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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2 - 떠나가는 것은 그리움을 남기네 ㅣ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2
다할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사라져가는 한국만의 멋을 찾아서
일상을 살아가는 곳이 농촌지역이다. 면소재지, 우체국, 파출소, 보건소 등이 느린 걸음으로도 버겁지 않은 거리에 있는 곳이다. 그곳 한 구석에 오래된 정미소가 있다. 양철지붕이 녹슬고 구멍 나고 담벼락을 허물어져 속이 다 훤하게 보이는 곳이다. 여름한철이 지나는 동안 군데군데 새 옷을 입었다. 가을 추수기를 대비한 주인의 마음이 엿보이는 흔적이다. 아직은 수명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여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다.
비슷한 연배를 보이는 주변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공유하며 건네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듯 다정한 말을 건넨다. 이럴 수 있는 것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일상의 공유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고 가치기준이 달라지면서 제 사명을 다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원두막, 섶다리, 대장간, 죽방렴, 연탄, 손재봉틀, 술도가, 키질, 간이역, 똥개, 외나무다리, 줄배,흙집, 사립문, 너와-굴피집, 쟁기질, 바심, 삼농사, 모시길쌈, 소달구지, 피맛골, 활판인쇄, 닭서리,짚신, 지게, 마장터...”
이호준이 주목하는 것들이다. 현대문명 속에서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것들이다.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구체적으로 베어있는 시간이고 장소이며 사람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모두 “농어촌의 정겨운 풍경들과 생활상을 비롯해 물질문명에 밀려난 전통문화의 원형과 사유에 관한 것”들이다.
이호준의 글에선 무심한 사이에 하나 둘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 일상이 버거웠던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유무형의 전통문화가 그 중심에 있기에 발품 팔아 찾았던 그 모든 것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간다. “그래서 이들을 찾아가는 저자의 마음은 숙연하고 애틋할 수밖에 없으며, 그럴수록 이를 철저한 기록으로 남기고 전통문화의 흔적과 정신을 이어가는 작업에 더욱 의미를 두는 듯하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를 통해 저자 이호준이 주목했던 일상의 이미지는 이 책들의 부제로 쓰인 “그때가 더 행복했네”와 “떠나가는 것은 그리움을 남기네”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사라져가는 것들 속에 함유된 정서에 대한 애틋함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 한국적 멋을 발견하고 이를 소중히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또한 이호준의 이러한 발품팔이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사진과 글로 기록되어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록으로 남기고 전통문화의 흔적과 정신을 이어가는 작업이라는 의미가 한층 더한다. 이호준의 글맛에 깃든 진정성을 통해 한국만의 멋을 찾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