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위 얼굴'
처음으로 숲으로난 길 위에 서던날, 이 바위를 지나고나선 더이상 숲으로 들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뒷머리가 서늘해지는 오싹한 느낌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후로도 여러번 바위를 지나 숲에 의지해 꽃들을 보러다녔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서늘한 냉기는 여전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혼자 낯선 숲을 방황하는 것처럼 다니면서도 이런 오싹한 느낌의 무서움은 없었는데ᆢ.

어느날 같은 길을 돌아나오다 보았다. 제법 큰 바위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서야 그 바위에 표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길에 익숙해지고서야 겨우 주변을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깊은 눈매, 뭉툭한 코, 다문 입술에 움푹패인 턱선까지 선명하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표정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많은 시간이 쌓이는 동안 눈과 비 그리고 바람의 손길에 다듬어졌을 표정이다. 

이후로는 이 숲길을 들어서는 마음은 달라졌다. 반갑다~ 큰바위 얼굴. 보일듯말듯한 나와 닮은 미소를 보고서야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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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6-06-2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좀 무서운데요...

무진無盡 2016-06-22 23:30   좋아요 0 | URL
이젠 다정합니다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