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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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석사로 언론대학원을 다닌 저는

미디어와 저널리즘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여성기자의 직업에 대한 세계와 기자윤리, 삶을

들여볼 수 있는 책이 나와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답니다.

신문기자

아베 정권과 싸우며 세상을 바꾸는 여성 기자의 기록

일본의 여성 신문기자는 어떻게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특히 아베정권에서 어떻게 답하지 않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살아왔는지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이었어요.

책 속의 밑줄긋기

들어가며

아무도 묻지 않으면 내가 물을 수 밖에 없다. 사회파를 자처하는 것도 아니고, 자의식에 사로잡혀서도 아니다. 이상하다 싶으면 납득할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경찰과 권력자가 숨기려는 것을 세상에 알린다. 나는 이것이 기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일이 하고 싶은 것뿐이다.

p.10

1장 : 기자를 꿈꾸다

한편으로는 상대가 싫어할 것이 뻔한 질문을 해서 이미 충분히 슬퍼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허망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일로 울었나 싶다. 하지만 갓 입사한 신참내기였던 나는, 늘 동경해왔던 신문기자라는 일과 부여된 업무 사이의 간극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인터뷰를 싣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유족의 원통함은 전해지지 않아.'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체념과 절망, 그리고 사명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p.47

때로는 당국이 흘려보내는 이야기를 기사로 쓰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누설은 누설이라는 것이다. 정보를 주는 의도가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감추려고 하는 것을 찾아내서 세상에 밝히는 것.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기자로서의 나의 과제이다.

p.58

책은 저자가 기자의 꿈을 갖기 시작한 이야기로 시작해요.

그녀는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살아라는 엄마의 가르침과

연극활동을 통해 감정을 읽고 질문에 주눅들지 않은 법을 배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면서 기자로서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장 : 생각대로 부딪쳐가며

"검찰은 어떻게 해서든 정보의 출처를 알아내려 하고 있어요. 힌트 정도는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나를 위로해주던 부위기가 한순간 싸해졌다. 캡은 갑자기 격노하며 말했다. "어디 네 마음대로 해봐. 하지만 그러는 순간, 붓을 꺾을 각오는 해야 할 거다!" 붓을 꺽는다, 즉 기자를 관둬야 한다는 것이다. 도쿄신문을 퇴사하는 것을 물론, 두 번 다시 기자 일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정보를 제공해준 취재원을 보호하는 것은 기자의 사명이자 윤리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하루만에 나는 그 정도로 약해진 것이다. 상대가 주는 압박 때문에 사소한 내용이라고 정당화하며 정보를 흘리는 순간,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신뢰는 깨진다. 나 한 명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저널리즘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p.92

그러나 출산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많았다. 우선 심야나 이른 새벽 취재는 아에 할 수가 없었고, 어린이집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아이가 열이 난다며 연락을 해 왔다. 도저히 육아와 일 모두를 당해낼 수 없었다. 밤중에 몇 번이고 우는 아이 때문에 잠에서 깼고, 그 와중에 수유도 해야 해서 수면 부족으로 엄청 고생했다. 온 힘을 다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며 초조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때 경제부 도미타 히카루 부장이 건네준 말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매일 있는 취재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주제를 좁히는 대신 더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파보면 어때?" 마음처럼 취재하지 못하는 나를 안쓰럽게 여긴 부장이 건넨 조언을 드는 순간, 한 줄기 빛이 비치는 느낌입니다.

p.109

 

3장 : 방관자가 되어도 괜찮은가

캡의 지시를 그대로 따를 수는 없었다. 나로서는 마에카와 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취재원을 마음 깊이 신뢰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마에카와 씨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기자로 비판해야 한다. 도중에 인터뷰가 중단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돌직구 질문을 계속 던졌다. 마에카와씨는 성실하고 냉정하게 자신이 보고 들은 사실과 추측의 영역인 의견을 구분하면서 논리정연한 답변을 해주었다.

p.139

그녀는 무엇보다 기자의 윤리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기자가 가져야 할 것은 마땅히 물어야 할 것에 대한 집념과

정보원을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저자가 엄마가 되면서 일과 삶에 대한 고민도 느낄 수 있어 좋았는데요.

기자처럼 시간구분이 없는 일을 그만두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삶의 중요한 과제를 맡고 있을 때는 기자의 역할 줄 다른 영역을

잠시 해내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지혜라 느껴졌답니다.

