작동시켜 음식과 에로티시즘을 연결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인 실례를 수집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스스로 주장하는 바를 증명해가고 있다저자는 세상의 모든 식재료에는 무한한 쾌락을 안겨주는 최음제가 담겨 있고그 안에서 우리는 북받치는 감정과 사랑하는 사람의 욕망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열린 마음즉 공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소박하지만 서로를 사로잡고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음식을 만들고 사랑을 나누는 게 곧 쾌락이라는 것이다또한자신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에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모파상의 단편소설까지 동서고금의 역사와 신화문학예술에 담긴 음식과 사랑에 관한 담론을 위트와 해학을 담고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이야기를 보면 의외로 음식을 대하는 문화적 가치의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심을 성적 흥분을 불러오는 최음제에 두고 바라본다는 것이 가져오는 편견을 인정하더라도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한다.

 

부록처럼 첨부된 판치타의 최음제 레시피에서 제시하는 음식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끼리 육체적 사랑을 진행해가는 과정과도 같은 소스에서 드레싱(전희로 가는 길목), 오르되브르(처음 간지럼 태우고 깨물기),수프(서서히 달구기), 애피타이저(사랑의 유희), 메인요리(카마수트라), 후식(행복한 결말)으로 이어지는 음식의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히 음식에 관심이 없는 사랑일지라도 그럴싸한 모습으로 잘 차려진 음식을 보면 어떤 맛일까궁금증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그런 음식처럼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것과도 같이 사랑의 과정을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지극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요리 잘하는 남자가 사랑받는다는 말이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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