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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세상 - 스물두 명의 화가와 스물두 개의 추억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02년 12월
평점 :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그림 읽기
그림 읽어주는 책을 제법 만났다. 읽어주는 이들의 시각에 공감과 동의를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당연한 일이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림을 그린 작가는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담아 작품을 만들어 내지만 그것을 보는 감상자는 그만의 감정과 의지로 작품을 대하는 이 차이가 그것을 만들어 내는 근간이 될 것이다.
이 차이가 작가와 작품 그 사이 감상자의 간격을 넓혀온 것이 현실이었다. 감상자가 작가의 의도에 집중하는 바에 따라 작품 이해를 한정시키는 풍조가 이를 대변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림 읽어주는 책이 등장하면서 작가와 작품 그 사이 감상자의 간격을 좁혀주었으며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미술작품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해왔다.
황경신의 '그림 같은 세상'은 이와 같이 그림 읽어주는 책으로 스물두 명의 화가와 그들에 관한 황경신의 시각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하여 묶었다. 황경신이 주목한 화가는 주가 서양화가다. 학교수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화가들이다보니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구스타브 클림트, 앙리 마티스, 클로드 모네, 조르주 쇠라, 마르크 샤갈, 파울 클레, 르네 마그리트,알베르트 비어슈타트, 에드바르드 뭉크,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이중섭’ 등 22명이 그들이다.
화가의 선정과 작품에 지극히 개인적 시각에서 출발한다. 당연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이란 의미는 그것이 공감과 소통의 근거도 되지만 때론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책장을 펼쳐간다. 나도 좋아하는 그림이기에 읽어가다 손에서 놓아버리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나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그림이 내 인생으로 들어왔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는 언제나 나를 격렬하게 끌어당긴다. 그 에너지가 나를 살아 있게 한다.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어떤 그림을 처음 만날 때마다,그 속에 뻗어 있는 무한한 길들을 감지한다. 그 안에서 길을 잃으면 또 어떻겠는가. 여기 실린 이 글들은, 아름다운 그림 속에서 길 잃어버린 어느 몽매한 여행자의 기록이다"
책 표지에 담긴 황경신의 글이다. 그만큼 조심스런 접근이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글을 구성하고 써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아간다. 각각의 화가와 ㄱ드림에 대한 이야기가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출발하면서 일반적 명제의 도출로 이어지는 글로 구성되어 있다. 섬세하고 여리다. 그렇기에 더 감성적인 글이 독자와 거리감을 줄여주고 있다.
"나도 그림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것은 홍순명과의 인터뷰만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22명의 화가와 그림을 이야기하는 동안 내내 유지되는 기조로 보인다. 그림에 거리감을 두거나 담을 쌓았던 사람들에게 나도 그림과 친해질 수 있으며 내 마음대로 그림 읽어가는 일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