4장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보도하는 사람이라면 28세 여성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짜낸 용기를 최소한 외면하지는 않아야 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언제나 열의 넘쳤던 선배 기자도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같은 남자라고 봐주는 느낌이 들어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제가 이대로 포기하면 저처럼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됩니다.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고발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지만, 피해자가 포기를 강요받는 일본 사회의 성범죄 실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활동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다만 저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고, 그런 제가 사람들 앞에 나섬으로써 조금이라도 성범죄 관련 법이 바뀔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취재를 마친 우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니, 아찔해졌다. 어떻게든 기사화하겠다고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섰다.

p.158 | p.167

실체도 없는 두려움 때문에 눈앞에 있는 문제를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상대가 바라는 바다. 마에카와 씨와 시오리 씨는 사회적으로 고립될지도 모를 위험에 맞서 의혹을 고발하고 있다. 두 사람의 용기를 입 다물고 보고만 있어도 될까. 멀리서 응원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에 잠긴 사이, 머릿속에 아베 총리와 스가 장관이 떠올랐다. 아베 총리는 정기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게는 질문할 기회가 있다. 기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묻는 것뿐이다. 뜨거운 생각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샘솟았다.

p.168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다시 물어야 했다. 끈질기게 질문을 반복하는 것은 사회부에서 오랜 시간 취재하며 단련된 근성이다.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되풀이해서 묻고 있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도쿄신문입니다. 누군가의 고발로 출처가 분명해져도 지금처럼 같은 답변을 하실 겁니까? 정부 입장에서 진지하게 조사할 것인지의 여부는 답변하지 않겠다는 것인가요? 답변할 수 없다는 답변이시네요."

p.173 | p.176

 

5장 : 특종주의를 넘어서

나는 분위기 파악을 못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실제로 그런 편이다. 일부러 파악하려 하지 않기로 한다. 그 덕분에 스가 장관이 감추려 하는 다른 표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표정들을 보고 있으면 가케 문서는 없었다는 변명이 얼마나 억지스러운 말인지 느껴진다. 보고 있는 사람도 이런데, 본인은 어떤 마음일까? 질문들이 쌓여 큰 소리가 되고, 언젠가는 정권을 뒤흔들 거라고 믿으면서 매일 총리 관저로 향하고 있다. 나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권력자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취재원을 만나다. 기자로서 내가 가진 사명은 이것뿐이다. 앞으로도 이상하다고 느끼면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파고들 것이다. 집요하다는 말을 듣거나, 심지어 혐오감을 준다 해도 상관없다. 그림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의문을 풀어가고 싶다.

p.225

마치며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대부분은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으로 인해 자신이 바뀌지 않기 위해서이다. - 마하트마 간디

p.2313

그녀가 여성기자였기 때문에

다른 남성 기자를 비롯한 남성이 자칫 놓칠 수 있었던

피해자 과오라는 표현이나 용기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강한 자(권력자)에 강하게 질문하고

약한 자(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적어도 세상으로 인해 자신이 바뀌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고 있었어요.


기자는 기본적으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아내는 사람이죠.

많은 사람이 모를뻔한 중요한 정보를 집요하게 캐내어

세상의 심판을 받게 하는 멋진 직업이라 생각해요.

국내에도 멋진 여성기자들이

또다른 여성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을 많이 봅니다.

그것이 꼭 사회고발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여성의 삶이 녹아든 취재와 보도는

조금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리라 믿어요.

세상이 바라보라고 하는대로 보고 듣고 말하지 않도록 우리는 자기만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만족도 3점, 신선도3점, 추천도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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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조심 웅진 모두의 그림책 7
윤지 지음 / 웅진주니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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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소라게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살며시 다가와 그럼에도 괜찮다고 다독여준다. 소라게가 되기 싫어 악다구니쳤던 나의 이십대가 떠오른다. 겁 먹은 걸 보이고 싶지 않아 더 센척 해버린 사회초년생의 날들. 사람이 힘든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쉽게 손내밀지 못한 순간들이 오면 자기만의 소라집으로 들어가 쉴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어른들에게도 작은 동화가 필요하다. 내 감성이 언제까지나 강할수 만은 없으니 그림동화가 잠시나마 마음에 위안을 준다. 우리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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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여행을 갔다가 보석처럼 발견한 서점이에요.
여행 계획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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