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雨水節(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어름 글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웅숭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끔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전 철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정지용의 시 '춘설'이다.
조금 서둘러 나와 까치소리에 눈내리는 아침을 맞는다. 소복하게 나리는 눈이 솜이불과도 같이 포근하다. 어찌 반갑지 않으리오. 이 귀한 풍경 보이려고 지난밤 반달은 그리 밝았나 보다. "꽃 피기전 철아닌 눈에/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며 노래한 시인의 심사를 알듯도 하다.
하늘이 준 귀한 선물 '춘설春雪', 마음껏 누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