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다. 첫눈으로 맞이할 눈다운 눈이 오신다. 벌써 까만밤 햐얀 눈세상인데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비오듯 함박눈이 오신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김용택의 시 '첫눈'의 전문이다. 눈은 그렇게 기억을 불러내 아득함으로 벅찬 시간을 함께한다. 하나, 눈은 여전히 지천명知天命을 지나온 사내의 가슴에 설렘을 불러오기에 더 기다려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 안도현이 '첫눈 오는 날 만나자'라는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고 노래한 그 마음을 여전히 믿고 있다.

소리로 잠을 깨운 눈이 이 밤을 함께 지세우자고 자꾸만 부른다. 긴 겨울밤이 오늘은 무척이나 짧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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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7-01-31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비‘라는 말은 없는데, 왜 눈에 대해서는 ‘처음‘이란 말이 붙을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 비는 어느 계절에나 다 내리지만, 눈은 하나의 계절에만 내려서 사람들이 ‘첫눈‘이란 말에 많은 의미를 담고 싶어하는 걸까요? 오직 한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처럼요.

무진無盡 2017-01-31 20:51   좋아요 0 | URL
그 마음일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