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 풀꽃 속의 일제 잔재
이윤옥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풀꽃에게 우리 이름을 돌려주자

우리 풀꽃에 관심이 많다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꽃을 보러 인근 산과 들을 다닌다이름을 알고 불러줄 수 있는 풀꽃이 그리 많지 않지만 하나 둘 알아가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즐거움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다이렇게 꽃을 찾아다니면서 간편한 식물도감을 휴대하거나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을 도감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소 의외의 현실에 직면한다.


그 첫 번째는 식물을 설명하는 다양한 식물도감들의 내용이 한결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쓰여 있다는 점이다식물학자들만 보는 도감이 아니라 일반인에게 보급되는 도감과 더불어 각종 사이트에서 찾아봐도 마찬가지다번역문 형식의 설명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식물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두 번 재로는 식물이름이다큰개불알꽃며느리밑씻개도둑놈의갈고리와 같이 다소 민망한 이름들이 많아서 왜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궁금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해서 발간된 책이다특히두 번째 문제점에 주목하여 식물이름과 관련되어 의문을 풀어가며 이에 대한 올바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희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풀꽃들은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들이며 우리민족은 옛날부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다그 증거로 동의보감산림경제물명고 등에서 찾을 수 있다이렇게 전통적으로 관리하고 불러오던 식물이름이 현대 식물학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났다그 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주체가 바로 일제강점기의 일본학자들이었다는 점이 그 문제의 출발이라고 보인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만든한반도 고유종 총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반도 고유 식물은 모두 33목 78과 527종이다이 가운데 일본 학자 이름으로 학명이 등록된 식물은 모두 327종으로 무려 62퍼센트에 달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식민지 수탈의 일환으로 우리 산야의 식물들이 채집하고 이름 붙이면서 총독의 이름을 붙이거나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등 잘못된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이를 바탕으로 삼아 이후 우리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도 어려가지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일본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불분명한 이름들이 등장하고 이렇게 붙여진 이름이 지금까지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저자가 우리풀꽃의 이름의 등록과 번역과정을 추적하며 기준으로 삼고 있는 책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손으로 만든 조선식물향명집과 일본인의 발간한 조선식물명휘가 그것이다저자는 이 두 책을 비교하며 식물이름의 등재와 번역과정에서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식물이름과 관련된 이러한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현실을 용인하거나 방치하고 있는 국가기관의 시각에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삼림청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립생물자원관의 한반도생물자원포털과 같은 기관이 서로 유기적으로 대처하면서 잘못된 식물이름이나 그 해설에 있어 일본잔재가 남아 있는 부분을 바꿔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큰개불알꽃며느리밑씻개금강초롱 등에 얽힌 사연뿐만이 아니다이름에서 식물의 본래 성질이 왜곡되거나 국적을 상실한 이름들이 존재한다후손들은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더불어 식물정보에 올라와 있는 일본식 용어의 번역문구로 된 설명도 바뀌어야 한다큰개불알꽃이 '봄까치'며느리밑씻개가 '사광이아재비와 같이 보다 친근감 있고 그 식물의 이미지와 결부된 우리 이름을 갖게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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