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의 품에 안기다.
'산장-꼬막재-규봉암-장불재-입석대-서석대-무등산옛길2구간 시작점'


얼마만일까. 무등산의 품에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ᆢ그 무등산의 품을 찾은지가 기억 저편 어딘가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그 무등산을 올랐다.


산장 부근 주차장 아래에서 숲으로 접어들자 마자 노각나무 꽃잎 떨어진채로 반긴다. 그 옆 산수국도 피었다. 이 방향으로 가면 꼬막재일텐데 생각하면서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애둘러가는 먼 길을 택하고 만 것이다. 그래도 돌아설 마음은 없다.


가파르지 않은 길을 걷다보니 노루발이 고개를 쑥 내밀고 눈맞춤하자고 한다. 때죽나무 꽃길이 반기고 매미꽃 군락지도 만난다. 박쥐나무도 자주 보인다. 산수국 필 때가 어떨지 상상만으로 꽃길이다.


오늘 무등산 행을 결정했던 이유는 함박꽃나무를 보고자 한 것이다. 서석대 밑에 있다는 소리만 듣고 무작정 찾아나선 길인데 의외의 장소에서 만났다. 한 송이 보이더니 주변 여기저기 제법 많은 개체수를 확인했다. 높은 나무라 폰카로 담기엔 아쉬움이 많다.


규봉암 암자는 그 높이 있으면서도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잠시 앉아 숨돌릴 틈도 허락하지 않아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 나온다. 여기 어디쯤에서 점심은 먹어야하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 흔한 너덜바위 위에 주저앉아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장불재로 향한다.


사람들 소리가 시끌벅적하다. 장불재 고개마루가 사람들 발자국을 어찌 견디고 있을까? 서둘러 입석대로 올라가면서 시끄러움을 벗어났다. 완만한 경사로 오르막길을 그리 힘들지 않고 입석대 전망대에서 바위를 향해 두손 모으고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서석대로 오른다.


입석대를 지나면서부터 안개가 자욱해지면서 바람이 시원하다. 해발 1100m 서석대 정상에 서서 안개에 쌓인 천황봉을 물끄러미 바라보만 볼 뿐이다. 얼마만에 오른 서석대인가. 바위에 자리잡고서 한동안 멍한 상태로 앉아 있다.


이제 무등산옛길 2구간을 거꾸로 내려간다. 꿩의다리가 배웅이라도 하듯 눈맞춤하고 국수나무도 여전히 싱싱하다. 함박꽃나무는 서석대 오기 전에 실컷 봤으니 멀리서 눈인사만 하고 돌계단을 내려간다. 무등산 제철유적, 김덕령장군 유적, 원효계곡 시원지를 지나 산장으로 내려와 출발지였던 곳에 이르러 다시 노각나무의 몸통을 만지며 다음을 기약한다.


꽃과 눈맞춤하느라 7시간 걸렸다. 꼬막재로 방향을 잡은 것이 잘한 일이다. 애둘러 먼 길을 걸었기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꽃과 눈맞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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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6-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 무등을 올랐을때... 그 전날 밤 눈이 내려 정말 환상적이었지요... 여름 무등을 한번 더 가까이 하고 싶어지는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