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한담 - 오래된 책과 헌책방 골목에서 찾은 심심하고 소소한 책 이야기
강명관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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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이의 책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한때대형서점에 가서 특별히 어떤 책을 찾을 목적도 아니면서 무작정 책 사이를 돌아다니곤 했다여기 저기 서성이다 눈길 가는 어느 코너에 앉아 이 책 저 책 빼보면서 한 두 줄씩 읽어본다그러다 문득 이 책이다 싶으면 마치 그 책을 구하러 온 것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뿌듯한 마음이 들곤 했다지금은 거의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관계로 지난 이야기일 뿐이다하지만 아직도 그때의 그 기억이 남아 책장을 물끄러미 보면서 책 제목에 눈도장을 찍기도 한다책과 책 사이를 거닐며 즐기는 나의 버릇 중 하나다.

 

공부를 직업으로 택했고 취미 또한 독서이기에 평생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부산대학교 교수 강명관의 새 책이다강명관은 그동안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 '열녀의 탄생', '시비是非를 던지다등으로 나에게는 익숙한 저자이며 관심 저자 중 한명이다.

 

"오래된 책과 헌책방 골목에서 찾은 심심하고 소소한 책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책별다른 가치가 없는 책헌책방 구석에 있던 책에 대한 이야기다. 40여 년 동안 늘 책과 함께한 학자이자 애서가가 들려주는 소소하지만 즐겁고가볍지만 색다른 이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독서의 풍경을 전한다.

 

정약용과 이덕무의 책 빌리는 방법영영 사라질 뻔한 책김춘동 선생과 오주연문장전산고신채호의 고서 사랑에서 일제의 우리 책 반출기와 한문학자의 연구실에서 바라본 책에 대한 에피소드 등이 담겼다.옛 조선시대의 책에 관한 이야기 뿐 아니라 현재의 책과 그 책을 둘러싼 애서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과정에서 나와 내 이웃의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하게 경험하는 이야기들과도 비슷한 경험들이라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다시 읽기도 하고새로 읽기도 하고천천히 읽기도 하고입으로 외며 읽기도 할 것이다읽다가 존다고 나무랄 사람도 없고당장 갚아야 할 글빚도 없으니시간은 온전히 나의 편일 것이다초등학교 때 그토록 앉아보고 싶었던 그 작은 도서관의 한구석에 앉아서 나는 비로소 연구를 위한원고를 쓰기 위한 독서가 아닌 무책임한 독서의 자유를 한없이 누려볼 것이다.”

 

그냥 그저 그런 책에 관한 심심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하지만 책이 어디 심심풀이 땅콩 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 아니기에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지나칠 이야기는 아니다서점이 사라지는 대신 작은 도서관이 곳곳에 늘어난다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이다저자 역시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 새로 생긴 도서관을 이용할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다책이 만들어 주는 한 개인의 이야기이자 한 시대를 대변하는 풍경이기도 할 것이다.

 

서가에 쌓여가는 책을 책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할 방법을 모색 중인 한사람으로 이 독서한담이 담고 있는 책이야기는 흘려들은 이야기만은 아니어서 나름의 방법을 모색하는데 유익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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