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다. 첫눈으로 맞이할 눈다운 눈이 오신다. 벌써 까만밤 햐얀 눈세상인데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비오듯 함박눈이 오신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김용택의 시 '첫눈'의 전문이다. 눈은 그렇게 기억을 불러내 아득함으로 벅찬 시간을 함께한다. 하나, 눈은 여전히 지천명知天命을 지나온 사내의 가슴에 설렘을 불러오기에 더 기다려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 안도현이 '첫눈 오는 날 만나자'라는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고 노래한 그 마음을 여전히 믿고 있다.
소리로 잠을 깨운 눈이 이 밤을 함께 지세우자고 자꾸만 부른다. 긴 겨울밤이 오늘은 무척이나 짧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