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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평점 :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여전히 남성중심사회다. 여성에 대한 배려가 주목되는 시대이긴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는 사회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여전히 차별적 요소는 존재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역사를 보는 시각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살피는 역사는 대부분 가부장적 유교이념에 의해 사회가 유지되던 시대를 살피는 것이기에 그 속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떠나 인간의 본질로부터 바라보는 것 역시 한계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후대에 역사를 보는 시각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시각이 아닐까 싶다. 이는 독립운동사를 살피는 것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시대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앞선 가치관과 생활태도로 개인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민족이 안고 있는 문제에서도 치열하게 살았던 여성들에 대한 시각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이는 독립운동가들 중 여성 독립운동가로 태극기 들고 만세 부르다 옥중에서 숨진 유관순 열사 이외에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의 딸, 총을 들다’는 바로 항일독립운동을 하던 여성들에 주목한다. 사회적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일신의 안일보다는 민족이 처한 조건을 극복하고자 목숨까지 내걸고 치열하게 살았던 여성독립운동가 스물 네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대열에서도 푸대접을 받고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 24인의 삶과 행적에 주목한다.
김락, 이화림, 남자현, 정정화, 동풍신, 김마리아, 박자혜, 박차정, 조마리아, 안경신, 권기옥, 부춘화, 김향화, 강주룡, 윤희순, 이병희, 조신성, 김알렉산드라, 오광심, 김명시, 정칠성, 방순희, 이희경, 주세죽
이 책에서 주목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다. 3.1운동을 전후로 달라진 사회 환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항일독립운동 전 분야에 걸쳐 종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경신, 남자현, 윤희순같은 의열ᆞ무장투쟁가, 유관순, 동풍신처럼 순국한 애국소녀, 노동운동가 강주성, 여성운동가 겸 교육자 조신성, 임시정부에서 남성운동가를 뒷바라지한 조마리아, 정정화 같은 이도 있고, 오광심, 박차정처럼 광복군이나 조선의용대에서 활동한 이들도 있다.
“매국노, 하면 이완용밖에 모르듯이, 수많은 여성들이 남성 못지않게 헌신적으로 평생을 바쳐 투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그들을 잊어버리고 있다.”
기억하지 못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안중근, 김구, 신채호, 윤봉길, 이봉창 등의 이름과 동등하게 안경신, 남자현, 윤희순, 오광심, 박차정 등의 이름을 부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후대 사람의 도리이며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지식인이라고 믿는다. 민족이라는 이름 앞에 목숨 걸고 살았던 이들을 잊거나 일부러 묻어두고 산다면 역사는 더 이상 우리에게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해 주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